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환 아나운서가 자신의 SNS에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다.

전종환 아나운서가 자신의 SNS에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다.ⓒ 전종환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MBC 계약직 아나운서 문제와 관련해 손정은 아나운서에 이어 전종환 아나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19일 전종환 아나운서는 자신의 SNS에 "MBC와 계약직 아나운서 문제로 시끄럽다. 차분히 정리할 필요가 있어 글을 남긴다"라며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전종환 아나운서는 이 글을 통해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는 근거인 '갱신기대권' 유무는 법원이 판단해줄 문제라 생각한다"면서도, 자신이 '갱신기대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전 아나운서는 "이들이 파업이 발생한 2017년 이전에 입사했기 때문에 '대체 인력'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2012년 장기 파업 후 쫓겨난 아나운서는 11명이고, 그 자리에 2016년, 2017년에 걸쳐 정확히 11명이 들어왔다. 지난 30년 동안 2년에 걸쳐 아나운서 11명을 뽑은 전례가 없다. 쫓겨난 11명을 대체하기 위해 비정규직 11명을 뽑았다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하고, 이들은 2017년 파업 당시 대체 인력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전 아나운서는 이어 "(만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면) 언젠가 다시 쟁의가 발생했을 때, 사측이 노동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체 인력을 채용할 게 분명하다"면서 "언론인을 꿈꾸는 누군가는 '대체 인력'이 되길 거부하며 응시하지 않겠지만, 누군가는 고민 끝에 지원하게 될 거다", "(이런 전례가 남는다면) 쟁의가 생길 때마다 사측은 대체 인력을 구할 것이고, 대체 인력은 사측의 회유의 말을 근거로 '갱신기대'를 주장할 거다. 역사는 되풀이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전 아나운서는 "우리는 이런 상황이 두렵다. 그래서 '갱신기대권'을 쉽게 인정할 수가 없다. 비정규직 아나운서 개개인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 정권 당시 언론 탄압 과정에서 나온 말들이 '갱신기대권'으로 인정받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종환 MBC 아나운서

전종환 MBC 아나운서ⓒ MBC 홈페이지

 
전 아나운서는 과거 MBC가 대체 인력을 뽑을 당시, 언론사 지망생들의 카페에 올라온 글을 소개하며 "이들이 입사했던 2016년과 2017년. 누군가는 대체 인력이 되길 거부하며 입사 지원서를 쓰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시기를 놓쳐 방송사 입사가 좌절됐을 수도 있고, 어디선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서라도 '갱신기대권'은 맥락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판단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해고 무효 확인 사건의 판결 선고 시까지 아나운서들의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한다"는 재판부 결정에 따라 지난 5월 MBC에 복귀했다. 하지만 기존 MBC 아나운서국이 아닌 별도 공간에 배치됐으며 업무가 부여되지 않고 있다. MBC는 본안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이들에게 업무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이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첫날인 16일 고용노동청에 MBC를 신고했다.
 
아래는 전종환 아나운서가 SNS에 게재한 글의 전문이다.
 
MBC와 계약직 아나운서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차분히 정리할 필요가 있어 글을 남깁니다. 지금 상황은 이렇습니다.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에 대해 MBC는 계약만료를 주장합니다. 계약서에 따른 계약 종료를 주장하는 것이지요. 반면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은 '부당해고'라 주장을 합니다. 부당해고의 근거는 '갱신기대권'입니다. 계약이 연장될 거란 기대감이 충족 됐을 경우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비정규직 아나운서들은 "너희들은 정규직이 될 것"이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었다고 말합니다. 양측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으니 '갱신기대권'의 유무는 결국 법원이 판단해줄 문제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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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비정규직을 탄압하는 정규직 프레임으로 지금의 상황을 해석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배제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두렵습니다. 언젠가 또다시 쟁의는 발생할 거고, 사측은 노동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체 인력을 채용할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언론인을 꿈꾸는 누군가는 '대체인력'이 되길 거부하며 응시하지 않을 겁니다. 반면 누군가는 고민 끝에 지원할 수도 있겠지요. "가서 잘하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혹은 어려운 청년 취업 시장을 이유로, 슬픈 지원을 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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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아나운서를 옹호하는 논리 중 하나는 이들이 파업이 발생했던 2017년 이전에 입사했기 때문에 '대체인력'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2012년 장기파업 이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쫓겨난 아나운서는 11명이고, 그 자리에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정확히 11명이 들어왔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2년에 걸쳐 아나운서 11명을 뽑은 전례는 없었습니다. 너무 많은 숫자입니다. 쫓겨난 11명을 대체하기 위해 비정규직 11명을 뽑았다는 합리적 추정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2017년 파업 당시 이들은 대체인력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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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뽑은 계약직들에게 어떤 회사가 "너희들은 2년 뒤 나갈 테니 그 때까지만 열심히 해"라고 말을 하겠습니까. "내 말만 잘 들으면 정규직 될 거야. 열심히 해. 이 기회에 자리 잡아야지." 아마도 이런 말을 하겠지요. 그리고 실제 MBC에서도 이런 말들이 공공연히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쟁의가 생기면 사측은 대체인력을 구할 것이고, 대체인력은 사측의 회유의 말을 근거로 '갱신기대'를 주장할 겁니다. 역사는 되풀이되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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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런 상황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갱신기대권'을 쉽게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비정규직 아나운서 개개인을 인정하지 못하게는 게 아니라, 박근혜 정권 당시 언론 탄압 과정에서 나온 말들이 '갱신기대권'으로 인정받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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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대체인력을 뽑을 당시 언론사 지망생들의 카페에 올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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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당시 계약직 아나운서 채용이 '정권의 나팔수'를 뽑는 과정에 불과한 것이란 생각에 지원을 하지 않으신 분들도 다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ㅤㅤ
- "쓰는 건 뭐라 할 순 없지만, 평생 스스로 부끄럽고 초라한 느낌을 받을진대. 떳떳하지 못하다는 게 얼마나 마음 불편한 일인지 모르신다면 안타깝기만 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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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들이 입사했던 2016년과 2017년. 누군가는 대체인력이 되길 거부하며 입사 지원서를 쓰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시기를 놓쳐 방송사 입사가 좌절됐을 수도 있고, 어디선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서라도 '갱신기대권'은 맥락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판단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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