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복직촉구 35차 결의대회. 작년 11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3시에 열렸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복직촉구 35차 결의대회. 작년 11월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3시에 열렸다. ⓒ 박순영

 
16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문체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자 복직 촉구 35차 결의대회가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국립오페라합창단 지부는 지난 11월부터 매주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공공운수노조원 40여명이 참석했다. 

문대균(42)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 지부장과 동료 1명은 하루 전날인 15일 단식 투쟁을 선포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복도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오랜 시간 결의대회를 이어 오던 이들이 최근 들어 투쟁의 강도를 높인 이유는 최근 문체부 측에서 이들에게 합창단원이 아닌 사무실 계약직 1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문 지부장은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체부가 제시한 사무직 1년 계약직은 우리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성악가에게 생명과도 같은 노래를 걸고, 다시는 노래를 못하게 되더라도 부당하게 해고된 것을 인정받고 복직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결의대회 35주차에서 문화공연으로 투쟁에 기운을 북돋은 가수 임정득.

결의대회 35주차에서 문화공연으로 투쟁에 기운을 북돋은 가수 임정득. ⓒ 박순영

 
이날 결의대회는 김성수 조직국장의 대오정리 순서에 이어 민중의례, 그리고 고동환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본부장의 여는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투쟁사를 한 박주동 민주노총서울 남동부지구의장은 "2002년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처음 뽑을 때는 국립이라고 해놓고, 2009년에 해체할 때는 (합창단원이) 임의기구이고 공적 조직이 아니라고 했다. 이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국가의 명칭을 도용한 것이다"라며 "해외공연 다닐 때 다 국립이라고 했다. 국민을 상대로 사기친 것이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어느 누구도 이것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들은 자신들이 국립인 것으로 알고 있다가, 영문도 모른 채 한순간에 국립이 아닌 걸로 된 뒤 해체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용순옥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은 투쟁사에서 "이 정권의 문화정책과 노동정책이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의대회 마지막 순서로 문체부 사무실에서 단식투쟁 중인 문대균 지부장과의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문 지부장은 옥상에서 손을 높이 들어 흔들며 자신이 잘 있음을 알렸다.

결의대회 후 단식농성이 이뤄지고 있는 복도에서 만난 문 지부장은 '당시 월급은 얼마였냐'라는 질문에 "당시 못 받을 때도 있었고, 받으면 20만 원, 그게 시세가 좀 나아져서 2008년 쯤에야 70만 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반주자까지 전체 40명이었던 오페라합창단 단원에 쓰이는 예산이 당시 약 3억에서 4억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문 지부장과 함께 농성을 하고 있는 동료는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창단한다는 공문이 당시 전국대학에 다 보내졌었다. 나는 대학원 졸업 무렵이어서 마침 입단하게 되었다"라면서 "특히 결혼해 아이아빠가 되는 단원의 경우 그 월급으로는 버티기가 힘들어 이직률도 높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지부장은 "(열악한 상황임에도) 우리가 오페라합창단에 2002년부터 해산될 2008년까지 계속 있었던 것은 클래식 합창과는 다른 '오페라'라는 장르만의 무대, 연기하는 것의 매력 때문이었다"라면서 "첫해에 내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다, 그 다음해가 되면 다음 단장님 때는 된다 등 계속 기다려만 왔다. 2009년 해체 복직투쟁을 하면서 지금 정권이 되고 나서는 그래도 복직이 되겠지라고 희망을 가졌는데..."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문지부장은 "국립오페라단에는 예술가가 아무도 없다. 다 사무실 직원밖에 없다"라면서, "노래하는 사람한테, 단원이 아니라 사무실 직원으로 일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국립으로서의 중장기적인 발전방향이 없고 저렇게 기획사처럼 운영할 거면 오페라단을 왜 조직했는지 모르겠다"라고 일갈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2002년 오페라 공연 때마다 합창단을 뽑아야 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창단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국립합창단이 있는 상황에 별도의 합창단을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2009년 1월 해체를 발표했다. 이후 문화계가 반발하자 문체부는 '나라오페라합창단'을 만들어 한시적으로 운영했지만 쭉 이어지지는 못했다. 조합원들은 문체부측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플레이뉴스에도 함께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국립오페라합창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