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의 쟈스민은 스스로 술탄이 되었고, <토이스토리>의 보핍은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닌, 자유를 추구하는 첫 번째 토이가 되었다.
 
사랑에 목숨 걸고(인어공주), 왕자를 통해 구원받으며(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라푼젤), 주인공의 아내 혹은 여자친구로 존재하던(알라딘) '디즈니 프린세스'들은 이제 전통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시대 변화에 맞춰 이렇게 진화했다. 하지만 디즈니코리아는 1990년대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마케팅 방식을 고수해 비판받고 있다. 
 
 영화 <라이언 킹> 날라를 '꾸안꾸', '사바나의 예비 영부인'등으로 표현한 디즈니코리아의 이벤트 홍보용 이미지.

영화 <라이언 킹> 날라를 '꾸안꾸', '사바나의 예비 영부인'등으로 표현한 디즈니코리아의 이벤트 홍보용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코리아는 지난 1일, 공식 SNS 계정과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나와 가장 닮은 라이온 킹 캐릭터는?' 이라는 제목의 예매권 이벤트를 진행했다. 참가자가 자신의 이름과 별자리를 입력하면 닮은꼴 캐릭터를 알려주고, 이를 개인 SNS에 올린 뒤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개봉을 앞둔 영화 <라이온 킹>의 예매권을 증정한다는 내용이다.
 
디즈니코리아는 해당 이벤트 페이지에서 날라 캐릭터를 소개하며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사바나의 예비 영부인' 등의 표현을 썼다. 네티즌들은 다른 캐릭터들에게는 성별과 무관하고 극 중 캐릭터와 관련 있는 특징을 해시태그를 쓴 것과 비교하며, 동물 캐릭터인 날라에게까지 '꾸안꾸'라는 수식어를 쓴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디즈니코리아의 마케팅 논란, 이번이 처음 아니다 
 
 디즈니코리아는 실사 영화 <알라딘>에서 진취적인 캐릭터로 진화한 쟈스민을 "예쁨주의보 제대로 터짐", "그래서 메이크업은 어떻게 하는 건데?" 등 외모만을 부각해 홍보하기도 했다.

디즈니코리아는 실사 영화 <알라딘>에서 진취적인 캐릭터로 진화한 쟈스민을 "예쁨주의보 제대로 터짐", "그래서 메이크업은 어떻게 하는 건데?" 등 외모만을 부각해 홍보하기도 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디즈니코리아 SNS에 게재된 영화 <캡틴 마블> 홍보 이미지. 마블 최초의 여성 히어로 영화를 홍보하며 히어로의 외모만을 강조하고 있다.

디즈니코리아 SNS에 게재된 영화 <캡틴 마블> 홍보 이미지. 마블 최초의 여성 히어로 영화를 홍보하며 히어로의 외모만을 강조하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문제는 시대를 역행하는 디즈니코리아의 마케팅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블 스튜디오 최초로 여성 히어로를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캡틴 마블>을 홍보하며 '얼음공주'라는 표현을 썼고, 공주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술탄이 되려는 <알라딘>의 쟈스민을 설명하며 '예쁨주의보 제대로 터짐. 그래서 메이크업은 어떻게 하는 건데?'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캐릭터의 주체성이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외모만을 부각한 것이다.
 
또, 최근 개봉한 <토이스토리4> 보핍을 소개하며 '우디 여친 보처럼 예쁘게 변신'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기도 했다. 보핍은 주인의 품을 떠나 스스로 존재하고 운명을 개척하는 삶을 택하고, 주인에게 헌신적인 우디에게 누군가에게 종속되지 않는 삶, 자유를 제안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하지만 디즈니코리아는 이런 중요한 보핍의 역할을 그저 '우디의 여자친구'라고 축소했다.
 
지난 2018년에는 마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여성 히어로의 이름을 제목에 넣은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의 한국 제목을 <앤트맨2>로 정했다가 팬들의 반발에 부딪혀 <앤트맨과 와스프>로 수정한 일도 있었다.

변화한 디즈니, 변화하지 않는 디즈니코리아 
 
 디즈니코리아 SNS에 게재된 영화 <토이스토리4> 홍보용 이미지.

디즈니코리아 SNS에 게재된 영화 <토이스토리4> 홍보용 이미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네티즌들은 논란이 생길 때마다 디즈니코리아 SNS는 물론, 디즈니 본사 공식 이메일과 SNS 계정, 감독과 배우의 SNS 계정 등을 통해 직접 문제 상황을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항의하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하지만 이처럼 여러 번의 거센 항의를 받고도 디즈니코리아의 마케팅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논란이 일 때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게시글을 조용히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의 대응을 일관하고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도 디즈니코리아 측은 "SNS 이벤트 관련 이슈를 인지하고 이에 즉시 해당 이벤트를 수정했다"며 "앞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보다 신중히 경청하며 브랜드에 걸맞은 콘텐츠 게재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문자로 취재진에게 전달했다.
 
최근 1년 사이 비슷한 패턴의 논란이 반복되면서 네티즌들은 '일부러 더 하는 거냐', '이쯤 되면 관객들과 기싸움하는 것 같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홍보하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쾌함을 표현하고 있다.
 
디즈니는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쓰인 민담을 원전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사로 성장했다. 민담이 만들어지고 탄생된 시대적 배경 탓에, 디즈니 여성 캐릭터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딸로 등장해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연인이 되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에 종속적이었고, 신분이나 성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남성 캐릭터의 도움으로 가능하곤 했다. 

하지만 시대 변화의 흐름 앞에 선 디즈니는 전통 대신 변화를 택했다. 새로운 가치관과 여성상을 스토리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디즈니 영화는 <겨울왕국> <모아나>을 거쳐, 최근 개봉한 실사판 <알라딘>, <토이스토리4>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즈니의 변화에도 반복된 지적과 비난 여론에도 변화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는 디즈니코리아. 작품 캐릭터와 동떨어진 이 이상한 마케팅과 반복되는 논란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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