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 윅 3: 파라벨룸> 장면

영화 <존 윅 3: 파라벨룸> 장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모든 사람은 살면서 그동안의 삶에 반하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동안 살아온 시스템에 대항하거나, 기존의 규칙들을 무시하고 소중한 어떤 것을 지키려고 애써야 하는 순간들이 바로 그런 때이다. 그 순간, 그 선택을 하게 만드는 건 이성적인 판단이라기 보단 감성적인 판단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삶을 바꾸거나, 그를 지키기 위해 전체 시스템과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역사에서 수없이 반복되었던 것일지 모른다.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저항했다. 과거 일제시대에도, 군부독재 시절에도 위협적인 시스템에 대항하기 위해 먼저 나선 건 바로 하나의 개인이었다.

전 세계 역사에 반복되어온 시스템과의 대립은 영화에서도 수없이 반복되어 만들어졌다. AI에 대항하는 <매트릭스>, 시스템에 저항하는 <브이 포 벤데타>, 감정을 통제하는 <이퀼리브리엄> 등 주로 SF영화들이 암울한 미래의 전체주의 시스템을 고발했다. 그것을 보다 현실적인 극영화로 구성한 작품인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빅쇼트> <기생충> 같이 자본주의의 시스템이나 구조를 이야기하는 영화들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앞서 이야기한 디스토피아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이야기는 좀 더 쉬운 장르적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액션 장르 안에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고스란히 담으면서 많은 마니아를 양산하기도 했다.

엘리트 킬러가 전체 시스템과 싸우는 이야기

영화 <존 윅 3: 파라벨룸>은 2014년 <존 윅>과 2017년 <존 윅 - 리로드>를 잇는 시리즈의 3편이다.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주인공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자신이 키우던 개를 죽인 조직에게 복수한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주요 내용이다. 원래 청부살인을 하던 킬러였던 존 윅은 청부살인 업체 시스템 안에서 가장 유능한 킬러로 인정받고 있는 엘리트다. 그런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 그 아내가 유일하게 남긴 개에게 남은 사랑을 주며 근근이 삶을 버텨갔다. 그러던 중 집에 쳐들어온 괴한들에게 개가 죽고 그 복수를 하게 된다. 결국 존 윅은 그가 그동안 살아왔던 시스템에 대항해 극렬한 저항을 하게 된다.

 
 영화 <존 윅 3: 파라벨룸> 장면

영화 <존 윅 3: 파라벨룸> 장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 영화를 근미래의 어떤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SF 장르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살인청부 업체와 중립 공간, 그리고 각 점거지를 소유하고 있는 자들은 현실에서 보기 힘든 가상의 공간에 위치해 있다. 존 윅이 전체 시스템에 대항하여 복수를 하게 되는 건 이성적인 판단은 아니다. 자신의 아내와 아끼던 개의 죽음을 목격한 후, 감정적인 동기로 시작한 복수는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점점 그 가상의 시스템 중심으로 향한다. 그는 최고의 킬러지만 시스템에 속해있는 모든 킬러들이 그를 죽이려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는 시리즈 내내 지쳐 보이고 우울해 보인다. 그 피곤함과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격려하는 것도 존 윅이 가진 감정적인 동기 때문이다. 존 윅이 가지게 된 그 감정이 영화 속 모든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그에게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열쇠를 준다. 그는 영화 속 많은 상황에서 다른 인물들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반면, 다른 인물들은 그저 시스템의 노예로 허무하고 잔인하게 처단당한다.

그가 시스템에 저항하는 그 순수한 감정적 동기는 그가 어려움을 처했을 때, 상대방의 도움을 얻기 수월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아주 애매하게 중립적인 위치에 있었던 인물들이 그를 돕는다거나 몸을 숨겨준다. 물론 전체 시리즈를 보면 대부분은 일시적인 도움이다. 마치 인과관계를 이야기하듯이 그런 행동 이후에는 대가가 따라온다. 그 대가를 그대로 수용하는 인물도 있지만 존을 앞세워 저항을 하는 인물들도 있다. 소피아(할리 베리)나 윈스턴(이안 맥쉐인)은 그들이 저항할 수 있도록 존 윅이 힘을 덧붙이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일시적인 합의로 시스템의 우두머리에 함께 대항한다.

