2년 전 통합우승 달성 후 하향세인 KIA 타이거즈는 올해 시즌 중 감독 퇴진의 아픔을 겪는 등 험난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전반기 마감 성적은 39승 1무 55패 승률 0.415로 8위에 그쳤고 5위 NC 다이노스와의 격차가 8.5경기까지 벌어지며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사실상 희박해진 상태다.

2011년 합류 후 선수단의 중심이던 베테랑 이범호가 시즌 중 현역에서 은퇴하는 등 선수단 리빌딩을 차근히 전개하고 있는 KIA는 내년 이후를 이끌 젊은 선수들이 전력의 핵심으로 도약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야수진에서는 내야수 박찬호, 마운드에서는 마무리 문경찬이 대표적이다.
 
 6월 30일 이후 9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인 KIA 박준표

6월 30일 이후 9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인 KIA 박준표 ⓒ KIA 타이거즈

 
최근에는 프로 7년 차 사이드암 박준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7라운드 62순위로 지명된 박준표는 동강대가 배출한 최초의 프로선수이기도 하다. 2013시즌에는 당시 팀내 1라운드 지명자인 좌완 손동욱을 제치고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13시즌 초반 11경기에 등판 1승 1패 2홀드 9.2이닝 평균자책점3.72라는 나쁘지 않은 투구를 선보였으나, 4월 28일 2군으로 내려간 후에 다시 1군에 호출되지 못했다. 이후 16시즌까지 간간히 기회가 주어졌지만 입단 초기 만큼의 활약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2016 시즌 이후 병역 의무를 위해 경찰청에 입단한 박준표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경찰청에서 선발투수로 기용되며 퓨처스리그 에이스로 거듭났다. 2018 시즌 경찰청에서의 최종성적은 12승 5패 121.1이닝 평균자책점 2.37로 북부리그 투수 중 승리, 평균자책점, 이닝, 퀄리티스타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경찰청 전역 후 2018 시즌 딱 1경기에 나선 박준표는 올 시즌부터 본격적인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엔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위에서 용종이 발견돼 수술을 하면서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2군 첫 등판인 4월 16일엔 발목에 타구를 맞으며 부상 공백이 더 길어졌다.
 
예기치 않은 두달 공백 끝에 5월 23일에야 1군에 합류한 박준표의 첫 상대는 롯데였다. 1-3으로 앞선 8회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둔 상태에서 전준우와 이대호를 범타로 처리하며 시즌 첫 홀드를 기록했다. 누상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의 중심 타선을 막아낸 값진 1군 복귀전이었다.
 
전반기 26경기에 등판한 박준표는 2승 5홀드 28.2이닝 평균자책점 1.57로 프로 데뷔 후 1군 마운드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6월 30일 이후 9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박흥식 감독 대행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KIA 박준표의 프로 데뷔 후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IA 박준표의 프로 데뷔 후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그간 박준표는 투구의 무브먼트가 뛰어난 사이드암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엄청난 각도로 휘는 커브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패스트볼과 커브 위주로 투구하는 투피치 성향이 강했고, 좋은 구위를 가졌음에도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며 확실한 1군 투수로 자리잡지 못했다.

그랬던 박준표가 올 시즌에는 싱커와 체인지업을 레퍼토리에 추가하며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뷔 후 지난해까지 4% 안팎으로 구사되던 싱커 비율이 올 시즌 36%까지 높아진 것을 할 수 있다. 싱커는 모든 구종 중 가장 높은 구사율을 기록하며 그의 주무기가 되고 있다.
 
한편, 사이드암의 특성상 싱커가 좌타자에게는 취약한 모습을 보이자(피안타율 0.385) 좌타자 상대로 체인지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우타자에게는 2.2%에 불과한 체인지업 구사율이 좌타자에게 8.8%까지 상승했다. 이와 함께 작년까지 130km/h 후반에 머물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올해 140km/h까지 빨라지며 구속과 구종 모두 확연히 발전한 박준표다.
 
최근 필승조로서 그의 활약이 더욱 눈부신 이유는 득점권에서의 피안타율 때문이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 그의 피안타율은 0.136로 놀라울 정도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은 무려 0.086이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종종 마운드에 오르는 필승조의 특성상 이 기록은 박준표의 구위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알려준다.
 
 경찰청 전역 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준표

경찰청 전역 후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준표 ⓒ KIA 타이거즈

  
1992년생인 박준표는 28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군 문제까지 해결했기 때문에 앞으로 야구에만 집중하며 1군 투수로 승승장구할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부상 복귀 후 짧은 기간에 많은 경기에 나섰다는 점에서 후반기에는 세심한 등판 관리가 필요하다. 

경찰청 시절 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올시즌 이후 박준표의 보직은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 박준표가 KIA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6월 30일 이후 9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는 박준표가 후반기에도 언터처블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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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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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승호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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