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 단체사진.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 단체사진. ⓒ 서정준

 
과연 오경택 연출의 의도대로 '이 시대에 공연할 이유가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지난 2일 오후 2시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번 제작발표회에서는 오경택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과 함께 작품의 전 배우가 출연해 개막을 한 달 가량 앞둔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의 첫 선을 보였다.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은 198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영화작가 스타인이 시나리오 '시티오브엔젤'을 쓰게 되며 벌어지는 일이 현실세계와 '시티오브엔젤' 속 흑백세계가 교차되며 펼쳐진다.

이날 제작발표회는 우선 넘버 시연으로 포문을 열었다. 4명의 엔젤(김찬례, 윤지인, 이준성, 황두현)과 멀티(김연진, 이종석), 스윙(이준영, 안다영) 배우들이 함께해 스캣(가사의 일부에 의미 없는 소리를 넣어 부르는 창법) 송을 선보인 프롤로그와 김경선, 리사 배우가 함께한 'What You Don't Know About Women', 최재림 배우가 단독으로 선보인 'Funny', 마지막으로 강홍석, 테이 배우가 함께 부른 'You're Nothing Without Me'까지 총 4곡을 선보였다.

이어 오경택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스타인 역 최재림 강홍석, 스톤 역 이지훈, 테이, 버디&어윈 역 정준하, 임기홍, 개비&바비 역 리사, 방진의, 칼라&어로라 역 백주희, 가희, 도나&울라 역 김경선, 박혜나가 참여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오경택 연출은 "194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신진작가 스타인이 '시티오브엔젤'을 쓰는 과정이다. 시나리오 속 주인공은 탐정이고, 현실과 영화 속 이야기가 계속 교차되거나 병치된다. 가장 큰 건 현실은 컬러로 표현되고 영화는 흑백으로 표현된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기술상 받기도했는데 그들은 흑백과 컬러 무대를 절반으로 나누는 등 심플한 방법을 썼는데 한국 초연은 필름을 상징하는 회전무대와 이중조리개 등을 무대에 활용해 다채롭게 구성할 예정"이라고 한국 초연 무대를 설명했다.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 좌측부터 강홍석, 테이, 임기홍, 정준하, 이지훈, 최재림.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 좌측부터 강홍석, 테이, 임기홍, 정준하, 이지훈, 최재림. ⓒ 서정준

 
오 연출은 '시티 오브 엔젤'이 미국정서를 지닌 작품이라는 점에 대해 고민했으며 한국 무대에 올릴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정서적인 면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1989년 초연이라 30년 전 작품이기도 해서 시간적 거리, 문화적 거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왜 동시대 대한민국에서 이 작품을 해야만 하는가는 당연히 연출로서 중요한 질문이고 숙제다.

기본적으로 작품 자체가 '필름 누아르'를 만드는 과정이다. 필름 누아르가 1930년대 후반 1950년대 초반 미국에서 상당히 유행해 일종의 장르화가 됐다. 그래서 (작품에) 무척 미국적 정서가 많이 녹아 있고 오리지널 프로덕션 팀이 뮤지컬로 만들며 누아르 정서에 대해 패러디, 오마주를 해 블랙코미디의 톤 앤 매너로 만들었다.

그래서 언어유희 같은 부분이 드라마의 큰 묘미인데 그런 미국적 정서에서 한국 정서로 치환하는 윤색에 무척 공들였다. 다행히 느와르라는 장르 자체는 상당히 대중적이라 플롯이나 주인공의 캐릭터가 전형적인 면이 많다. 전 세계 관객들이 이제 드라마의 기본 관습에 익숙해있기에 이야기의 진행에는 큰 문제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이어 오 연출은 동시대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여성 캐릭터를 보강하는 한편 음악적인 매력과 대중적인 스토리로 접근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아무래도 이 대본을 처음 받고 제가 불편했던 부분은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캐릭터다. 전형적이고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어떻게 동시대에 의미있게 재생산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누아르 (장르) 자체에 전형적인 여성 인물이 (흔하게) 등장한다.