시리즈 내내 외로운 존재, 존 윅

시리즈 전편에서 그려지는 존 윅은 그 시스템 안에서 가장 외로운 캐릭터다. 그가 믿을 수 있는 캐릭터는 하나도 없고, 오직 그의 주변에 그를 따르는 개만이 그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 강력한 시스템 안에서는 계약과 동맹만으로 인간관계가 이루어지고 합의의 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그들은 서로에게 총칼을 겨눈다. 마치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로와 경쟁하듯, 그들은 주변 동료들을 100% 믿지 않는다. 아주 친했던 동료도 어느 순간 뒤에서 칼을 휘두르는 존재가 되는데, 그런 자본주의 뼈아픈 경쟁의 유령이 <존 윅> 시리즈에 담겨 있는지 모른다.

영화 속에서 시스템을 이끄는 절대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절대자는 누구일까. 그건 그 누구도 아닌 그 시스템에 속한 구성원 전부일 것이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그 절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 그들이 시스템을 믿을 때, 그 시스템은 힘을 발휘하고 개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존 윅 3>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그 시스템의 절대자와 지도자들의 결정에 무조건 복종한다. 따르지 않는 자들은 잔인하게 처단당한다. 그 처단하는 역할을 맡는 건 그 시스템을 믿는 다른 킬러들이다. 존 윅도 그 시스템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 일부로 복종에 대한 맹세를 하지만 그는 그 시스템을 결코 믿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아주 사소한 이유로 복수를 시작했지만 전체 시스템을 뒤엎어 버리는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그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안에서 늘 화가 나있다. 심지어 존이 영화 속에서 하는 마지막 대사도 자신이 매우 화가 나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 심판관으로 불리는 인물(아시아 케이트 딜런)은 그 시스템의 규칙을 이야기하며 그것이 얼마나 나쁜 것이고 어떤 체벌이 있을지를 이야기한다. 마치 우리 시스템의 법관이나 검사와도 같다. 그가 법률 위반 사항을 말하듯 규칙을 어긴 자들 앞에서 협박하는 장면은 부패한 법관들이 규칙을 어긴 자들에게 하는 엄포와 같이 들린다. 유일하게 윤리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존 윅을 도운 이들을 처단하려 노력하지만 실제적으로 그가 얻는 이득은 많지 않다. 그가 말하는 체벌이나, 규칙은 언뜻 시스템 안에서 맞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건 불합리한 시스템에서 야기되는 일종의 협박이다.

매끄럽지 못한 이야기 속에서 보여지는 훌륭한 근접 액션의 향연

이런 거대한 시스템과 개인 간의 대결을 그리는 영화 <존 윅 3>는 그 내용의 전개가 매끄럽다고 하긴 어렵다. 현란한 액션 장면이 벌어지는 초반 이후 영화의 템포는 많이 느려지고, 존 윅이 만나는 상대들은 모두 비슷한 느낌으로 믿을 수 없는 존재로만 그려진다. 진득 하게 믿을 수 있는 캐릭터가 없다 보니, 존 윅 이외에는 마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 자체가 없다. 그래서 앞 선 두 편의 전작에 비해서 더욱더 존 윅의 원맨쇼 느낌이 강해졌다. 존 윅이 탈출하고 인물들이 만나 대화하는 과정도 너무 인위적이고 예측 가능해서 이야기 자체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저 1편의 후반 언저리에서 맴도는 이야기가 3편까지 계속되는 느낌이다.  

 
 영화 <존 윅 3: 파라벨룸> 장면

영화 <존 윅 3: 파라벨룸> 장면ⓒ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존 윅의 액션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영화 <존 윅 3>에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근접 액션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총기 액션은 물론이고, 단도나 사무라이 검을 이용한 액션 장면도 훌륭하고, 한국 영화 <악녀>에서 영감을 받은 오토바이 추격신은 이 영화 추격 장면 중에서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후반부에는 마치 과거의 홍콩 무술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보스에게 가기 위해 거치는 중간 보스들과의 단독 대결을 하나하나 보여줌으로써 무술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수많은 액션 장면이 계속되지만, 장면 장면들을 조금씩 변주하여 보여주기 때문에 적어도 액션 장면이 펼쳐질 때는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나 배우 키아누 리브스는 주인공 존 윅과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야기의 결함이 많은 영화지만 액션 영화의 팬이라면 꼭 챙겨 봐야 할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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