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의 인연이 시작된 곳은 연세대학교 아마추어 여자축구 동아리 W-KICKS였다. 태어난 곳도, 축구를 시작한 시기도, 그리고 팀에 들어온 계기도 모두 달랐지만 '축구'라는 키워드는 이들을 하나로 단단히 묶어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한솥밥을 먹게 된 이들은 W-KICKS를 빼고는 캠퍼스 생활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축구에 흠뻑 빠져 살았다.

축구에 빠져 사는 동안 시간이 흘러 어느덧 졸업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자 문득 함께 축구를 할 수 있는 날이 거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각자의 사정으로 예전만큼 축구에 열정을 쏟지 못했던 탓에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말이 유난히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축구와 관련된 세 사람의 추억을 영상으로 남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키킷(KICKiT)은 그렇게 축구로 물든 일상을 살아가는 세 유튜브 크리에이터, 임선영(경영 15), 김선경(체육교육 15), 엄다영(체육교육 15)의 품에서 태어나 세상에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 6월 7일 오후 서울 신촌역 부근에서 세 사람을 만났다. 아래는 세 사람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키킷의 세 크리에이터. 왼쪽부터 임선영, 김선경, 엄다영

키킷의 세 크리에이터. 왼쪽부터 임선영, 김선경, 엄다영 ⓒ 키킷

  
세 친구, W-KICKS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들의 유일한 교집합은 축구였다. 이들이 속한 연세대학교 아마추어 여자축구 동아리 W-KICKS는 고려대학교 FC엘리제, 한국체육대학교 FC천마, 이화여자대학교 ESSA, 인하대학교 INHA-WICS 등과 함께 대학 아마추어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강팀이다. 지난해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KUWFCF) 투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린 W-KICKS는 올해 상반기 공동 3위와 준우승을 한 차례씩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세 친구에게 W-KICKS에 들어오게 된 계기를 물었다. 임선영과 엄다영은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하며 자랐다고 했다. 하지만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축구를 하기가 어려워졌고, 갈증은 점점 쌓여만 갔다. 이들에게 돌파구가 된 곳이 W-KICKS였다. 임선영은 "해외축구 경기도 보고 축구 게임도 했지만 대학교에서는 꼭 축구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엄다영은 조금 특이한 케이스다.

"1년 먼저 입학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W-KICKS에 대해 알려줬다. 친구를 통해 W-KICKS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입단 예정자가 되어 있더라. 언니들도 '00 친구 이번에 들어온다더라'는 식으로 나에 대해 알고 있었다. 결국 친구를 따라 연세대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때는 빨리 W-KICKS에 들어가서 첫 훈련을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앞선 두 친구와는 달리 김선경은 대학교에 입학한 뒤 처음 축구를 시작했다. W-KICKS에 들어간 것도 축구에 대한 열망보다는 그냥 팀 운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운동은 꾸준히 했지만 팀 단위 운동은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 김선경은 "동아리를 결정할 때 농구나 배구처럼 다른 선택지도 많았다. 하지만 축구가 가장 끌렸고, 지금 생각해보면 축구를 선택한 게 정말 '신의 한 수'였다"며 W-KICKS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키킷의 탄생, 첫 콘텐츠는 북런던 더비

축구를 단순히 운동장에서만 즐기는 시대는 지났다. 경기장을 직접 찾는 직관 문화가 종목을 막론하고 서서히 확산되고 있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끼리 대형 스크린이 있는 장소를 대여해 경기를 관람하는 '단관' 문화 역시 해외축구 팬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중이다. 키킷은 이렇듯 '축구로 물든 일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방법으로 축구를 즐기는 세 친구의 모습을 담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다.

엄다영은 "우리 세 사람을 모이게 해 준 계기가 축구였다. 우리가 모였을 때 주로 하는 축구 얘기들을 영상으로 담아 보고도 싶었고, 또 새로운 시각에서 축구의 매력을 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축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고, 그 사람들의 일상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축구로 물들이고 싶다는 마음에서 키킷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키킷의 탄생 계기를 밝혔다.
 
