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기획 창

시사 기획 창ⓒ kbs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가하는 '그루밍 성폭력'. 특히 그루밍 성폭력이 위험한 까닭은 미성년자 등을 상대로 할 때가 많고 심리적으로 지배된 피해자가 자신이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다수라 사태가 심각해질 때까지 외부로 잘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방송된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시사 기획 창>은 교회 내 그루밍 성폭력 문제를 다뤘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그루밍 성폭력을 다룬 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방송한 <시사 기획 창>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방송은 '왜 성폭력 목사 문제가 자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가'에 대한 원인을 기독교 교단의 온정주의적인 카르텔 속에서 찾고자 한다. 또 범람하지만 통합되지 못하는 교단 내의 문제가 이러한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목사의 권위를 이용한 성추행과 성폭력
 
대부도에 위치한 한 요양원. 그곳의 운영을 받았던 이는 박아무개 목사였다. 요양원에 환자로 들어간 한 장애인 여성 A씨는 오랫동안 박 목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해왔다. A씨 증언에 따르면, 박 목사가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곳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도 모른다. 너를 봐줄 사람이 없다'며 강제로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목사에게 당한 건 요양원 장애인만이 아니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기 위해 그곳에 들어간 유아무개씨도 피해자다. 피해자 도우미 허남영씨는 방송에서 "(유씨의 경우) 술을 마시고 이튿날 깨어보니 (피해자가) 성폭행 당한 흔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라고 증언했다. 허씨는 이어 박 목사가 가정주부였던 유씨에게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나와 육체적 접촉이 있었던 것을 남편과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유씨는 그로부터 8년 동안 요양원에서 목사에게 폭행과 성폭행을 당하며 요양원 식구들을 보살피며 살아가야 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피해자 유씨는 "도망쳐 나와봤자 붙들리니까 시도도 못했다. 나라는 사람이 그냥 (나 자신을) 포기한 거다"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박 목사는 유씨의 통장까지 압수하는 등 경제적 이권까지 빼앗았다고 한다.
 
유씨 증언에 따르면 박 목사는 '목회자는 하나님 아버지가 정해주신 자리라 자신의 말을 안 들으면 아들, 딸까지도 멸망한다며 복종하고 순종하라'라는 말로 유씨를 옭아맸다. 이후 유씨는 상황을 알게 된 주변 다른 목사들의 도움으로 탈출해 박 목사를 성폭행과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박 목사는 자신과 유씨가 연인 관계라 주장하고 있다.
 
치유하려 찾은 곳에서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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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기획 창ⓒ kbs1


방송은 이어 부산광역시의 한 교회로 카메라를 향한다. 이아무개 목사는 교회 상담센터를 찾아온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하여 고소당한 상태다. 이 목사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온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상담과 치료 과정이라며 아랫배를 만지고 스킨십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이어갔다. 피해자는 이 목사가 "여자는 아랫배가 따뜻해야 한다면서 아랫배를 만지고, 그러다가 바지 안으로 손이 들어가고, 끌어안고(그랬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례가 더욱 심각한 건 이 목사의 이런 범죄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는 이미 2년 전 다른 교회에서 성추행을 저질러 목사직을 그만둔 전력이 있다. 당시 피해자였던 황아무개씨는 "당시 사모(목사부인)가 찾아와 (이 목사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평상 사죄하며 살겠다라고 했었다"라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정황을 밝혔다. 이 목사는 본인의 성추행이 논란이 되자, 피해 여성이 문란하다는 식의 소문을 내는 등 부적절한 행위 또한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피해 여성 4명에게 고소당한 이 목사는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현재 수감중이다. 이 목사는 법의 심판을 받았지만, 피해 여성들은 여전히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이 목사가 면직 처분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오면 다시 목회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범죄를 저질러도 면직만 안 되면 여전히 목사

