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구: 도깨비들의 노래> 공연 중 장면. 김구(김창수) 역의 배우 왕시명.

뮤지컬 <구: 도깨비들의 노래> 공연 중 장면. 김구(김창수) 역의 배우 왕시명.ⓒ 한다프로덕션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뮤지컬이 찾아왔다.

오는 14일까지 대학로 CJ아지트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구: 도깨비들의 노래(이하 구)>는 기존에 익숙한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담은 작품으로 백범 김구가 사망 직전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김구(김창수) 역의 왕시명을 비롯해 남민우, 김광일, 현석준, 임찬민, 오유민, 이진우, 이산하가 출연한다.

뮤지컬 <구>의 장점은 우선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미니멀한 배경 위에서 배우들의 몸동작이 많이 활용되는 무대 연출, 두 명의 밴드로 꾸리는 풍성한 사운드가 그것이다. 우선 배우들의 몸동작이 무척 인상적인데, 극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의 몸이 곧 무대가 되고 연기가 되고 이야기가 된다. 흔히 말하는 '칼군무' 형태의 어떤 춤동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몸을 쓰는 연기 자체가 많이 담겨 있다. 예컨대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는 극 초반부 도깨비들의 안무나 배 위에서의 움직임 등은 춤보다는 동작에 가까운데 그러면서도 춤을 보듯 시선을 끌어 관객의 보는 맛을 살렸다. 통상적으로 대부분의 뮤지컬은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세분화해서 춤을 잘추는 사람, 노래를 잘하는 사람, 연기로 극을 진행하는 사람 등을 나눠서 소화하는데, <구>는 무대에 서는 배우 6명 모두 그것을 해내고 있다.

여기에는 무대에서 땀흘리는 배우들의 공만큼 이들을 한데 묶어낸 창작진의 몫도 크다. 왕시명처럼 오랜 기간 많은 작품에 출연해온 배우들은 물론 대학로에서 떠오르고 있거나 앙상블로 실력을 쌓아온 배우들이 함께했는데 덕분에 익숙한 배우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 신선한 배우들의 숨겨진 실력을 모두 볼 수 있게끔 연출됐다. 특별히 '배우를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기보다는 극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다양한 모습과 목소리가 표현된다. 물론 이것을 무리 없이 소화한 배우들의 솜씨에 감탄을 보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다음으로는 두 명의 밴드가 보여주는 풍성한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드럼, 베이스의 비트감 없이 피아노랑 기타로 꾸리는 사운드는 얼마전 제13회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도 뮤지컬 '이브몽땅'이 보여줬는데, <이브몽땅>이 리드미컬한 연주기법으로 재즈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면 뮤지컬 <구>에서는 좀 더 선율을 강조하며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부드러운 멋을 낸다. 특히나 라이브 밴드가 가지는 장점인 극의 연출과 최대한 조화를 이루는 점이 주목할만 했다.

<구>는 라이브 밴드를 무대 2층 왼편에 뒀는데 일반적으로 무대 뒤편이나 오케스트라 피트에 존재하는 밴드와 달리 밴드와 배우들이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더 잘 드러났다. 특히 2층에서 공연을 볼 땐 넓은 시야로 밴드와 무대, 배우를 모두 볼 수 있어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극장 전체와 관객이 함께 이 극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은 신선하되, 완전히 새로워서 당황스럽지도 않다. 라이브밴드의 활용을 통해 서정적인 음악을 선보이거나 배우들에 대한 집중도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기존에도 해왔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 요소들이 하나로 조합된 뮤지컬 <구>는 상당히 신선했다. '김구'라는 인물의 이야기라는 점이 이 요소들이 신선하게 보이는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는 민족영웅이자 지금도 계속해서 연구 중인 인물이다. 대체로 이런 큰 인물, 특히 우리 역사와 관계된 작품이라면 역사적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하더라도 작품 자체의 규모는 커지기 마련인데 <구>는 어찌보면 도발적인 방식으로 그를 풀어냈다.

다만, '김구 이야기'를 기대하고 간 관객이라면 '김구'가 아닌 주변인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극의 흐름에 실망을 느낄 수도 있다. 극의 분위기나 메시지 역시 '구'보다는 '도깨비들의 노래'라는 부제에 어울리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사적인 플롯보다는 각 장면을 통해 전하는 감정이 더 중요하기에 앞으로의 발전을 통해 어떻게 이런 접점들을 맞춰갈까 궁금해진다.

최근 대학로에선 어떤 성공 공식을 따르기보단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새롭지 않은 듯하면서도 새로운 작품을 계속해서 만나고 싶다는 것이 큰 욕심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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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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