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특화 주제로 'SF'를 선정했다. 이 주제에 맞춰 두 개의 특별전을 기획했는데 첫 번째는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다룬 '로봇 특별전: 인간을 넘어선 미래'이고 두 번째는 고질라, 가메라, 대괴수 갓파 등 특촬물의 성지인 일본 클래식 괴수 영화들을 담은 '지구 정복 괴수전'이다.
 
이번 영화제의 특별전인 '지구 정복 괴수전'에서는 고질라와 함께 괴수영화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가메라를 상영한다. 헤이세이 <가메라> 시리즈의 감독이자 '부천 초이스: 장편'의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가네코 슈스케 감독은 일본 장르영화의 대가로 헤이세이 <가메라>를 통해 괴수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이번 영화제에 신작 <빽 투더 아이돌>과 <가메라> 시리즈로 참석한 가네코 슈스케 감독이 7월 3일 경기도 부천시 고려호텔 1층 카페에서 기자들과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그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처음 참석한 소감은 물론 일본 괴수영화가 지니는 매력과 현 할리우드의 괴수영화 열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상에 없는 걸 영상으로 표현한다"
 
 가네코 슈스케 감독

가네코 슈스케 감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처음 참여하게 된 소감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여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전부터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영화제의 특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심사위원 제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영화제에 꼭 참여하고 싶어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개막식 레드카펫 걸었던 날이 떠오르는데 (같은 심사위원인) 엄정화 배우와 같이 걷는 거로 연출을 정해두셨는데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혼자 걸어갔던 거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창피합니다(웃음).
 
한국에는 10년 전 일본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가메라>를 최초로 상영한다고 해서 처음 와 봤습니다. 그즈음에 한일합작 영화가 기획되어서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무산된 후 중국 촬영 때문에 중국어를 공부하다 보니 지금은 (한국어를) 다 까먹었습니다(웃음)."
 
- 이번 23th BIFAN에서는 '지구 정복 괴수전'이 많은 관객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괴수영화의 매력은 무엇인지.
"세상에 없는 걸 영상으로 표현한다는 게 영화의 진정한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그 중 괴수도 포함되고요. 그런 걸 믿을 수 있게 스크린으로 표현하는 걸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린 시절에 괴수 영화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감독이 된 이후에는 평범한 영화들만 찍었는데 그럴수록 꼭 괴수영화를 찍어야 되겠다는 감정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가메라>를 만들게 되었고 그런 열정이 영화에 담긴 게 아닌가 싶어요.
 
심사위원 제의를 받았을 때에는 괴수영화 프로그램을 할지 몰랐습니다. 프로그램 이야기를 듣고 제 쪽에서는 아이돌이 등장하는 영화 만들어서 같이 상영 좀 해주었으면 했습니다. 괴수와 아이돌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대괴수가 점점 아이돌화 되어가는 역사가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빽 투더 아이돌>에서는 아이돌의 역사를 알 수 있습니다."
  
 가네코 슈스케 감독

가네코 슈스케 감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고질라>와 함께 괴수영화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가메라> 시리즈의 감독을 맡았습니다. 헤이세이 3부작의 감독을 담당했는데 쇼와 시대의 <가메라>에 비해 내용적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어떤 차이를 두고자 했는지.
"(쇼와 시대의 <가메라>는) 당시 어린아이였던 제 눈에도 유치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가메라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특촬 기술에 있어서도 치졸하고 저렴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가메라>를) 봐 오면서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점이 어린아이가 괴수의 이름을 붙인다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만들면 그런 점을 피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제대로 된 SF물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고질라> 시리즈를 만든 혼다 이시로 감독에 대한 강한 경외심을 지니고 있어요. 그래서 <고질라> 시리즈의 느낌을 <가메라>에 반영했습니다. (쇼와 시대 <가메라>가 유치하다고) 그렇게 느낀 게 저뿐만이 아닌 듯한 게 90년대 들어서 <고질라>도 (쇼와 시대 <가메라>처럼) 스토리가 유치해져서 괴수 팬들 사이에서 불만이 쌓이게 되었어요. (헤이세이 <가메라>의) 각본을 맡은 이토 카즈노리와 특촬 감독 히구치 신지와 모였을 때 다들 그런 불만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우리가 만나면 제대로 된 괴수물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가메라> 3부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어린 시절 괴수영화를 좋아해서 '괴수 대백과 사전'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메라> 시리즈와 <고질라> 감독을 맡게 되었고요. 혹시 꼭 영화로 만들어 보고 싶은 괴수가 있는지.
"제가 '괴수 대백과 사전'을 만들기는 했지만 괴수에만 열중했던 건 아닙니다. 제 세대가 일본경제로 다지면 고도성장기 때여서 만화나 애니메이션 커져 나갔던 시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괴수도 등장하게 되었는데 혹시 또 괴수영화를 만들게 된다면 <울트라Q> 시리즈(1966년 1월 2일부터 7월 3일까지 방영된 TBS 테레비의 특촬 SF 드라마)의 가라몬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괴수물에 대한 역사가 <고질라>에서 시작되어 이후로 1년에 몇 편씩 작품이 나왔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방학이면 괴수영화를 보는 게 방학을 알리는 통과의례일 정도였죠.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TV시리즈물로 <울트라Q>가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매주 괴수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죠. 나중에 생각해 보면 이때부터 TV시리즈물을 통해 많은 괴수들을 만날 수 있는 괴수 빅뱅 시대가 도래했다 생각합니다."
 