 키킷의 첫 콘텐츠였던 게임으로 미리보는 북런던 더비

키킷의 첫 콘텐츠였던 게임으로 미리보는 북런던 더비 ⓒ 키킷 인스타그램

 
이제 4개월 가량 된 신생 채널이지만 키킷은 벌써부터 직관, 축구용품 리뷰, 축구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하고 싶은 게 어찌나 많은지 아이디어 회의 때 나온 것들만 해도 한 보따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무엇을 첫 콘텐츠로 할지가 가장 고민이었다. 일단 잘 만들 수 있고 또 시기적으로 적절한 콘텐츠부터 먼저 시도하기로 했다. 키킷을 소개하면서도 화제성이 될 만한 축구 이슈를 찾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2018-2019 프리미어 리그 29라운드에서 펼쳐진 토트넘과 아스날의 북런던 더비였다. 최종적으로는 게임으로 미리 보는 북런던 더비 프리뷰로 의견이 모아졌고, 경기 하루 전날인 3월 1일 업로드되며 키킷의 출발을 알렸다.
 
K리그, WK리그, ACL, A매치 등 다양한 경기 직관, '대박' 친 포레스트 아레나 직관 영상

키킷의 특징은 편식하지 않는 폭넓은 콘텐츠다. 직관도 마찬가지다.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동해안 더비, 인천현대제철과 경주한수원의 WK리그 개막전, 대한민국과 아이슬란드의 A매치 등 리그와 팀을 넘나들며 축구장을 누비고 있다.
 
 포레스트 아레나 직관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키킷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포레스트 아레나 직관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키킷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 키킷

 
그러던 중 3월 12일 포레스트 아레나(DGB 대구은행 파크)에서 열린 대구 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ACL(AFC 챔피언스리그) 직관 영상이 대박이 났다. 스토어에 진열된 유니폼과 머플러 등이 순식간에 팔려나가는 모습이나 대구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쿵쿵 골!" 응원 등 당시 연일 매진 행진으로 화제가 된 대구의 축구 열기와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를 적절히 담아내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이 포레스트 아레나 직관 영상은 5만 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키킷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포레스트 아레나 직관 영상이 이 정도로 뜰 줄은 셋 중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임선영은 "대구 직관 영상이 당초 예상보다 큰 관심을 끌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영상을 볼 수도 있으니까 앞으로의 영상들은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직관을 묻는 질문에, 엄다영은 지체없이 포레스트 아레나를 꼽았다.

"경기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오히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일단 대구까지 운전해서 가야 했는데, 내가 장거리 운전 경험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머니께서 흔쾌히 차를 빌려주셨다. 친구들과 미리 티켓팅도 하고 스토어에서 유니폼이랑 머플러도 사고 이렇게 준비를 해가며 직관한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날씨가 추워서 고생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반응이 좋아서 구독자도 늘고 키킷을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됐다."

임선영의 선택은 4월 6일 용인 시민체육공원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아이슬란드의 A매치였다. "정말 오랜만에 국내에서 열린 여자축구 A매치였기에 동아리 친구들도 함께 다녀왔다. 경기장도 새로 지은 경기장이었고(완공 후 1년 4개월 만에 치른 첫 공식 경기였다-기자 주), 여자축구 역대 최다 관중을 기록할 정도로 분위기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경기가 끝난 뒤 장슬기 선수가 인캠(KFA TV 인사이드캠)에서 '한국에서 축구하고 싶다'고 말한 것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앞으로의 키킷, 앞으로의 자신들의 모습

키킷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훨씬 더 많다. 당장 진행하기에는 제약이 많아 보석상자 안에 고이 모셔 둘 수밖에 없던 콘텐츠들을 살짝 귀띔해달라 했다.
 