 
이어 카메라가 찾아간 곳은 인천의 한 교회. 이곳에선 매주 일요일마다 담임 목사 퇴진 집회가 열린다. 이 사태의 발단은 이 교회의 담임 목사 아들로, 청년부를 맡았던 김목사가 청년부 여성들을 장기간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이 터진 후 충격을 받고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매주 일요일 이곳에 모여 퇴진 예배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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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김아무개 목사가 피해 여성들이 미성년자였을 때부터 '비밀연애'라며 성적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 교회 전 교인은 "(김 목사가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난 1000명이랑 관계를 해도 무죄다. 난 결혼도 안 했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 하더라"라며 "(김 목사도) 정신적으로 심각하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김 목사의 아버지인) 담임목사는 처음에는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듯했지만 결국 말을 바꿨다. 거짓말을 하면서... 내 아들은 잘못이 없다, 피해자들이 꽃뱀이다,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이단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 목사는 '사랑한다', '평생 볼 사람이다'라는 말로 피해자들을 구슬렸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목사'라는 신뢰감을 바탕으로 중학교 때부터 오랫동안 그에게 심리적으로 지배를 당한 것이다. 현재 피해자들은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고 대인 기피 증세를 보이거나 심지어 죽고 싶다며 힘들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 뿐만이 아니다. 한 피해자의 엄마는 자신이 딸을 교회로 인도해 그런 일을 당하게 한 것 같다면서 괴로워했다.
 
김 목사는 현재 청소년 보호법을 비롯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5가지 혐의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하지만 그 역시 목사직에서 면직 당하지 않아 처벌을 받은 후 다시 목사를 할 수도 있다. 교회를 떠난 교인들을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퇴진을 거부하고 있는 김 목사의 아버지 담임목사 때문이다.

교회 측 일부 신도들은 김 목사와 피해자들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내보이며 단지 나이 차가 나는 연애라 주장하며 그루밍 성폭력을 부인한다. 담임목사를 대신해 제작진을 만난 한 교인은 "증거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루밍 성폭력이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당연히 담임 목사는 끝까지 교회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용서하고 사과하면 품어주는 교회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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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교회법은 이단을 주장하거나 불법적으로 교목 활동을 하지 않는 한 면직을 하지 않는다. 일반 직장들이 금고 이상의 형벌을 받았을 때 면직 당하는 것과 다르다. 그렇기에 중범죄로 징역을 살아도 목사직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물론 그들을 면직시킬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중대한 사안이라면 목사들의 모임인 노회에서 재판을 거쳐 면직을 결정할 수 있다. 방송은 최근 언론에 오른 30여 건의 목회자의 성범죄 중 목사가 면직된 사례는 5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은 상습 성추행으로 한 교회를 떠난 전아무개 목사의 사례를 전했다. 전 목사는 교인들의 면직 요청에 따라 교회를 떠났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 홍대 지역에 개척 교회를 세운 뒤 목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씨는 2012년부터 7년째 목회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은 그가 다시 교회를 세우고 목회활동을 벌일 수 있는 이유가 노회가 그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를 면직한 사례도 있다. 한신대학교 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박아무개 목사는 여학생을 성폭행했다. 이와 관련 학교측은 진상조사를 거쳐 연 징계위원회에서 박 교수의 파면을 결정했고 노회 또한 면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아주 극히 드문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한 교회에서 문제를 일으켰더라도 다른 교회로 옮겨 가 목회를 하고, 심지어 이 교단에서 면직을 당하면 다른 교단으로 옮겨 다시 목사가 되기도 하는 게 현실인 것이다. 방송은 교단의 수가 너무도 많은 상황이 이러한 목회자의 부도덕한 조건을 방기한다고 성토한다. 방송에 나온 전문가들은 과거에 잘못했더라도 진심으로 참회하면 하나님이 다 용서해주셨을 것이란, 기독교적 온정주의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온정주의의 이면에는 목사는 목사편이라는 교회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밝힌다.
 
방송에서 송원영 건양대 심리 치료학과 교수는 "가해자가 합리화를 반복하다 보면, (성폭력은) 죄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된다"라며 "돌아보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는 고립된 시스템을 가진 곳일 경우 이런 일(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끝으로 '교단을 초월한 성범죄 등 중범죄에 대한 통합적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일부에선 '교단'이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니 범교단적 데이터 베이스라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과 함께 말이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신도를 보유하고 있는 기독교계가 최근 들어 더욱 자주 불거지고 있는 목회자의 성범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갈지, 과연  스스로 상식적이고 사회적인 책무를 스스로 짊어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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