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ST 강자인 벤, 오디션 프로 출신 송하예, 아프리카TV 인기 BJ 황인욱 등은 최근 발라드 열풍을 주도하는 인물들이다. (사진 왼쪽부터)

드라마 OST 강자인 벤, 오디션 프로 출신 송하예, 아프리카TV 인기 BJ 황인욱 등은 최근 발라드 열풍을 주도하는 인물들이다. (사진 왼쪽부터)ⓒ 메이저나인, 더하기미디어, 하우엔터테인먼트

 
아스팔트가 절절 끓는 무더위가 일상으로 불쑥 들어온 요즘, 주요 음원 순위에서 특이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바로 발라드 노래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멜론, 지니, 벅스 등 음원 사이트를 비롯해 종합 순위인 가온차트의 상위권을 발라드가 점유하고 있다.

'헤어져줘서 고마워'(벤), '술이 문제야'(장혜진+윤민수), '솔직하게 말해서 나'(김나영),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임재현), '너에게 못했던 내 마지막 말은'(다비치), '니 소식'(송하예), '포장마차'(황인욱) 등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여름=댄스, 가을+겨울=발라드 공식이 2019년, 올해만큼은 일치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코인노래방 문화가 요즘 발라드 인기몰이에 일조? 
 
 국내 코인 노래방 기기 점유율 1위 업체 TJ미디어의 주간 이용곡 순위에선 발라드 신곡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코인 노래방 기기 점유율 1위 업체 TJ미디어의 주간 이용곡 순위에선 발라드 신곡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TJ미디어

   
지난 수년간 6~7월에 인기를 얻은 발라드 곡들이 없진 않았다. 지난해엔 닐로, 폴킴 등이 강세를 보였고 2017년엔 R&B 성향의 헤이즈,  정통 발라드를 앞세운 황치열 등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올해처럼 여러 곡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한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더위에 전혀 영향 받지 않는 요즘 발라드 열풍은 그간 언급되던 SNS를 통한 인기 뿐만 아니라 코인 노래방 문화와도 일정 부분 맞물리고 있다.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대학가 등 젊은 층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조금씩 등장하던 코인노래방은 이제 지역을 가리지 않을 만큼 널리 정착되었다.

특히 낮시간에도 짬짬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에서 사람들이 주로 부르는 곡은 상당수가 발라드다. 고음역대를 소화하는 발라드는 자아도취 혹은 자기과시적인 측면에서 가장 최적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국내 코인 노래방기기 점유율 1위 업체 TJ미디어의 이용곡 순위, 인터넷 노래방 사이트 '질러' 순위를 살펴보면 발라드 신곡 위주로 음원 순위 상위권과 상당 부분 겹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윤종신, 하은, 엠씨더맥스 등 발표된 지 시간이 좀 지난 노래들도 이곳에선 여전히 인기곡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거물급 아이돌 그룹 일시 부재도 한몫

더구나 일부 팀을 제외하면 매년 여름 강세를 보이던 아이돌 그룹의 댄스 성향 곡들을 올해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난해엔 방탄소년단(5월, 8월), 블랙핑크, 워너원(이상 6월) , 트와이스, 에이핑크(이상 7월) 등이 연이어 신곡을 내놓으며 음원 순위를 석권했지만 올해엔 상당수가 올해 초반 1/4분기를 중심으로 일찌감치 새 음반을 발표한 탓에 자연히 시간이 지나며 이들의 곡들은 어느 정도 빠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인기 팀들의 빈자리는 상당수 발라드 곡이 메워주는 형국이다.

따라서 주로 해외 순회 공연 위주 활동을 펼치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의 신곡이 나올 하반기엔 지금의 발라드 고착화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음악적 고민 없는 발라드 대량 생산
 
 음원 서비스 멜론의 주간 순위.  상위 6곡 중 청하의 노래를 제외한 나머지 5곡이 모두 발라드다.

음원 서비스 멜론의 주간 순위. 상위 6곡 중 청하의 노래를 제외한 나머지 5곡이 모두 발라드다.ⓒ 카카오M

 
한편 요즘 인기를 얻는 발라드 곡들의 상당수는 과거 1990~2000년대 사랑 받던 정통 발라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R&B나 힙합의 요소를 적당히 가미해 최근 몇 년 사이 주목 받던, 이른바 '변형' 발라드들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다.

이를 두곤 복고(레트로) 취향이 음원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항간에서 제기하는 일부곡의 음원 사재기 논란과 별개로, 일부에선 새로움 혹은 파격보단 안전 지향+보수적인 선택의 결과물이 아니겠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피아노와 현악기를 중심으로 후반부 극한의 고음 지르기로 이어지는, 다소 뻔한 진행 방식이 다수인데다 발라드의 핵심인 가사에서도 과거 명작 대비 완성도가 떨어지는 사례도 발견된다. 이렇다보니 음악적 성취라는 측면에선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조악한 작품들도 존재한다.

일회성 싱글 중심의 발라드 곡이 양산되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과거 이문세, 김현식부터 김동률, 이소라 등이 일정한 흐름과 주제를 갖고 여러 곡을 모아 양질의 음반을 내던 때와 달리, 지금은 낱개의 노래를 그때그때 내놓다보니 때론 몰개성의 엇비슷한 곡들끼리 소모적인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제작비 부담, 자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안전주의, 단발성 인기만 노린다면 이는 자칫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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