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록 페스티벌의 종말'의 해가 될 것인가. 몇 년 전부터 음악 팬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돌던 이야기긴 하다. 힙합과 EDM 페스티벌과 도심 속 다양한 장르의 음악 페스티벌은 록의 공간을 급속히 대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예전만 못한 헤드라이너의 무게감과 지지부진한 운영도 불안을 부추겼다. 그럼에도 페스티벌 수는 늘어갔고, 유명한 대형 축제가 멈추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모두가 진지하게 '록페스티벌'의 종말을 논하고 있다. 페스티벌이 본격 시작하는 7월 말이 되기도 전부터 거센 비판과 논란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주최사 선정 과정의 잡음부터 의아한 아티스트 섭외, 터무니없는 티켓 가격과 공지 및 소통의 부재가 연일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중소 규모의 페스티벌도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록 페스티벌이라 할 수 있는 펜타포트, 지산, 부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실망스러운 협상과정과 아티스트 라인업
 
 4일 공개된 2019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라인업 이미지

4일 공개된 2019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라인업 이미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부터 살펴보자. 인천관광공사는 올해 3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공연기획사 예스컴(YESCom)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공개 입찰을 통해 경기일보를 운영사로 지정했다. 그런데 새 주관사 선정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것. 이에 참여한 서울의 한 기획사는 법원에 펜타포트 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까지 했다. 법원은 5월 17일 '입찰절차가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해 침해했거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협상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지만 아티스트 섭외와 라인업 공지 역시 실망스럽다. 투 도어 시네마 클럽과 위저, 스틸하트 등 한국에 다수 방문한 아티스트들이 다시 무대에 선다. 7월 4일에 미국 밴드 더 프레이(The Fray)와 일본의 코넬리우스가 추가된 새 라인업을 공개했지만, 예스컴이 주관했던 지난 페스티벌 라인업에 비하면 초라한 이름들이다. 국내 라인업과 해외 라인업 공지를 따로 하고 소셜 미디어 계정 공지를 늦게 하는 등 소통의 면에서도 낙제점이다.
 
2009년 경기도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서 처음 열렸던 지산 록 페스티벌은 지금도 록 페스티벌의 대명사로 꼽힌다. 대기업 CJ ENM과 지산 리조트 측의 이견으로 밸리 록과 지산 록으로 갈라진 이후 지산에서의 페스티벌은 몇 년 간 명맥이 끊겼는데, 올해 다시금 지산 락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을 알렸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기획과 운영 방식은 과연 이들이 페스티벌 문화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블라인드 티켓 가격 선정도 논란이 있었다. 대부분 페스티벌은 라인업 공개 전  2~3일권 티켓을 '얼리버드'라 하여 정가의 2~30% 할인을 제공한다. 그런데 지산 록 페스티벌의 1일 블라인드 티켓 가격은 타 페스티벌들의 2~3일치에 해당하는, 1일 16만 원이었다.

현재 라인업에 올라온 해외 아티스트는 호주 밴드 킹 기자드 & 더 리저드 위저드(King Gizzard & The Lizard Wizard) 뿐이다. 이후 6월 24일엔 블라인드 티켓 구매자들이 무색하게 기존 티켓 가격의 30% 할인을 공지했는데, 이대로라면 3일권 가격은 블라인드 1일권과 큰 차이가 없는 19만 2천원이다. 타임 테이블 공개는 7월 8일인데 최종 헤드라이너 공지는 7월 15일로, 페스티벌 출연 가수보다 공연 일정이 더 빠른 것도 기형적이다.

록 페스티벌에 지오디? 팬들이 실망한 이유
 
 올해 첫 유료 페스티벌로 진행되는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라인업 이미지.

올해 첫 유료 페스티벌로 진행되는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라인업 이미지.ⓒ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마지막은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이다. 부산광역시에서 무료로 운영해왔던 이 페스티벌은 올해 20주년을 맞이하여 유료화를 선언했다. 첫 헤드라이너로 일렉트로닉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와 솔로 로커 코트니 바넷을 섭외했고, 뉴 메탈 밴드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을 데려오며 록 팬들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주최 측은 느닷없이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섭외 취소를 알렸다. 프로모터를 사칭하는 국제 사기 집단에게 속아 허위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후 부산록페스티벌 측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첫 유료 페스티벌 운영의 어려움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글을 업로드하며 응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6월 18일, 그들이 공개한 새로운 헤드라이너는 국내 5인조 댄스 그룹 지오디였다. 주최 측은 '뮤직 페스티벌이 다소 낯선 부산지역 관람객들을 위해 대중성을 고려한 라인업을 준비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록 팬들은 "그렇다면 페스티벌 이름에서 '록'이라는 단어를 빼라"며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런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유료화되는 페스티벌 흥행을 위해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훼손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부산 록페스티벌 측은 '2차 라인업 공개 후에도 내년을 기약하기 힘들 정도로 저조한 티켓판매량과 촉박한 일정으로 해외 헤드라이너 섭외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지산 록 페스티벌 주관사 페이스북 안내문(세기말공연창고 페이스북 캡처)

지산 락 페스티벌 주관사 페이스북 안내문(세기말공연창고 페이스북 캡처)ⓒ 세기말공연창고

 
한국 음악 페스티벌의 혼란은 오래전부터 지적된 문제다. 먼저 장기적 기획의 부재를 손꼽을 수 있다. 1970년부터 시작한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1997년부터 지금까지 일본을 대표하는 록 페스티벌 '후지 록 페스티벌' 등 해외의 음악 페스티벌은 긴 역사와 장기적 기획을 자랑한다. 반면 한국에선 10년 이상 지속된 페스티벌 자체가 드물다. 그마저도 펜타포트와 지산처럼 주관사 변경으로 혼란을 겪고, 부산 록 페스티벌처럼 하루 아침에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페스티벌만의 철학과 특색이 실종되고 수익 위주의 운영을 펼칠 수밖에 없다. 자연히 고정된 공연 개최 공간과 일정, 안정적인 아티스트 섭외가 어렵다. 27일, 28일 이틀만 해도 5개의 페스티벌이 겹친다. 싸이의 '흠뻑쇼',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개최되는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 대구에서 개최되는 '2019 대구 포크페스티벌', 지산 락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페스티벌 마니아들은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과 '섬머소닉 페스티벌'의 라인업을 통해 국내 록 페스티벌을 예측한다. 이 두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을 그대로 데려와 세우는 것이 대형 록 페스티벌부터 중소 음악 공연까지 일반화된 관행이다. 그 섭외 과정 역시 페스티벌의 철학이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개런티 싸움이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던 아티스트들이 서울로, 인천으로, 부산의 무대로 갈라져 공연을 펼친다. 팬들만 손해다. 

대형 록 페스티벌의 몰락은 철학보다 수익을 우선으로 움직여 온 페스티벌 시장의 민낯이다. 숱한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에도 고민 없이 관성대로 움직이던 관계자들의 무능, 장기적 기획 없이 노하우를 전수할 수 없는 단기 기획의 한계가 공연 시작도 전에 마니아들의 실망을 부르고 있다. 제도적 개선과 장기 계획 설립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369)에도 실렸습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 메일 : zener1218@gmail.com /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