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영화제에서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회고전이 열렸다.

독일 뮌헨영화제에서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회고전이 열렸다.ⓒ 클레어함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명실공히 세계 정상급 스타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봉준호 감독이 독일 뮌헨영화제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전을 위해 독일을 찾았다. 올해로 37회를 맞는 뮌헨국제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 <기생충>을 비롯해 그가 연출했던 모든 영화(<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도쿄!>)를 소개했다.
 
지난 2일부터 4일간 영화제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영화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Q & A)' 및 필름메이커 라이브를 통해 현지 시네필과 함께 자신의 영화세계와 작업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뮌헨영화제에서 회고전을 하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봉준호 감독은 "집에 온 듯한 편안한 느낌"이라며, "내 첫 영화, <플란다스의 개>는 한국에서는 흥행에 참패했고 평단의 평도 나빴던 이상한 영화인데 보셨느냐"라고 웃으며 운을 뗀 뒤 "하지만 18년 전 2001년 뮌헨영화제에서 초청받아 'High Hopes Award'상 ((3만 마르크, 1만5000유로)을 받았던 즐거운 기억이 있는 도시다. (이후) 2010년 <마더>로 다시 찾았다"라고 뮌헨영화제와의 오랜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이번 회고전이 칸 수상 이전에 성사된 행사라고 밝히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 <기생충>에 대한 독일 현지 시네필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인해 영화제 표는 몇 주 전부터 매진되었고, 다른 도시에서 찾아온 한인 학생들도 있었다. 평일 심야상영 때도 극장이 꽉 차는 등, 봉준호 감독의 회고전은 영화제 기간 내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기생충>의 독일 프리미어에 참가했던 뮌헨의 한 미대생은 "관객의 대부분이었던 독일사람들이 영화의 유머를 이해하고 한국 학생들과 같은 순간에 웃음을 터트렸다는 점이 흥미롭다"라며 "한국 사회 양극화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풀어낸 이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 모두 봉준호 감독에게 정말 많은 박수를 보냈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지난 4일 독일 뮌헨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봉준호 감독

지난 4일 독일 뭰헨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봉준호 감독ⓒ 클레어함

 
지난 4일(현지시각), 봉준호 감독은 뮌헨영화제의 두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관객과 만나 한 시간가량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영화제 본부인 가스텍 (Gasteig)에서 많은 현지 언론인들과 영화인들, 시네필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진 이 필름메이커 라이브는 페북라이브로 중계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영화의 배경음악 및 카메라 선정같은 기술적인 질문에서부터 칸 황금종려상 수상이 갖는 개인적 의미, 어떻게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지, 예술성과 흥행성 확보 등 어떻게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지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은 일부 답변은 영어로, 일부 답변은 한국어로 설명했는데, 답변에 그가 가진 특유의 재치가 적절하게 섞이면서 전반적으로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진행되었다(https://www.facebook.com/filmfestmuenchen/videos/2303672593003544/UzpfSTgxNTEwOTIxNToxMDE1NzUwMDAzODAwNDIxNg/).

"빈부격차 등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한 전망이 바뀌었는지, 영화감독으로서 세상에 더 분노를 느끼게 되었나?"라는 크리스토프 프로그래머의 첫 질문에  봉 감독은 "<기생충>에서는 분노보다는 슬픔이 더 주된 감정이다. 빈부격차, 양극화가 지금 심화된다는 건 전세계가 다 알고 함께 겪고 있는 상황인데... 진짜 슬픈 것은 이게 왠지 좋아지지 않고 심화될 것 같은... (거기서 오는) 두려움과 슬픔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제작 동기를 말했다.

"물론, 영화 속에 분노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분노가 그렇다. 그 분노의 폭발이 돌발적이고 우발적이지만 그럴 수 에 없던 배경이 있다. 그 복합적인 느낌도 살려보고 싶었다.하지만, 그 아들은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 한국만 이런 건지 전 세계가 다 그런건지 모르겠으나, 요즘 젊은 세대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젊은 세대는 화를 낼 만도 한데, 왠지 화를 내지 못하고 참고 있거나, 또는 화를 내는 것 자체를 잊고 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는 코미디로 시작하는데 어느 순간 비극으로 끝난다. 어떻게 동시에 울고 웃을 수 있는 인물을 창조해내는지 궁금하다"라는 한 시나리오 작가의 질문에 번하트 프로그래머는 "나도 똑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계획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슬픈 장례식장에 갔을 때도 왠지 작은 디테일로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아주 즐거운 결혼식장에 가도 혼자만 기분이 나쁘거나 슬플 수도 있다. 실제 생활에서 우리가 돌이켜보면, 10초 단위로 많은 감정들이 뒤엉키고 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한 가지 감정을 유지하고 그렇게 촬영하는 게 더 힘들 것 같다. 그것이 캐릭터나 사건에 대한 제 자연스런 접근인데 그걸 보고 비평하시는 분들은 장르를 혼합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저로서는 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결과다."