그런 전형성을 뒤집어버리면 작품이 흘러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변화를 주기보단 세세한 지점에서 톤 앤 매너를 좀 바꿨다. 그리고 이 작품의 코미디적 측면을 훨씬 보강하고 강조함으로써 이 이야기를 한발 떨어져서 볼 수 있도록, 인물들이 현재 사회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 어떤 프레임 안에 존재하듯 거리두기 기법을 많이 사용했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음악적인 면에서 <시티오브엔젤>이 가진 차별점을 드러내려 애썼다. 김 감독은 "빅밴드 위주 재즈 스타일 곡이 많이 구성됐는데 재즈는 아시다시피 곡의 구성이나 형태가 아니라 연주 스타일에 차이가 있다"며 "프롤로그를 스캣 송으로 구성한 이유가 그런 자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이어 "엔젤 4명을 뽑는 오디션이 무척 치열했고 3차 4차까지 진행했을 정도다. 음색이나 표현방법 가창 스타일까지 비슷한 네 명을 선발했다"며 이들 역할을 강조했다.

또 "엔젤들이 호흡을 맞춰 드라마를 이어가는 게 많은데 한국 초연은 멀티 배우 넷을 더 뽑아서 풍성한 사운드를 내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오리지널과 좀 달라질 것 같다. 한국만의 정서나 상황에 맞게 펼쳐지는 다양한 구조를 기대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 중 김찬례, 윤지인, 이준성, 황두현, 김연진, 이종석, 이준영, 안다영 배우가 선보인 프롤로그.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 중 김찬례, 윤지인, 이준성, 황두현, 김연진, 이종석, 이준영, 안다영 배우가 선보인 프롤로그. ⓒ 서정준

 
또 미국 재즈 시대를 상징하는 '빅밴드'는 이번 <시티오브엔젤>에서도 주요한 관전 포인트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밴드가 무대 위에 오르지만 <시카고>처럼 전면에 노출돼서 세 시간씩 나오진 않는다. 리사, 방진의 배우가 맡은 재즈 여가수 역이 있는데 거기선 밴드와 함께 라이브 무대를 보여준다. 아시다시피 빅밴드가 자유로운게 재즈지만 얼마만큼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냐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본인의 연주스타일이 아주 익숙하지 않으면 어려운 게 있다. 연주자 섭외, 배우 오디션 등이 무척 어렵고 까다로웠다. 아시다시피 그루브는 교육하거나 훈련한 게 아니라서 음악적 성향이 익숙해야 한다. 제가 연습 3, 4주 정도 했는데 무척 행복한 건 그루브를 가진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그래서 연습과정이 흥분돼고 즐겁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미 2, 4 리듬이 배어있다. 그래서 너무 재밌게 작업하고 있다"고 함께하는 배우들을 칭찬했다.

배우들 역시 간담회 내내 함께하는 창작진과 배우들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뮤지컬에 출연하는 정준하와 가희 역시 마찬가지로 정준하는 "본의아니게 작년 10월부터 방송을 쉬고 있었다"며 "사업체 4개를 운영해서 너무 바빴는데 너무 좋은 작품 만났다. 이런 배우들과 언제 무대에 서나 했는데 함께하게 돼서 제가 제일 연장자긴 하지만 너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 호흡 잘 맞춰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가희 역시 "저는 가장 어려운 게 거주지가 해외로 바뀌어서 연습시간을 전부 참여하기 어렵다. 제게는 불안감, 완벽주의자 성격이 있는데 그걸 채우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집에서도 혼자 연습하고 있다. 연습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불안감을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무대에서 티내지 않고 민폐 배우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 사진. 좌측부터 백주희, 가희, 김경선, 박혜나, 리사, 방진의

뮤지컬 <시티오브엔젤> 제작발표회 사진. 좌측부터 백주희, 가희, 김경선, 박혜나, 리사, 방진의 ⓒ 서정준

 
끝으로 박혜나는 극 중 현실과 영화 모두 비서를 연기하는 것에 관해 "연출님께서 처음 말씀해주셨을 때 원래는 둘 모두 비서기도 하고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한국 초연은 도나와 울리의 갭을 줘서 차이를 주고 싶다고 하셨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시대에 맞게 도나 캐릭터도 많이 바뀌어서 원작과 저희는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시티오브엔젤>은 토니어워즈 6개 부문, 드라마데스크어워즈 8개 부문을 석권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런 만큼 이 작품이 지닌 정서와 메시지가 2019년 한국에도 잘 맞을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인다.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은 오는 8월 6일부터 10월 20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시티오브엔젤 뮤지컬 메리홀 충무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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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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