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까지 개최된 2019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세계 194개국의 2500여 명의 선수 외에도 대회 관계자, 기자 등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17일, 또는 그 이상의 기간을 광주에 찾아 한국 문화와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국가, 많은 민족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도 여러 에피소드가 된다.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내의 여러 에피소드 8개를 뽑아 정리했다. 선수들이 겪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부터, 기자들과 대회 관계자들의 에피소드, 그리고 경기 도중의 이야기까지 담아보았다.

#1 여기 광주인데... '평창' 로고가 있다?
 
 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현장의 임시 화장실에 평창올림픽 당시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현장의 임시 화장실에 평창올림픽 당시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장식

 
경기장부터 선수들이 사는 선수촌에 이르기까지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곳곳에는 1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의 흔적이 남아있다. 평창 올림픽 곳곳을 채웠던 서울텐트 사의 대형 텐트가 경기장과 선수촌 등 곳곳을 채워 여러 용도로 쓰이는가 하면, 야외에 개설된 임시화장실 세면대에는 '이 물을 마시지 마시오'라는 안내 위에 평창 올림픽 로고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선수촌에도 평창에서 쓰였던 비품이 여럿 쓰였다. 평창 선수촌과 미디어촌에서 다 쓰지 못한 샴푸, 바디워시나 휴지, 비누 등 여러 위생용품이 광주 선수촌과 미디어촌에서 사용되고 있다. 광주 곳곳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대회 관계자들도 평창올림픽 조직위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많다. 광주 대회가 평창의 레거시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광주에서 사용된 여러 제품과 설비는 다시 도쿄로 갈 예정이다. 수구 경기장과 아티스틱 수영, 하이다이빙 등 종목에 쓰인 수조 등이 그대로 분해되어 도쿄 올림픽 때의 경기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광주 곳곳에 '평창'의 흔적이 남았다면, 반대로 도쿄 올림픽의 수영 종목에는 광주의 흔적이 그대로 남게 되는 셈이다.

#2 '불닭라면'이 궁금한 외국 선수들

이른바 '코리안 스파이시 누들'로 통하는 불닭라면류 제품이 외국 선수들과 젊은 대회 관계자에게 인기를 누렸다. 최근 유튜브 등에서 외국인들이 불닭라면에 도전하는 '챌린지'가 성행할 정도이니, 외국 선수들에게는 한국의 '특산물'인 불닭라면이 여기서 꼭 먹어보아야 할 특식이 된 셈이다.

선수촌 인근의 한 마트 점원은 "외국 선수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불닭라면류 파생제품을 찾기도 한다"라면서 "한국인도 먹기에 매운 음식을 서양 선수들이 자기 나라에 가져가려 봉지라면을 사가기도 하고, 컵라면을 한 박스씩 사가기도 한다"라며 이야기했다. 

불닭볶음면과 함께 인기를 차지한 상품은 바나나맛 우유인데, 동양 선수들이 많이 찾는다. 선수촌 일대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바나나맛 우유를 파는 매대가 여기에 있다'고 소개할 정도이다. 붙임성 좋은 외국 선수들은 한국 기자나 선수들에게 '한국에서 유명한 먹거리'를 소개받아 사가기도 했다.

#3 '맥주 4캔 만 원'에 편의점 즐기는 외국 선수들
 
 폐막 전날이었던 27일 밤, 우산동 선수촌 앞 편의점에 선수들이 모여 맥주 한 잔을 기울이고 있다.

폐막 전날이었던 27일 밤, 우산동 선수촌 앞 편의점에 선수들이 모여 맥주 한 잔을 기울이고 있다.ⓒ 박장식

 
우산동 선수촌 바로 앞의 편의점은 밤이 깊으면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가 끝나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난 뒤 뒤풀이로 맥주를 사가려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선수촌 안의 편의점에서는 할인행사 등을 하지 않아서, 외국 맥주를 '네 캔에 만 원'에 파는 선수촌 바깥의 편의점을 많이 찾는다.

외국인 선수들은 자기 나라의 맥주가 편의점에 여럿 있는 것에 놀라는 눈치이다. 자기 나라에서 먹던 것과 향미가 완전히 똑같은 맥주는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향수병을 달래주기도 한다. 편의점에서 만난 한 선수는 "고향에서 먹던 맥주와 같은 맥주를 여기서도 먹을 수 있어서 놀랐다"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우산동 미디어촌 내 편의점에는 한국 맥주와 소주도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외신 기자들의 손이 가장 많이 닿는 제품 중 하나는 한국 맥주이다. 한 기자는 "다른 나라의 맥주보다 맛이 강하지 않아서 가볍게 먹기는 좋다"라며 평을 남겼다. 소주를 사가는 사람들은 있을까. "한번도 사간 사람을 본 적이 없다"라는 것이 아르바이트생의 설명이다.

