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래나 그림에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을까? 아마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 것이다. 남매인줄 알았던 불치병 환자의 로맨스라거나, 거대한 재난 상황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타인을 위해 몸을 내던지는 '이야기'에 눈물 흘리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어떤 예술적인 경험, 영감만으로 눈물이 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오랜만에 내게 그런 완벽한 경험을 선사했다. 바로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이다. 현재 월드투어로 오는 8월 25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잭 블랙이 주인공을 맡아 열연한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락스타가 되고 싶었던 실패자 듀이가 몰래 학교 선생님으로 위장 취업해 학생들과 밴드를 조직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공연 장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공연 장면.ⓒ 서정준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극의 내용, 서사가 형식과 잘 맞물리는 작품이다. 아주 명확한 기획 의도가 관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특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 듀이 역을 맡은 코너 글룰리의 연기를 보면, 듀이는 굉장히 몸, 손동작을 크게 쓰고 과장된 액션을 많이 선보인다. 이는 2~3층까지 관객들이 있는 대극장 뮤지컬에서도 잘 보이게끔 디자인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어린 아역배우들에겐 가급적 단순하며 큰 몸동작이 액션으로 주어진다. 물론 원래 그런 캐릭터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극의 내용과 형식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조화로운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런 면이 극대화되는 부분이 바로 마지막에 벌어지는 밴드 공연이다. 두 시간 넘게 쌓아올린 극적 서사가 폭발되는 데서 오는 감동도 있지만, <스쿨 오브 락>의 톤앤매너에 감동이 담겨 있긴 해도 눈물을 자아내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관객이 앉아있던 샤롯데씨어터가 바로 밴드의 공연 순간 '스쿨 오브 락' 밴드의 공연을 보기 위한 공연장으로 변했고, 나는 정말 '펑펑' 울면서 스쿨 오브 락 밴드를 향해 소리 지를 수밖에 없었다.

무대와 객석의 벽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깨는 <스쿨 오브 락>

무대와 객석은 본질적으로 서로 넘어서지 못할 공간이다. 예컨대 <라이온 킹>이나 <캣츠>에서 동물들이 객석을 거닐며 관객들과 스킨십을 하더라도 그것은 오프닝에서, 혹은 인터미션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야기 자체는 결국 무대에서 이뤄지고 관객은 그것을 지켜본다. 혹은 처음부터 제4의 벽을 깨버린 채 관객과 소통하며 이뤄지는 극도 있지만 그것은 내가 관객으로서 극에 참여한다는 개념을 오히려 확고하게 해준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공연 장면.

뮤지컬 <스쿨 오브 락> 공연 장면.ⓒ 서정준

 
그런데 <스쿨 오브 락>은 지금까지 서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던 내가 사실은 서사의 클라이막스를 함께하는 관객으로 변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4의 벽을 이렇게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깨는 장면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극 내에서의 완벽한 서사적 구조나 뛰어난 연기만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관객과 배우의 일체감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순간은 뮤지컬 역사상 손에 꼽을 명장면이 아닐까. 또 이런 모든 장면을 높은 완성도로 소화해냈기에 이런 메시지가 촌스럽거나 가볍게 다가오지 않는다. 코너와 학생들은 물론 네드와 패티, 교사들까지 모든 배우들이 빼어난 연기와 노래, 연주를 선보인다.

이런 내용과 형식의 일치 서사와 메시지 역시 단순하지만 감동적이다. 사실 '락'은 우리에게 어떤 '촌스러움'과 동의어에 가까울 수도 있다. 과거의 상징, 건드려선 안될 금기 정도로 취급 받으며, 전설과 신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락을 <스쿨 오브 락>에선 조금 더 편안하게 전달한다. '락'이 어떤 음악적 장르나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계급적 구조를 넘어서는 '정신'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야말로 '사람이 먼저'라는 인본주의적 정신이 아닌가. 여전히 나에게 '락음악'은 어렵거나 때론 너무 시끄러운 음악이지만, '스쿨 오브 락'의 가르침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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