박스오피스 성공에도 "영화작업은 항상 어렵다"고 토로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영화들은 대개 소수의 시네필에게만 어필하는 경향이 있는데 박스오피스에서 대중적 인기도 얻는 비결이 궁금하다"는 관객의 질문에 봉 감독이 "저도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참석자들이 크게 웃었다. 그는 또, "솔직이 저도 이런 박스오피스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된다. 아마 제가 운이 좋았나 보다"라고 말했다. 

"<살인의 추억>의 경우, 한 투자사가 완성된 편집본을 보고나서 '이거 큰 일 났다'면서 이미 투자한 돈을 빼갔다. 개봉 전에 회사명도 지워야 했다. 우리는 개봉 전에 암울한 상태였는데 막상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 다행이었다. <괴물>의 경우도 투자를 받기 힘들었다. <살인의 추억>이 비록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 작품이 괴물이 나오는 영화'라고 하니까, '과연 컴퓨터 그래픽이 가능하냐'면서 투자사들이 꺼려했다. 일본의 해피넷이라는 회사에서 '제작비의 절반을 투자하겠다'고 해서 다른 한국회사가 투자해서 촬영이 가능하게 됐다.

<괴물>은 박스오피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래서 <마더>는 예산도 적은 영화였고(해서), 투자받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대신 어두운 영화라서, 약간의 수익을 내며 제작비를 회수하는 정도였다. <옥자>같은 경우, 영화에 돼지에 관한 비주얼 효과 비용이 엄청 많이 들어서 모든 스튜디오에서 다 거절을 당했다. 프로덕션 예산이 5500만 달러 이상으로 아시아영화로는 큰 예산이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재정을 보충하려 했으나, 모두 도살장 시퀀스 때문에 투자를 거절했다. 예외로, 넷플릭스는 내게 백프로 연출자로서의 자율권을 허용했다."


봉감독은 "내 영화가 비록 박스오피스에서 계속 운좋게 흥행했으나 제가 쉽게 영화를 찍은 적은 거의 없다. 늘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있었다"라며 "또한, 저도 이런 흥행성적을 잘 분석해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저는 항상 두려울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도시인들의 삶, 균질화 되고 있음을 느껴"
 
 지난 4일 독일 뮌헨영화제 '봉준호 감독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관객들의 모습.

지난 4일 독일 뭰엔영화제 '봉준호 감독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관객들의 모습.ⓒ 클레어함


'영화내 한국적인 면 (korean touch)'에 대해 묻자 봉준호 감독은 "한국인들의 삶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면, 이미 그게 전 세계 도시인들의 삶과 비슷한 것 같다. 도시인들의 삶이 균질화되었다는 느낌을 요즘 많이 받는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만 묘사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다. 반지하는 한국에만 있는 주거형태인데 주인공 가족들이 여기에 사는 나름 이유와 묘한 느낌이 있다. 반지하라는 것이 뒤집어 말하면 반지상이라는 거다. 지하에 살지만 나는 아직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지상으로 올라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 못하는 상황인 동시에, 조금만 우리가 안 풀리면, 완전지하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있어서 주인공의 상태와 비슷하다. 부잣집에는 반대로 비씬 외국산 물품이 많다. 한국적 흔적이 많이 지워져 있는 곳이다. 부잣집 사모님은 갑자기 영어를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부자지만 무식하지 않고 취향도 세련되었다는 욕망이 강하게 투영된 것이다. 그런 새로운 유형의 젊은 부자들이 한국사회에 출현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은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독일 교민이자 큐레이터 류명혜씨는 "봉준호 감독의 겸손하고 인간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며 "무엇보다도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독일에서도 한국적인 주제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낼수 있다는 것은 탁월한 능력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회고전에 참여한 이들은 대체로 '봉준호 감독이 높은 예술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갖춘 독특한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뮌헨영화제 번하트 칼 (Bernhard Karl) 프로그래머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 월드시네마의 거장인 봉준호 감독의 스토리텔링, 비전, 휴머니즘은 독특하다"고 답했다. 또 "저는 주류 상업영화및 예술영화를 동시에 포용하고, 비극성과 코믹요소, 정치적 목소리와 엔터테인먼트를 이렇게 창의적이고 놀라운 프레임으로 능숙하게 혼합하는 연출력을 현존하는 어느 거장감독에게서도 보지 못했다"며 "각본, 연기, 카메라, 음악이 항상 신선하고 유쾌하면서도 동시에 고통스럽게 느껴진다"고 평했다. 결국, 봉준호 감독은 그가 해외영화제에서 처음 받았던 상인 'High Hopes Award'의 명칭처럼 높은 성과를 낸 후, 처음 출발했던 원점에서 뜻깊은 회고전을 열었던 셈이다.

봉준호 감독의 화제작 <기생충>은 앞으로 유럽전역으로 배급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개봉되어 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독일내 배급은 10월 중순쯤 극장개봉을 계획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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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함은 독일에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칼럼니스트및 인권활동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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