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스틸컷

<알라딘>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근 20, 30여 년 전 우리가 열광했던 영화들이 극장가를 다시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800만 관객을 돌파한 <알라딘>, 인기리에 상영 중인 <토이스토리4> <사탄의 인형>, 곧 개봉을 앞둔 <라이온킹> 등이 그 주인공이다.

과거의 소재와 아이디어를 통해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할리우드의 시도는 현재까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알라딘>은 국내에서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는 건 물론 <토이 스토리4>는 시리즈 역대 최고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알라딘>의 경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의 결실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높은 만족도를 뽑아내며 주목을 받았다.

기술의 변화, 보장된 흥행... 30년 만에 돌아온 이유들

사람들은 왜 30여 년 전 영화들에 다시 열광하는 걸까. 가장 큰 흥행요인은 기술력의 발전으로 보인다. '3D 특수 기술의 혁명'이라고 불렸던 <아바타>의 등장 이후 할리우드 영화의 기술력은 급격하게 발전했다. 이는 기존에 실사화 또는 그래픽 구현이 힘들 것이라 여겼던 애니메이션 속 세계관을 스크린으로 더 실감나게 재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앞서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가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보인 건 물론 <정글북>은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는 동물 캐릭터들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여기에 <알라딘>은 최고의 관심사였던 마술램프의 요정 지니를 실감나게 표현해낸 것은 물론, 환상적인 마법 세계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지난 5월 개봉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역시 1998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일본의 '고질라'를 할리우드에 정착시킨 <고질라>의 리부트작 속편으로 전작보다 훨씬 커진 규모와 화려한 특수효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술력의 발전은 불가능이라 여겼던 세계관을 확립시키고 확장시켜주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는 디즈니의 클래식 애니메이션 실사화와 괴수물의 영역 확장으로 이전과는 다른 즐거움을 주게 되었다.
 
 <사탄의 인형> 스틸컷

<사탄의 인형> 스틸컷 ⓒ (주)이수C&E

 
두 번째는 보장된 흥행가능성이다. 이는 단순히 원작이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의 본질을 이루는 건 아이디어와 소재다. 좋은 아이디어와 소재가 담긴 시나리오는 시대가 흘러도 사랑받기 마련이다.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해내기 위해 고뇌하기보다는, 성공을 거둔 기존 시리즈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공포영화 최고의 인형 캐릭터 '처키'를 탄생시킨 <사탄의 인형>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개봉한 <사탄의 인형>(2019)은 처키가 AI(인공지능)이라는 설정을 더해 이전 시리즈와는 다른 신선한 리부트를 선보였다. 원작이 지닌 '인형에 악령이 들어간다', '인형이 살인을 저지른다'는 설정은 유지한 채 처키의 캐릭터에 변화를 시도하면서 현대에 어울리는 공포물로 재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의 경우, '맨'의 세계였던 시리즈의 역사에 '우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세계관에 새로운 느낌을 더했다. 이런 변화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맨 인 블랙>이라는 영화 자체가 외계인과 인간의 공존을 보여주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기본적인 색과 동력은 유지하되 약간의 변화를 통해 보장된 흥행공식을 이어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대에 맞게 각색한 스토리... 더욱 열광할 수밖에
 
 <토이 스토리4> 스틸컷

<토이 스토리4>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대에 맞게 가치관의 변화를 담아냈다는 점 역시 주요한 흥행 요인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다크 나이트>를 꼽을 수 있다. <다크 나이트>는 기존 <배트맨> 시리즈가 지닌 어두운 면을 더욱 깊게 파고들면서도, 히어로와 빌런(악당)의 관계를 통해 선과 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호평 받았다. 이는 히어로물이 영웅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게 만드는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런 변화는 이후 등장한 히어로물에도 새로운 동력을 선사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토이스토리4> 역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작품이다. 앞서 <토이스토리3>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시리즈의 완벽한 마무리를 선보였다. 그동안 <토이 스토리>는 매 편마다 조금씩 다른 주제의식을 담았으나 기본적으로 장난감은 주인에게 행복을 주어야 되는 존재라는 가치관이 바탕이었다. 하지만 이번 <토이스토리4>에서는 진정한 행복은 자기 자신이 찾아가야 되는 것이라는, 보다 주체적인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는 장난감-주인이라는 시리즈가 지닌 고정적인 가치관을 깨부수는 신선한 시도였다. 이처럼 다양한 가치관을 표현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현대의 사회적 분위기는 기존 시리즈 작품들을 더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줌과 동시에 색다른 리부트를 선보일 수 있는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알라딘> 역시 여성 캐릭터 자스민을 전면에 내세우며 변화를 시도했다. 앞선 <알라딘>에서 자스민은 원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거부하는 캐릭터였다면, 새로운 <알라딘>에서는 이슬람교 최고 지도자인 '술탄'에 오르고 싶어하는 보다 진취적인 가치관의 캐릭터로 변모했다. 북미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하고 있는 힘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나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콘스탄틴> 스틸컷

<콘스탄틴> 스틸컷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이런 흐름에 힘입어 새로운 리부트 또는 시리즈의 연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들도 있다. 첫 번째로는 <스폰>을 들 수 있다. 원조 안티 히어로인 '스폰'은 특유의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로 고정 팬층이 상당하다. 아쉽게도 1997년 영화화 당시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후속편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2018년 제이미 폭스가 주연을 맡은 <스폰> 리부트 프로젝트가 확정돼,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 번째는 <콘스탄틴>이다.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상에 존재하는 악들을 지옥에 돌려보내는 운명을 안게 된 콘스탄틴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눈을 사로잡는 비주얼과 특유의 분위기로 수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아직 리부트나 리메이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지만, 새로운 가치관을 투영시키기 용이한 스토리라는 점, 기술적인 발전을 통해 그래픽적으로 더욱 세련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세 번째는 <인어공주>다.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까지, 199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작품들이 모두 실사화가 된 만큼 <인어공주>의 실사화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디즈니는 <인어공주>의 실사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배우 젠다야 콜맨이 물망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어공주>의 경우 해저 세계를 재현해낸다는 점, 뮤지컬적인 요소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최근 디즈니가 여성 캐릭터들의 변화를 주도해 온 만큼, 새로 리부트 될 <인어공주>의 캐릭터가 어떻게 변할지도 기대되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리부트 90년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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