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추적 60분ⓒ KBS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라는 부모들의 헌신적인 마음을 이용하는 연예 기획사들이 있다. 최근엔 E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 여중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5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 '돈벌이로 전락한 아이들의 꿈, 아역 연예 기획사의 실체' 편은 미성년자 대상 연예 기획사의 실태를 추적했다.  

ATM이 된 연예인 지망생 부모들

8살 박유라(가명)는 A연예 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지상파 방송 오디션에 합격했다. 그러자 A연예 기획사는 방송 출연을 명목으로 전속비 5천만 원을 요구했다. 엄청난 금액에 주저하던 엄마. 하지만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딸의 꿈을 꺾지 않기 위해, 엄마는 집을 담보로 3천만 원을 겨우 마련해 건넸다. 그렇게 A 소속사와 유라는 6년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전속비'로 엄청난 돈을 냈음에도, 당시 소속사는 이렇다 할 매니지먼트를 해주지 않았다. 먼 거리를 운전해 다닌 것도 엄마 몫이었고, 의상 협찬도 안 돼 직접 옷을 사야만 했다. 1년이 지났지만 출연료도 받지 못했다.  

이런 부당한 대우에 유라 엄마는 전속 계약 해지 내용 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도리어 A연예 기획사는 그간 유라의 연기 지도 등에 들어간 비용을 빌미로 손해 배상 1억을 걸겠다고 했다. 심지어 전속 계약에 의거, 앞으로 6년 동안 활동을 못 하게 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놓인 유라와 엄마. 엄마는 자신의 섣부른 결정이 딸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되었다고 자책하고, 딸은 앞길이 막힌 상황에 좌절하며 눈물만을 흘렸다. 

이에 대해 손성민 한국 연예 매니지먼트 협회장은 A연예 기획사가 요구한 전속비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전속비도 말이 안 될뿐더러 미용, 자동차 주유비, 식대 등 이른바 활동 비용은 온전히 연예 기획사 몫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몇 년을 담보 잡은 진행비에 대해서도 연예 기획사의 무능함이나 안일함을 드러낸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라만의 사례가 아니었다. 지난해 6월 한가람(가명)의 어머니를 비롯한 3명의 아역배우 부모들은 아이가 소속되어 있는 연예 기획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각자 300만 원에서 600만 원까지 드라마 출연을 빌미로 기획사에 돈을 주었다. 하지만 그 드라마에는 이미 다른 아이가 내정되어 있었고, 가람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출연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상업 영화 출연을 빌미로 300만 원을 요구당한 사례도 있었다. 출연이 성사되지 않으면 반환해주겠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돈을 뜯긴 부모들은 자신들이 '현금인출기'였다며 자조했다. 연예 기획사에게 자신들은 그저 돈을 물고 있는 물고기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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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전문 기획사에 직접 프로필 돌려보니 

2017년 기준 19세 이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연예 기획사는 120여 개에 이른다.  이들 중 과연 몇 곳이나 믿을 만한 곳일까? 그 실태를 좀 더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추적 60분> 제작진은 한 명의 아이를 내세워 각 연예 기획사에 프로필을 돌리는 '실험'을 했다. 

프로필을 돌린 10개의 기획사 중 무려 7개의 기획사가 연락을 해왔다. 하루 만에 연락이 온 곳도 있었고, 심지어 아이를 만나지 않고도 출연을 장담하는 소속사도 있었다. 

사진도 안 보고 캐스팅을 장담하는 연예 기획사를 찾아가 보니 뜻밖에도 그곳은 술집이었다. 이 연예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던 한 아이의 부모는 전속비 2천만 원을 요구당했다. 송승헌 영화에 출연 시켜 준다고 했다는데, 출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작발표회라더니 전통 궁중의상 대회인 경우도 있었다.  

