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밤 11시, 평소 같았으면 <섹션TV 연예통신>이 방영될 시간에 MBC는 갑자기 자사 케이블 채널인 MBC에브리원의 목요일 신규 예능 <세빌리아의 이발사> 1회를 긴급 편성했다. 그리고 19일부터는 아예 매주 금요일 밤 8시 30분에 정규 방송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평일 낮, 혹은 심야시간대를 메우기 위해 자회사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시청자들이 몰리기 시작하는 저녁~밤 시간대에 자회사 프로그램을 배치한 건 다소 이례적이다. 이번 편성 변경은 어찌보면 현재 MBC 예능이 처한 위기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김태호 PD+유재석이 돌아온다지만
 
 MBC의 새로운 토요 예능 < 놀면 뭐하니? >

MBC의 새로운 토요 예능 < 놀면 뭐하니? >ⓒ MBC

 
지난 12일 MBC는 올해 하반기를 겨냥한 새 예능 라인업을 공개했다. 가장 큰 눈길을 끈 건 <무한도전>의 주역 김태호 PD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을 달고 돌아온다는 점이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살짝 맛보기로 공개한 <놀면 뭐하니?>가 토요일 저녁 시간대를 책임질 예정이다. 또한 <선을 넘는 녀석들>이 새 시즌으로 귀환하고 그밖에 다양한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도 대기중이다.  

김 PD는 이와 더불어 크라우드 펀딩 개념을 도입한 또 다른 프로젝트를 마련중이어서 그간의 공백기에 아쉬움이 많았던 시청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놀면 뭐하니?>는 방송도 하기 전에 일찌감치 광고 완판을 앞두는 등 김태호+유재석 조합은 여전히 시청률 보증 수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소식은 역설적으로 김태호 PD를 제외하면 MBC 예능이 확실하게 내밀 수 있는 새 카드가 아직도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태호 PD가 휴식기를 가진 1년 반 가까운 시간 동안 그 빈 자리를 전혀 메우지 못해 결국 당사자가 다시 그 자리에 서야 한다는 건 말 그대로 고육지책이다.  

지상파 위기의 시대... 쉽지 않은 예능 왕국 재건
 
 올해 인기리에 방영된 < 선을 넘는 녀석들 >은 하반기 세번째 시즌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올해 인기리에 방영된 < 선을 넘는 녀석들 >은 하반기 세번째 시즌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MBC

 
MBC에선 지난해 <전지적 참견시점>, 올해 <구해줘 홈즈>가 각각 토-일 밤 안착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정도로는 과거 '예능 왕국' MBC의 위상에 한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게다가 <전지적 참견시점>은 최근 고정 출연중이던 매니저들의 잇단 하차로 인해 불과 1년 만에 급락세를 보이는 등 빨간불이 켜진 실정이다.

뭔가 문제가 벌어졌다면 재정비를 하는 등 빠르게 대응해야 했지만 지금의 MBC에선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 인기 프로를 탄생시켰던 제작진 다수는 속속 종편 혹은 CJ ENM으로 대표되는 케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이들의 공백은 여전히 메워지지 않고 있다.

수년간의 파업 후유증이 여전히 일선 현장에 존재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를 감안하고 프로그램을 시청하진 않는다. 재미가 없으면 당연히 채널은 타 방송사로 이동하기 마련이다. tvN, JTBC 등이 두세 걸음 이상 빠른 보폭으로 앞서가는 동안 MBC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도 시청점유율 산정 결과'에선 CJ ENM이 근소한 차이지만 지상파 MBC를 앞질렀다. 또한 방송문화진흥회의  경영평가에서도 MBC는 지상파 방송 중 핵심 시간대 가구시청률이 최하위로 나올 만큼 경쟁력이 좋지 못하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선 자신들만의 킬러 콘텐츠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무한도전> 종영 이후 연일 고전중인 주말 저녁 예능
 
 최근 MBC에브리원이 새롭게 선보이는 < 세빌리아의 이발사 > 중 한 장면.  편성 조정을 통해 매주 금요일 저녁 MBC 지상파 방영을 확정지었다.

최근 MBC에브리원이 새롭게 선보이는 < 세빌리아의 이발사 > 중 한 장면. 편성 조정을 통해 매주 금요일 저녁 MBC 지상파 방영을 확정지었다.ⓒ MBC에브리원

 
최근 MBC의 주말 저녁 시간대는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파행 운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토요일 <무한도전> 종영 이후 동시간대 후속 프로로 등장했던 <뜻밖의 Q>, <언더나인틴>은 참패를 기록했다.  그나마 <선을 넘는 녀석들 - 한반도> 편이 선전을 펼쳤지만 시즌 종영 이후엔 새 프로그램이 전혀 배치되지 못한 채 전날 방영된 <나 혼자 산다> 재방송으로 시간을 메우고 있다.  

일요일 저녁도 사정은 비슷하다. <복면가왕>이 그나마 고군분투중이지만 뒷 시간대에 나온 <두니아>, <궁민남편>은 큰 인기를 얻지 못한채 쓸쓸히 종영을 맞이했다. 파일럿으로 방영된 <가시나들>이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 화제성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고 현재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재방송이 전파를 타고 있는 실정이다.   

금요일 밤 <뉴스데스크> 이후 1시간 30분 안팎의 시간에도 공백기가 지속되면서 기존 MBC 타 프로들이 '스페셜'이란 이름을 달고 재탕 운영될 정도다. 일단 '선 케이블-후 지상파 방영'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금요일 빈자리에 투입, 급한 불 하나를 끈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재방송으로 떼우는 시간대가 아직도 많다는 건 변변한 후속 새 프로그램을 여전히 마련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MBC가 장기적인 안목의 편성 기획 부재 상황에 놓였음을 노출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미적거리는 식의 대응으론 갈수록 치열해지는 채널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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