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가수 송하예의 신곡 '니 소식'이 음원차트라는 높은 성을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올라가더니 거의 정상의 고지에 다다르는 모양새다. 멜론 차트 기준으로, 요즘 이 곡은 밤이 되거나 날씨가 흐린 날이면 2위까지 치고 오르며 상위권을 맴돌고 있다. 몇 십 계단을 한 번에 성큼 오른 역주행이 아니어서 잡음도 없다.

차트 역주행의 결론

 
송하예 '니 소식' 앨범 커버

▲ 송하예'니 소식' 앨범 커버ⓒ 더하기미디어

 

물론 차트 순위가 노래의 좋고 나쁨을 가늠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유독 이 곡의 차트 현황을 처음부터 주시한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

지난 5월 10일 송하예가 이 곡으로 3년 만에 컴백해 쇼케이스를 열었을 때, 뛰어난 라이브 실력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흥행할 거란 확신은 없었다. 그의 인지도가 아직은 높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이것이 '나만 아는 좋은 노래가 될까', '많은 사람에게 통하는 노래가 될까' 하는 물음을 갖게 됐고, 이후 차트 추이를 따라가보게 된 것이다.

곡 발표 얼마 후 '니 소식'이 90위권에 들었을 때도 사실 뜻밖이었다. 100위권 진입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50위, 20위, 10위, 5위권에 안착하는 걸 보며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결론으로 내 궁금증은 해결되었다.

애절한 보컬의 공감력

"그때의 우리 사랑/ 뜨겁고 치열했는데/ 끝나보니 남는 건 미움뿐/ 몇 번의 계절을 더/ 보내야 괜찮아 질까/ 미련이 듬뿍 남은 하루를 보내

친구들과 통화에/ 우연히 들은 니 소식/ 다른 사랑을 시작해/ 잘 지낸다고

한땐 소중했었고/ 많이 사랑했었던/ 우리 둘은 이젠 남이 됐고/ 모르는 사람이야/ 넌 완벽히 잊었나봐/ 이렇게 넌 잘사는데/ 괜한 걱정을 했나봐/ 나만 힘든가봐"


이렇게 시작하는 이 노래는 보시다시피 전형적인 이별 발라드다. 가사도 어떻게 보면 특별한 점 없이 이별 후의 슬픔을 직설적으로 풀었다. 노래 자체가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곡의 흥행은 반 이상이 보컬의 힘에서 온 듯했다. 일명 마음 '후벼파기'를 참 잘하는데, 듣는 이로 하여금 슬픔이라는 감정을 극대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노래를 배울 때, 실제로 울면서 불러보라고 하셔서 그렇게 연습했다. 울어서 코가 맹맹해져야 슬픈 톤이 나온다." 

쇼케이스에서 애절한 보컬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송하예가 답한 것처럼, 코 맹맹한 소리가 슬픈 감정을 부추기며 흡인력을 갖는다.
 
송하예 가수 송하예가 3년 만에 신곡 발라드 '니 소식'을 발표하고 컴백했다.

▲ 송하예가수 송하예가 3년 만에 신곡 발라드 '니 소식'을 발표하고 컴백했다.ⓒ 더하기미디어

 

SBS < K팝스타 > 시즌2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그의 신곡 '니 소식'은 데뷔 후 처음으로 발표한 이별 발라드다. 지난 3년의 공백기 동안 30곡 정도의 OST를 부른 덕에 애절한 정서에 익숙해질 수 있었고, '니 소식'도 잘 소화할 수 있었다고 그는 밝히기도 했다.
 
노래를 들을 때 보통 '공감'이라 하면 가사에 공감하는 걸 일컫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듯싶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사나 그밖의 요인들로부터 만들어진 어떠한 '감정'에 듣는 이가 공감을 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니 소식'은 애절한 보컬이 만들어낸 슬픔이란 감정, 바로 그 '감정에의 공감'이 잘 이뤄진 듯하다.

감정을 고조하여 터뜨리는 시원함

울고 싶을 때 누가 뺨 좀 때려주면 좋겠고, 답답해서 폭발해버리고 싶을 때 누가 싸움 좀 걸어주면 좋겠는 심정일 때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었을 테다. 꾹꾹 눌러온 감정을 한 번쯤 터뜨렸을 때 마음이 정화된다는 걸 우린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니 소식'은 그런 면에서 담담한 슬픔쪽이 아니라 빵 하고 폭발하는 슬픔쪽에 가까운 노래다. 울까말까 하는 아슬한 지점에서 울음을 툭 터뜨리게 하는 한 방이 있다. 감정을 파도처럼 몰아가서 마음을 한 번 휘젓는 것이다.

"너도 내 소식을/ 전해 들었으면 좋겠어/ 아직은 좀 힘들어 한다는/ 미안한 마음 갖고/ 가끔씩 날 생각해줘/ 그래야 내 맘이 좀/ 편할 거 같아

니 옆에 다른 사람/ 있다는 게 참 낯설어/ 뭔지 모를 서운함은/ 이기적인 거니"


솔직한 가사의 힘

 
송하예 가수 송하예가 3년 만에 신곡 발라드 '니 소식'을 발표하고 컴백했다.

▲ 송하예쇼케이스 현장ⓒ 더하기미디어

 

송하예는 쇼케이스 당시 "너도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가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며 "쿨하지 못한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곡은 '잘 지내라', '행복하길 바란다'는 많은 이별 노래 속 가사와 달리, 쿨하지 못해서 질척대고 미워하는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솔직한 맘을 말하면/ 좋은 사랑 안했으면 해/ 가슴 아프게 지내길 바랬어/ 너는 행복하겠지/ 많이 설레이겠지/ 나 없이도 웃는 니 모습에/ 이제야 실감이나/ 넌 완벽히 떠났나봐/ 확실히 날 떠났나봐/ 난 니가 너무 미워져

행복하지 말아줘/ 잘 지내지 말아줘/ 좋은 사람 만나 다행이란/ 말은 거짓말이야"


행복하지 말아달라, 잘 지내지도 말아달라는 가사는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지만 매우 공감되는 내용이다. 사랑 앞에서 쿨한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좀 더 많지 않을까. 그래도 한때 사랑했으니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성인군자보다, 그래도 한때 사랑했는데 어떻게 날 이렇게 완전히 잊을 수 있냐고 원망하는 평범한 마음에 더 끌린다면, 그건 당신도 쿨하지 못하단 증거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적이고 지극히 건강한 마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