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표팀 브라질이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 정상에 올랐다.

▲ 브라질 대표팀 브라질이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 정상에 올랐다. ⓒ 브라질 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쳐

  
브라질이 '남미 축구의 최강자'가 되어 돌아왔다. 12년 만에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한 것이다. 무엇보다 브라질로서는 '네이마르 원맨팀'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낸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브라질은 지난 8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에서 열린 페루와의 2019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3-1 승리를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치치 감독 부임으로 한층 달라진 브라질

브라질은 2002 한일 월드컵 우승 이후 네 차례 대회에서 번번히 정상 문턱에 도달하지 못했다. 특히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독일에 1-7 대패라는 '미네이랑의 비극'을 연출하며, 축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남미 대륙에서 열리는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더더욱 자존심을 구겼다. 브라질의 마지막 우승은 2007년이었다. 이후 2011년(8강)과 2015년(8강), 2016년(조별리그 탈락) 모두 4강에도 오르지 못하며 망신을 당했다.

'축구 하면 브라질'이라는 공식도 옛 말인 듯 보였다. 브라질의 암흑기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2016년 여름 카를로스 둥가 감독이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탈락의 성적 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치치가 바통을 넘겨받은 것이 터닝 포인트였다.

치치 감독은 팀을 빠르게 정비하며 내용과 결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예선 7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브라질을 지휘하며 무패를 기록했고, 결국 브라질을 1위로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는 벨기에에 막혀 4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치치 감독은 브라질 국민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다. 빠른 공수 전환, 강도 높은 압박, 짜임새 있는 공수 밸런스로 팀을 안정적으로 구축했기 때문이다. 

결국 치치 감독은 이후에도 대표팀을 지휘하게 됐다. 코파 아메리카를 앞두고 열 차례 평가전 동안 무려 9승 1무를 거뒀다. 한 가지 걱정은 에이스 네이마르의 부상이었다. 브라질은 네이마르의 출전 유무에 따라 극명한 경기력 차이를 보인 바 있다.

네이마르는 화려한 발재간과 드리블 돌파로 공격의 활로를 열고, 득점과 어시스트에 모두 능하다. 정지된 상황이나 인플레이에서 모두 네이마르가 공격의 중심이다. 빌드업도 마찬가지다. 3선까지 내려와서 직접 패스를 넣어주거나 전진 드리블로 빌드업에 참여한다.
 
에베르통 에베르통이 코파 아메리카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슈를 수상했다.

▲ 에베르통 에베르통이 코파 아메리카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슈를 수상했다. ⓒ 코파 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 캡쳐

  
시행착오 겪은 치치 감독, 마지막 찾은 해법은 에베르통-제주스

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 개막전에서 약체 볼리비아에 3-0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혹독한 부진을 겪은 필리피 쿠티뉴의 부활과 조커 에베르통의 활약이 빛난 경기였다. 하지만 전반에는 볼리비아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제대로 된 시험대는 베네수엘라와의 2차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브라질은 19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무득점에 그치며 승점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네이마르의 부재가 두드러졌다. 상대가 라인을 내려서며 깊숙이 웅크릴 때 파이널 써드에서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2경기 동안 2선의 좌우 윙어로 선발 출장한 데이비드 네리스, 히샬리송이 치치 감독으로부터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치치 감독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피드백을 통해 페루와의 3차전에서 새로운 공격 조합을 꺼내들었다. 코파 아메리카 이전 열린 평가전부터 조별리그 1, 2차전까지 조커로만 활약했던 에베르통을 선발로 기용했다. 그리고 호베르투 피르미누와의 원톱 경쟁에서 밀려 후반에만 모습을 드러낸 가브리엘 제주스도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제주스의 위치는 중앙이 아닌 오른쪽이었다. 피르미누와의 공존이 관건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브라질은 페루전에서 5-0으로 대승을 거뒀다. 에베르통은 빠르고 세밀한 드리블로 종횡무진 페루의 측면을 흔드는 등 수비진에 균열을 일으켰다. 덕분에 브라질은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대량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브라질은 8강에서 만난 파라과이를 상대로 다소 주춤했다. 26개의 슈팅에도 불구하고 소득을 얻지 못했다. 승부차기를 통해 가까스로 승리하며 한숨 돌렸다.

브라질의 수비 조직력과 중원 지배력은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치치 감독은 언제나 하프 라인 위로 최대한 많은 선수로 하여금 전방 압박을 주문한다. 가장 큰 특징은 공 소유권을 내줄 때 곧바로 압박을 가하는 데 있다. 순간적으로 여러 명이 에워싸면서 상대의 빌드업을 봉쇄하거나 실수를 유발한다. 재차 볼을 탈취하면 빠르게 역습을 이어나간다.

