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스> 영화 포스터

▲ <사일런스>영화 포스터ⓒ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어느 날 소리를 내는 생명체를 공격하는 미지의 존재들로 인해 세계는 대혼란에 빠진다. 9살에 사고로 청력을 잃은 소녀 앨리(키에넌 시프카 분)는 아빠 휴(스탠리 투치 분), 엄마 켈리(미란다 오토 분), 동생 주드(카일 해리슨 브라이트코프 분), 할머니 린(케이트 트로터 분), 아빠의 친구 글렌(존 코베트 분)과 위험한 도시를 떠나 인구가 적은 조용한 곳으로 이동한다. 인적이 끊긴 농가에서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며 지내던 이들 앞에 혀를 자른 인간들이 와서 자신들과 동행하길 요구한다.

이전에도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영화들이 종종 같이 등장하곤 한다. 1989년엔 심해를 상상한 <레비아탄>과 <딥 식스>가 개봉했고, 1997년에는 화산 폭발을 앞세운 <단테스 피크>와 <볼케이노>가 맞붙었다. 1998년에는 곤충을 소재로 한 <벅스 라이프>와 <개미>, 행성 충돌을 그린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가 나왔다. 2013년에는 백악관이 공격당하는 상황을 다룬 <백악관 최후의 날>과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대중과 만났다. 동일한 콘셉트를 공유한다고 무조건 표절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콘셉트를 어떤 이야기에 담을지가 중요하다.

동굴을 탐사하다가...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이 세상으로 나오다
 
<사일런스> 영화의 한 장면

▲ <사일런스>영화의 한 장면ⓒ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사일런스>는 '절대 소리를 낼 수 없는 세상'을 설정을 내세운다. 소리를 내면 공격을 받는 <사일런스>의 상황은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와 다를 바가 없다. 청각 장애를 가진 딸이 나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아류로 오해해선 안 된다. <사일런스>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앞서 2015년 출간한 팀 레본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도리어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팀 레본의 소설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아야 마땅하다.

메가폰은 <피라냐>(2010), <인시디어스>(2012),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2013), <컨저링>(2013>에서 촬영을 맡고, 연출작 <애나벨>(2014)과 <위시 어폰>(2017)을 내놓은 제임스 완 사단의 대표주자 존 R. 레오네티가 잡았다. 그는 "<사일런스>는 장르 영화이면서도 가족 드라마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전 연령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가족 중심 캐릭터에 공포 소재를 녹여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한다.

<사일런스>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콘셉트는 유사하지만, 차이점 역시 뚜렷하다. 가장 다른 건 괴생명체와 시간대 설정이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내는 생명체를 공격하는 정체불명의 존재에 대해서 외계에서 온 괴생명체 정도란 설명만 한다. 또한, 재난이 일어나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를 조명하고 있다.
 
<사일런스> 영화의 한 장면

▲ <사일런스>영화의 한 장면ⓒ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사일런스>는 동굴을 탐사하던 인류가 구멍을 뚫어 인간들보다 더 오랜 세월을 어둡고 소리 없는 세상에서 살아온 생명체들이 바깥으로 나오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건의 발단을 보여준 다음엔 대재앙을 맞닥뜨린 인류의 혼돈과 생존의 몸부림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프로듀서 알렉산드라 밀챈은 "<사일런스>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우리는 어떤 정보가 중요하고 어떤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지조차 결정도 못 한다"라며 "소리처럼 주변에 있는 아주 사소한 것에도 사회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컨셉트에 공감했다"고 밝힌다.

괴생명체 묘사에서도 차이점은 분명하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괴생명체는 눈이 없으며 긴 팔로 4족 보행을 한다. 공격하는 모습은 <에이리언>(1979)이나 <프레데터>(1987)를 연상케 한다. <사일런스>의 괴생명체도 눈이 없다. 그런데 외형은 박쥐에 가깝다. 이들이 인간 등을 공격하는 장면이나 떼를 이루어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대목은 <새>(1963)와 무척 닮았다. 프로듀서 로버트 쿨저는 "다른 행성에서 온 생명체가 아니라, 수십만 년 전부터 이어진 신화 속 존재를 만들고 싶었다"고 소개한다.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대목들

줄곧 생존과 서스펜스에 충실한 <콰이어트 플레이스>와 달리, <사일런스>는 후반부에 사이비종교 집단을 떠올리게 하는 무리를 등장시킨다. 그들은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에 생기는 맹목적인 믿음 또는 광기를 상징한다. 그런데 무리가 앨리를 원하는 이유는 도통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와 비슷하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나 '설정 구멍'은 영화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사일런스> 영화의 한 장면

▲ <사일런스>영화의 한 장면ⓒ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인류가 멸망 위기에 몰렸는데 전기는 원활하게 공급되는 중이다. 심지어 통신망도 멀쩡하여 웹서핑이 자유로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극 중 괴생명체와 싸우는 인간의 지능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괴생명체는 소리가 나면 무조건 달려든다. 그런 습성을 이용하여 영화 속 등장인물이 괴생명체를 손쉽게 제압하는 장면도 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정부, 군대, 경찰, 민간인 누구도 그런 손쉬운 해결책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일런스>는 미국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그러나 <사일런스>는 넷플릭스가 최근 제작한 <카고>(2017), <버드 박스>(2018), <종말의 끝>(2018) 등 넷플릭스산 '포스트 아포칼립스(세계 종말을 테마로 하는 장르)' 가운데 완성도, 재미, 서스펜스 모두 최악을 자랑한다. <새>와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엉성하게 결합한 <사일런스>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남겨주었다.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순 없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