돈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연예 기획사들은 연예 기획사와 학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다. 제작진이 내세운 아이가 오디션을 본 5곳 중 3곳도 이런 식이었다.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연기 연습을 해야 한다며 학원 등록을 종용했고, 지금 당장이라도 맡을 배역이 있다며 학부모를 유혹한다. 그리고 수업료 220만 원에 소속비 88만 원을 제시하며 당일 계약을 종용했다.

제작진이 만나본 이 기획사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마치 피라미드 사업처럼 직원들에게 아이들을 끌어오면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제공했다고 전했다. 인센티브를 위해 직원들은 한 달에 100명 정도의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왔고, 이 아이들을 통해 회사는 월 2~3억의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출연작이 없어 부모들이 항의할 것에 대비해 가짜 오디션을 진행하는 등의 눈속임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부모들을 '현금인출기'로 삼는 연예기획사들의 방식은 동일했다. 우선 가전속, 전속계약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전속'에 따른 비용을 부모들에게 요구한다. 또한 교육비 및 프로필 사진 촬영비 등을 따로 부담시킨다. 거기에 더해 출연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등 각종 비용을 전적으로 부모의 몫으로 돌린다. 

심지어 부모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카드론'을 운운하고, 아이의 미래가 달렸다며 보험을 들었다면 약관 대출을 하라며 종용한다. 그런 방식으로 한 연예 기획사가 아역 연기지망생 15명을 상대로 5억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는데, 제작진이 만나본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에 송취된 사람들 외에 2천만 원에서 6천만 원까지 총 8억2000만 원 정도를 갈취당한 45명의 명단이 더 있다고 한다. 
 
 추적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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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만 바꿔단 기획사, 부실한 법망

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연예 기획사가 법망에 걸리면 '바지사장'을 내세워 법망을 피해간다는 것이다. 사기 혐의로 고소된 I기획사, 하지만 막상 이 기획사 사무실에서 찾은 계약서는 BIG엔터테인먼트였다. 업계에서 평판이 나빠진 BIG이 I로 간판만 바꿔단 것이다.

이 BIG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은 W, 그리고 다시 그 이전엔 N이란 이름을 가지고 사업을 했었다. 이렇게 카멜레온처럼 이름을 바꾼 기획사들의 실질적인 대표는 윤이사, 그리고 그의 남편 박대준이었다. 심지어 I 매니지먼트의 돈은 '차입 면제' 방식으로 F매니지먼트로 흘러들어갔고, 박대준의 딸 박성화의 연예 활동에 사용됐다. 이렇게 문제가 생기면 간판을 바꿔치기하고, 폐업과 창업을 밥 먹듯 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단속 방법은 마땅치 않다. 

고 장자연 씨 죽음 이후 정치권을 비롯하여 연예계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일정 요건을 갖춘 기획사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문화 예술 기획업 등록제가 실시되었다. 또한 청소년 대중문화 예술인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을 배려하고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2014년 대중문화 예술산업 발전법이 제정되었다. 

제작진이 프로필을 돌렸던 아역 연기자 매니지먼트 중 4 곳이 미등록 상태였다. 그러나 그 단속에 대해 해당 구청은 형사적 처벌 규정을 운운하며 경찰로 떠넘겼다. 즉, 사기가 적발되기 전까지는 관리 감독이 힘든 실정이다. 업계 진입 장벽이 높다는 항의에 관련 업계 4년 근무라는 규정이 '2년'에서 '40시간 교육 이수'로 바뀌었다. 미성년 연예인 지망생들의 꿈은 제대로 보호받기 힘든 상황이다.  

<추적60분>은 부모들의 주머니를 수입원으로 삼는 아역 연예 기획사의 실태에 초점을 맞췄다. 돈을 주고서라도 자신의 아이를 데뷔시키고 싶은 부모들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그 욕망의 에스컬레이터에 편승한 사기는 사라지기 어렵다. 

부모들의 마음과, 제도와 법의 허점. 그리고 그 허점을 노린 연예 기획사. 악순환의 반복에서 아이들의 꿈은 누군가의 돈줄로 전락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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