#4 외국인이 봐도 '나 혼자 산다'는 재밌네

선수들과 미디어들이 이용하는 수송 버스에는 백이면 백 대형TV가 설치돼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정수기가 있고, 휘황찬란한 조명이 반기는' 한국 버스만의 특이한 모습으로 인기가 좋다. 이로 인해 버스 좌석에서 휴대전화 등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외국 선수나 기자들도 적지 않았다.

외국인들이 한국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적지 않다. 뉴스 프로그램에 광주수영대회 관련 뉴스가 나올 때 주변의 한국인에게 "어떤 내용이냐"라며 묻는가 하면,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김연경 배구 선수를 알아보기도 했다. 이들은 <나 혼자 산다> 운동회의 다리찢기 시합을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미국 아티스틱 수영 선수들은 염주체육관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본 브레이킹 댄서 진영의 '좀비 댄스' 강습을 따라하기도 했다. 유연성 좋은 아티스틱 수영 선수들이라지만, 관절을 이리저리 꺾는 본 브레이킹 댄스는 무리였는지 몸을 이리저리 휘두르다 "못 따라하겠다"며 포기했다.

#5 심판들의 '댄싱 퀸' 무대, 10점 만점에 10점?
 
 20일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갈라쇼에서 심판들이 ABBA의 'Dancing Queen'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일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갈라쇼에서 심판들이 ABBA의 'Dancing Queen'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박장식

 
20일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아티스틱 수영 최종전이 끝난 직후에 열린 갈라쇼에서는 '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하게' 경기를 바라보았던 심판들이 하얀색 대회 칼라티를 입고 특별무대를 열었다. 특별무대에서 나온 노래는 'ABBA'의 'Dancing Queen'. 박자에 딱 맞지는 않지만 근엄하던 심판의 반전매력에 관객들은 웃음을 지었다.

반전의 재미가 있었지만, 아무리 잘 보아주려고 해도 칼군무는 아니었던 심판들의 댄스가 끝나자 점수가 나왔다. 결과는 수행력 30점 만점, 예술 표현력 40점 만점, 난이도 30점 만점으로 100점이 나왔다. 관중석에서는 큰 웃음이 터지는가 하면, '아무리 갈라쇼라고 해도 난이도 만점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갈라쇼였기에 가능한, 웃음 가득한 편파판정이었다. 

#6 선수 출입구 앞에는 싸인 행렬이
 
 28일 밤, 남부대 수영경기장에서 관람객들이 러시아 선수들에게 싸인을 받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8일 밤, 남부대 수영경기장에서 관람객들이 러시아 선수들에게 싸인을 받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장식

 
선수들이 경기를 끝내고 나오는 선수 출입구 앞은 언제나 경기를 끝내고 나온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기 위한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선수들의 굿즈와 사진 위에 사인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고, 선수들과 사인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여느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볼 수 있는 사인 받기가 세계수영대회 현장에서도 통한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가장 오래 사인을 해 주고 가곤 하지만, 중국 선수 등 다른 나라의 선수들도 선수를 알아보는 한국인이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사인을 받는 경우도 많다. 한 보안요원은 "한국 관객 분들이 적지 않게 오신다"라며, "선수들에게 선물을 전해주시는 분들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7 한일관계 냉랭하지만... "감사합니다 한국!" 외친 일본 선수

대회 폐막일인 28일, 일본의 세토 다이야(25) 선수가 남자 400m 개인혼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접영과 배영에서 초반 압도적인 스퍼트로 격차를 벌린 세토 다이야 선수는 후반 페이스를 끌어올린 미국의 제이 리더랜드 선수를 상대로 0.27초 차이의 신승을 거두었다. 세토 다이야 선수는 개인혼영 종목 200m 금메달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금메달 들어 보이는 세토 다이야 2019년 7월 28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개인혼영 400m 결승에서 우승한 일본 세토 다이야가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 금메달 들어 보이는 세토 다이야2019년 7월 28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개인혼영 400m 결승에서 우승한 일본 세토 다이야가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일관계가 무역분쟁 등으로 크게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 관중들은 금메달을 획득한 세토 다이야 선수에게 큰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그 반응을 들은 세토 다이야 선수 역시 경기 직후 현장의 공식 인터뷰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한국!"을 외쳤다. 한일관계를 넘어선 스포츠의 힘, '평화의 물결 속으로'의 대회 정신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믹스드존에서 만난 일본 선수단 관계자는 "세토 다이야 선수가 소녀시대의 팬이다. K-POP에도 관심이 많고, 자신의 SNS 등에도 한국 관련 내용을 올리곤 한다. 그래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한 것 같다"라며, "한국말 인사는 응원해준 한국 관객들에게 보내는 고마움의 인사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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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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