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포스터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포스터ⓒ (주)디스테이션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 곳에 위치한 저택. 이곳에는 블랙우드가의 두 자매와 줄리안 삼촌(크리스핀 글로버)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두 자매 가운데 언니 콘스탄스(알렉산드라 다드다리오)는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탓에 저택 밖으로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는 처지이고, 덕분에 동생 메리캣(타이사 파미가)만이 주기적으로 마을을 오가며 생필품을 구해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 두 자매와 사촌 사이임을 자처하는 찰스(세바스찬 스탠)가 저택을 방문하게 된다. 잠시 머무르다 떠날 것 같았던 그는 생각보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게 되고, 그럴수록 찰스를 향한 메리캣의 경계 심리는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자신들만의 성에 갇힌 채 살아가는 자매에게 어느 날 사촌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셜리 잭슨의 동명 소설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스틸 컷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스틸 컷ⓒ (주)디스테이션

 
성에 갇힌 채 살아가는 자매... 이들에게 벌어진 일

두 자매가 살고 있는 블랙우드가 저택에서는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가족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이 와중에 콘스탄스와 메리캣 그리고 줄리안 삼촌만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콘스탄스가 이번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하지만 법정에서 그녀는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대저택에서 부를 누리며 호화롭게 살아가던 블랙우드가 사람들. 이들을 향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이번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해당 현상은 더욱 증폭되어간다. 일가족을 보는 마을의 시선은 혐오를 넘어 어느덧 증오의 감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 때문에 콘스탄스는 저택을 벗어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공포증을 앓게 됐으며, 그녀 대신 마을을 오가던 동생 메리캣 역시 방어기제에서 비롯됐을 법한 편집증에 시달리게 됐다.

마을에 다녀올 때마다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메리캣은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외부인들을 향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마을과 저택 사이의 완충지대이자 메리캣만의 사적 공간이기도 한 비밀의 숲에서 그녀는 블랙우드가와 언니를 지키기 위한 독특한 의식을 치르곤 했다.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스틸 컷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스틸 컷ⓒ (주)디스테이션

 
이런 상황에서 사전 예고 없이 블랙우드가 저택으로 들이닥친 사촌 찰스. 그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콘스탄스와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럴수록 메리캣은 불안감에 어쩔 줄을 모른다. 콘스탄스와 메리캣의 사이를 파고들어 계속해서 그 간극을 넓히려는 듯한 느낌은 메리캣을 불길한 기운에 빠져들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블랙우드가 일가족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기록을 남기려던 줄리안 삼촌에게도 찰스의 등장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폭주하는 찰스의 욕망,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콘스탄스의 어색한 미소가 늘어갈수록 블랙우드가의 저택은 점차 돌이킬 수 없는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간다.

편 가르기로 인한 갈등 풍자적으로 묘사

블랙우드가의 저택 한 쪽 벽에는 일가족의 모습이 담긴 커다란 그림 한 점이 걸려있다. 메리캣은 흡사 그 그림을 찢고 방금 밖으로 뛰쳐나온 듯한 외양을 갖췄다. 이웃들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언제나 등을 구부정하게 구부린 채 힘없이 발걸음을 옮기던 그녀만의 독특한 행동, 아울러 언니의 안녕을 바라고 주문을 외우며 모종의 의식을 치르던 그녀의 모습은 블랙우드가 저택이 내뿜던 그 분위기와 사뭇 닮아 있었다.

거대한 저택의 굳게 닫힌 문 안쪽은 증오의 시선 일색인 바깥세계로부터 블랙우드가의 자매를 완벽히 차단하며 안락함을 제공해주는 듯싶지만 사실 저택 안을 둘러싼 공기는 무언가가 곧 터질 듯 불안한 기운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는 역할은 사촌인 찰스가 도맡는다. 콘스탄스의 미소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고, 메리캣의 편집증적인 증세가 더욱 도드라지는 것도 바로 이 즈음이다.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스틸 컷

영화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스틸 컷ⓒ (주)디스테이션

 
저택 바깥쪽 세상과 안쪽 세상을 극명하게 가르는 건 과연 무얼까? 두 자매는 어쩌다 성에 갇힌 채 외부세계와 철저히 차단된 걸까? 표면적으로는 일가족 살인사건 때문으로 읽히지만, 보다 내밀한 측면을 살펴보면 이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편 가르기에 가깝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처럼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로 극명하게 갈린 세상은 언제든 갈등이 일시에 폭발할 수 있는 인자를 안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영화는 일가족 살인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여기에 이웃과 동떨어진 적막한 분위기의 저택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평범해 보이지 않는 두 자매를 등장시키면서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편 가르기로 인한 갈등, 그리고 편견적 시선에서 비롯된 마녀사냥 등을 풍자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날이 올거야(https://newday2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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