 키킷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

키킷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다 ⓒ 키킷

 
김선경은 "2019 FIFA 여자 월드컵 특집으로 애니메이션과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여정' 영상을 만들었었는데 이를 다른 영상에도 활용해보고 싶다. 예를 들면 이제 막 축구에 입문한 사람들을 위한 리그와 팀 소개 같은? 그리고 각자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 지금까지 올라온 영상들은 주로 직관이나 게임에 관한 것들이었다. 서로가 갖고 있는 팬심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는 '축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엄다영은 "3월 말에 셋이서 축구를 테마로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왔다. 감바 오사카와 빗셀 고베의 J리그 경기도 직관하고, 유니폼도 사고,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풋살도 하고 왔는데 정말 잘하더라. '여행을 가서 그 지역 사람들과 축구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한 여행이었는데,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동남아나 미국, 유럽 등 다양한 곳에서 축구를 해보고 싶다. 사막에서 축구하기나 남극에서 축구하기 같은 이색 콘텐츠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키킷의 시작은 추억 남기기였다. 하지만 구독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제는 더 큰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가 깊게 뿌리내린 대한민국에서 이들의 신분은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힘든 대학생이자 아마추어다. 대학생, 그리고 아마추어의 시선으로 바라본 축구는 어떤 모습인지 전달하는 것이 현재의 키킷이 가진 목표라고 했다. 임선영은 "우리의 최종 목표는 유튜버가 아니다. 키킷을 통해 더 성장해서 나중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 축구를 통해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고, 유튜브가 그 발판인 셈이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세 사람의 미래는 키킷의 슬로건처럼 축구로 물든 일상으로 가득 차 있다

세 사람의 미래는 키킷의 슬로건처럼 축구로 물든 일상으로 가득 차 있다 ⓒ 윤지영

 
셋은 4학년 1학기를 마친 뒤 나란히 휴학계를 냈다. 캠퍼스 생활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 20대라면 예외없이 미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을 시기다. 각자에게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신의 미래 모습에 대해 물었다.

임선영은 글로벌 스포츠∙문화 콘텐츠 기업 왁티(WAGTI)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동안 골닷컴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GOAL TV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했다. 이때의 경험이 키킷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 주관 대회가 끝난 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기술 보고서 역시 그의 작품이다. "축구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축구를 잘 알아야 더 정확하고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임선영은 아직은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김선경은 W-KICKS의 홍보팀장이자 한국대학여자축구클럽연맹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다. 홍보팀 일을 하면서 배운 노하우를 키킷에도 활용하는 중이다. 김선경은 "홍보나 마케팅이 꿈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재미있어서 하고 있는 일이다. 특히 W-KICKS SNS 계정은 우리 동아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운영하는 중이다. 꾸준히 재미를 갖고 임하다 보면 이것들도 나중에 미래를 결정할 때 하나의 선택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일단은 키킷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엄다영은 슛 포 러브(shoot for love)를 즐겨 보는 이들에게는 지구방위대 FC의 '연세대 디발라'로 더 친숙하다. 꽃길싸커 한일전 편에도 출연하며 두 친구보다 먼저 유튜브 출연을 경험했다. 하지만 자신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키킷을 시작하고 카메라 앞에 설 일도 많아지면서 그동안 몰랐던 영상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찾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확실하게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키킷 활동을 계속하다 보면 또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축구

마지막 질문은 '축구로 인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였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내내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축구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 있다. 때로는 축구로 인해 눈물 콧물 다 쏟아내기도 한다. 키킷의 세 친구 역시 축구 때문에 눈물을 훔쳐야 했던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축구가 우리를 열받게 하고, 속터지게 하고, 울게 만들어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이러나저러나 결국은 축구다.
 
 키킷의 블루(blue) 엄다영

키킷의 블루(blue) 엄다영 ⓒ 키킷

  
"결국은 축구를 할 때 가장 행복한 것 같다. 필드 위에서 골이나 어시스트를 올리고 골을 합작한 선수와 세레모니를 하러 달려갈 때, 서로 뭔가 통했다는 느낌이 들 때, 감독님과 코치님, 팀원들이 기뻐하는 표정과 주변 분위기가 눈에 들어올 때. 특히 2017년 고려대 FC엘리제와의 아마추어 정기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엄다영)
 
 키킷의 옐로우(yellow) 김선경

키킷의 옐로우(yellow) 김선경 ⓒ 키킷

  
"일단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셋이 만나 키킷이라는 활동을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경기장 안에서 행복했던 순간은 0-0에서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이겼을 때. 모두가 골키퍼를 향해 달려나가는 그 순간이다."(김선경)
 
 키킷의 레드(red) 임선영

키킷의 레드(red) 임선영 ⓒ 키킷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힘들 때도 많지만, 그럼에도 항상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기장 안에서의 행복은 다영이랑 선경이가 앞에서 다 말해줬고, 결국은 팬, 선수, 크리에이터 어떤 형태로든 내가 오랫동안 봐오고 좋아한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하다."(임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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