공격에서 수비로의 전환은 상당히 민첩하다. 라인을 내리면서 후방을 단단하게 만든다.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가 지키는 골문과 티아구 실바-마르퀴뉴스가 이끄는 포백은 견고했다. 이뿐만 아니다.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카제미루의 활약마저 더해져 브라질은 쉽게 실점하지 않는 팀으로 변모했다.

결국 공격에서 어떻게 해법을 찾느냐가 과제였다. 브라질은 4강에서 숙적 아르헨티나를 만났다. 치치 감독은 다시 한 번 에베르통-쿠티뉴-제주스 2선 라인을 가동했다. 대회 내내 컨디션이 좋지 못한 피르미누도 원톱으로 출격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는 피르미누-제주스 콤비가 1골 1도움을 합작하며 아르헨티나를 격침시켰다. 또, 브라질의 수비는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치치 감독의 공격 전술은 왼쪽에서 '드리블러' 에베르통이 수비를 분쇄하고, 제주스가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좁히거나 페널티 박스로 침투해 피르미누와 투톱을 이룬다. 이 때 오른쪽의 빈 공간은 풀백 다니엘 알베스가 오버래핑으로 공간을 메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알베스는 1983년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폭발적인 오버래핑과 빌드업, 공수에 걸쳐 뛰어난 존재감을 선보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결승에서 페루는 브라질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체급차가 제법 느껴진 경기였다. 에베르통과 제주스는 경기를 지배했다. 알베스-제주스-에베르통으로 이어지는 물 흐르는 듯한 공격은 전반 15분 만에 선제골로 이어졌다. 브라질은 전반 44분 파올로 게레로에게 페널티킥을 실점했지만 전반 종료 직전 제주스가 페루 골망을 흔들었다.

브라질은 후반 25분에는 제주스의 퇴장으로 잠시 위기를 맞는 듯 보였다. 치치 감독은 후반 30분 피르미누를 불러들이고 히샬리송을 투입했다. 이어 후반 32분에는 쿠티뉴 대신 수비수 에데르 밀리탕을 넣었다. 오른쪽 풀백 알베스를 2선으로 전진배치시키고, 밀리탕에게 포백의 오른쪽을 맡기는 새로운 전형이었다.

후방이 단단해진 브라질은 역습에서 페루를 무너뜨렸다. 후반 45분 에베르통이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로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히샬리송의 득점에 기여했다. 이로써 이뤄낸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코파 아메리카 우승이었다.
브라질 우승 브라질이 페루와의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3-1로 승리했다.

▲ 브라질 우승 브라질이 페루와의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3-1로 승리했다. ⓒ 브라질 축구협회 홈페이지 캡쳐

  
에베르통은 이날 네이마르가 해줘야 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제주스도 언제나 메이저대회 본선에서 약한 면모를 완전히 털어버렸다. 가장 중요했던 아르헨티나, 페루전에서 2경기 연속골을 작렬하며 치치 감독의 신임에 부응했다. 알베스는 대회 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했고, 에베르통은 총 3골을 터뜨려 골든슈(득점왕)에 선정됐다.  

'승승장구' 치치호, 앞으로의 과제는?

브라질이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은 네이마르 없이 사는 법을 터득했다는 데 있다. 언제나 네이마르 부재시 답답했던 경기력을 반복했지만 치치 감독은 새로운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브라질은 완벽한 공수 밸런스를 보여줬다. 특히 수비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무실점 우승이 아쉽게 무산됐지만 이번 대회에서 6경기 동안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공격에서도 13득점으로 경기당 평균 2골 이상을 기록했다.

치치 감독이 2016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총 42경기에서 단 11실점만 내줬다. 경기당 평균 0.26실점이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에는 평가전과 코파 아메리카를 합쳐 16경기에서 3실점(경기당 평균 0.18실점)을 기록했다. 적어도 수비에 있어서는 약점이 없는 브라질이다.

하지만 주장 알베스(1983년생)를 비롯해 포백을 지휘한 센터백 티아구 실바(1984년생)가 30대 중반이다. 서서히 은퇴를 바라보고 있다. 백업 센터백 주앙 미란다(1984년생), 왼쪽 풀백 필리피 루이스(1985년생)도 마찬가지다. 수비진의 연령이 비교적 높다. 치치 감독이 신임한 주축 수비 자원들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 활약할 가능성은 미비하다. 즉, 수비진의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이미 주전으로 활약 중인 마르퀴뉴스를 중심으로 에데르 밀리탕이 후발 주자 중 단연 첫 손으로 꼽힌다. 좌우 풀백 포지션에서 특급 유망주가 배출되지 않는 점이 걱정스럽다.

공격력은 에이스 네이마르가 가세하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네이마르는 혼자서 경기 흐름을 뒤집고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록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서 네이마르 없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치치 감독은 언제나 네이마르를 공격 전술의 중심으로 활용해온 바 있다.  

브라질의 다음 목표는 내년 열리는 코파 아메리카 우승 재현, 2022 카타르 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지는 남미 예선 통과, 더 나아가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이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치치호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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