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송강호, 고 전미선 배우 추모 15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에서 배우 송강호가 고 전미선 배우와의 촬영 당시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추모의 말을 한 뒤 입을 앙다물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오로지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든다는 목표를 위해 뜻을 함께한 세종과 불굴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4일 개봉.

▲ '나랏말싸미' 송강호, 고 전미선 배우 추모 15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에서 배우 송강호가 고 전미선 배우와의 촬영 당시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추모의 말을 한 뒤 입을 앙다물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오로지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든다는 목표를 위해 뜻을 함께한 세종과 불굴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4일 개봉. ⓒ 이정민


"너무 안타깝고 슬픈 일입니다. 감독님 이하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슬픔 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송강호)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습니다.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해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 보시는 분들도 이 작품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박해일)

 
1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나랏말싸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배우와 제작진은 얼마 전 고인이 된 배우 전미선을 추억하고 추모했다.
 
<나랏말싸미>는 문자와 지식을 권력으로 독점했던 시대, 모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의 마지막 8년을 담은 영화다. 나라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임금 세종(송강호 분)과 가장 천한 스님 신미(박해일 분)가 만나 백성을 위해 뜻을 모아 나라의 글자를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 15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에서 조철현 감독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오로지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든다는 목표를 위해 뜻을 함께한 세종과 불굴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4일 개봉.

▲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 15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에서 조철현 감독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오로지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든다는 목표를 위해 뜻을 함께한 세종과 불굴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4일 개봉. ⓒ 이정민


영화는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신미대사를 한글 창제의 주역으로 그린다. 조철현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한 배경에 대해 "몇 년 전 방문한 해인사 대장경 테마파크에서 대장경이 인도, 티베트, 중국, 송나라, 거란, 여진, 고려, 일본으로 전파되는 과정이 표시된 지도를 봤다. 저 지도는 대장경 로드일 뿐 아니라 표음 문자의 로드일 수도 있다는 영감을 받았다. 또, 고려대 정광 명예교수님이 쓴 <한글의 발명>이라는 책에서 아시아 표음 문자는 모두 스님들이 만들어졌다는 글을 봤다.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여러 책을 읽고, 학계 분들과 상의하고 연구하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신미스님 역할을 맡은 박해일은 "이 영화 시나리오를 통해 신미스님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이 영화를 관람해주실 많은 분들이 이 '신미'라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함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스님이라는 캐릭터에 맞췄고, 문자와 언어에 능통한 인물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연구했다"고 말했다.
 

'나랏말싸미' 가장 낮은 곳에서 높은 곳까지! 배우 박해일, 전미선, 송강호와 조철현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나랏말싸미>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임금 '세종'과 억불정책으로 인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승려 '신미', 그리고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이 신분과 종교를 뛰어넘어 오로지 한글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모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7월 24일 개봉.

지난 6월 25일,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던 고 전미선 배우와 송강호, 박해일, 조철현 감독. ⓒ 이정민

 
조철현 감독은 "영화의 구도는 한 명의 대장부와 두 명의 졸장부"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대장부는 고 전미선이 연기한 소헌왕후, 두 졸장부는 송강호와 박해일이 연기한 세종과 신미다.
 
조 감독은 "극 중 세종에게 소헌왕후가 처음으로 따끔하게 일침하며 '백성들은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 대사는 전미선 배우가 직접 만든 대사"라고 말했다. 그는 "(그 부분 대사가) 잘 써지지 않아 전미선 배우에게 부탁했는데, 마지막으로 직접 만든 대사를 남긴 셈이 됐다. 이 말은 모든 지도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조철현 감독은 전미선 배우를 언급하며 여러 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영화에는 소헌왕후의 죽음을 추모하는 천도재 장면이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소헌왕후를 연기한 실제 배우의 죽음이 연상될 수밖에 없었다. 조 감독은 "천도재 장면을 찍을 때도 전미선씨는 그 자리에 없었다. 가이드 음악을 틀고 촬영하는데, 궁녀 역할 하는 배우들이 많이 울어서 연출자로서 울지 말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나랏말싸미' 박해일, 고 전미선 배우를 기리며 15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에서 고 전미선 배우와의 촬영 뒷이야기를 전한 배우 박해일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나랏말싸미>는 오로지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든다는 목표를 위해 뜻을 함께한 세종과 불굴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4일 개봉.

▲ '나랏말싸미' 박해일, 고 전미선 배우를 기리며 15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에서 고 전미선 배우와의 촬영 뒷이야기를 전한 배우 박해일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나랏말싸미>는 오로지 백성을 위한 문자를 만든다는 목표를 위해 뜻을 함께한 세종과 불굴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4일 개봉. ⓒ 이정민

 
송강호는 "천도재 장면을 찍을 때는 사실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촬영을 마치고 빨리 서울로 올라갔던 기억이 있는데, 영화가 완성된 뒤 이런 일도 있고 나니 (그 장면을 볼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잠함이 있더라. 의도치는 않았지만 이 영화의 슬픈 운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슬픈 영화가 아닌,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전미선 배우에 대한 추모의 마음과 함께, 송강호는 영화의 메시지에도 주목해줄 것을 부탁했다. "너무 안타깝고 슬픈 일을 겪었지만, <나랏말싸미>가 세종대왕이 느끼셨을 외로움과 고통에 대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영화가 되길 바란다"면서 말이다.
 
송강호는 "세종대왕은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다뤄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성군이시기 때문에 각자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세종대왕 이미지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기존 세종대왕에 대한 이미지가 아닌,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예술가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또, 한글 창제 과정에서 세종대왕이 느끼셨을 고뇌와 외로움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도 처음인 것 같다. 세종대왕이라는 보이지 않는 이미지에 갇힌 위대한 성군의 모습을 차곡차곡 새로 그려낸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나랏말싸미>는 고 전미선 배우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인터뷰, 무대인사 등 공식 홍보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포토타임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간담회 시작에 앞서 영화사 두둥의 오승현 대표는 무대에 올라 "전미선 배우의 비보를 접하고 모두 충격에 빠졌다. 영화가 잘되고 안 되고를 떠나, 애도가 먼저라는 마음에 개봉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분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화를 많은 분들이 보고 기억해주시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일정을 최소화하고 개봉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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