할리우드서 제작된 <고질라>는 어떻게 봤을까

- 최근 할리우드에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등 다양한 괴수영화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메라>의 감독으로서 현 할리우드 괴수영화의 방향성과 표현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1995년에 헤이세이 <가메라> 1탄이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에는 디지털 기술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국과 일본 영화의 격차가 지금만큼 크지는 않았어요. 물론 차이는 있었지만 당시에는 일본에서 만든 게 미국에서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같은 경우는 물량 측면에선 미국에 상대가 안 됩니다. 시장 규모도 10배나 차이가 나죠. 제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만약 할리우드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위치라면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리란 게 어떤 측면을 말하는 거냐면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보면 괴수가 너무 많이 등장합니다. 미국 제작 방식은 (영화를) 히트시키기 위해 물량공세를 해요. 프로듀서 마인드가 그런 듯합니다. 감독은 그 상황에서도 나름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거는 알겠는데 프로듀서들이 가진 마인드가 자본논리가 최우선이 되다 보니까 그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려운 상황까지 온 듯 싶습니다. 이론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 정도까지 왔으면 관객 분들이 필요를 느낄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제가 듣기로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가 미국에서는 히트 못했다고 들었지만 일본에서는 히트를 했습니다. 물량공세를 하다 보니 관객 분들은 즐겁고 쾌감을 느끼실 것 같은데 이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을 말은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일본에서 히구치 신지 감독이 <신 고질라>를 만들었는데 히트는 쳤지만 고질라 캐릭터 자체는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꼬리만 계속 움직여요(웃음). 만약 (할리우드 영화처럼) 괴수끼리 대전을 시킬 경우 일본에서는 CG 분량이 많이 늘어나서 (예산이 늘어나니) 그런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나 히구치나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1/3이나 1/5 정도의 예산으로 히트 칠 작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의는 오지 않고 있어요(웃음)."
  
 가네코 슈스케 감독

가네코 슈스케 감독ⓒ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특정 영화팀을 구성하는 게 아니라 작품마다 새롭게 팀을 짜는 스타일이라 들었습니다. 그렇게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항상 정해진 스탭이랑 일하는 건 아니지만 카메라맨은 꽤 오래 같이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작품을 할 때마다 (스탭들을) 모아서 진행합니다. 영화 일을 니카츠 스튜디오라는 회사에서 시작했는데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감독을 시작한 뒤 프리랜서로 전향했어요. 프리로 활동하게 되면 그런 스타일(새롭게 팀을 짜는)로 갈 수밖에 없어요.
 
<가메라>처럼 시리즈물로 이어진다는 전제가 있으면 고정 스탭으로 갈 수 있는데 아니면 모아서 진행할 수밖에 없어요. 감독 중에는 경영자적 마인드를 가지거나 프로듀서 자질을 가진 분도 많은데 저는 장인기질이 있는 듯합니다. 기술자 기질 강해서 제의받으면 가서 일하는 상황이 되풀이 되다 보니 한국에서는 패밀리로 표현하는데 그런 패밀리는 못 만든 듯해요.
 
35년 동안 감독 일을 하며 여러 곳에서 일하다 보니 필름들이 흩어져 있어요. 어디서 무슨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왔을 때 <가메라> 같은 영화는 필름이 있는 곳이 확실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아 바로 상영하고 싶다는 이야기와도 성사가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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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영화 칼럼니스트 김준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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