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배달부 키키> 포스터.

<마녀 배달부 키키> 포스터.ⓒ 스마일이엔티


'마녀'가 되기 위해선 13살에 고향 마을을 떠나 1년간 다른 곳에서 생활하며 정착해야 한다. 13살 '견습마녀' 키키는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아직 제대로 타지도 못하는 빗자루를 타고 길을 나선다. 바다를 낀 거대한 마을에 도착한 키키와 지지, 하지만 이들은 환영받지 못한다. 풀이 죽어 길을 돌아다니다가 빵집의 오소노 아줌마를 도와주게 되고, 이내 그의 도움으로 머물 곳을 마련한다. 

빵집에서 머물며 일도 도와주고 날아다니는 능력을 이용해 배달부 일도 한다. 성심성의껏 고객들을 응대하며 마녀로서의 수행도 하고 마을에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키키에게는 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부터 계속 못마땅했던 면이 있다. 시골 고향 마을에서 출발할 때, 돈 몇 푼에 무채색 칙칙한 옷 한 벌 정도만 가져온 점이다. 이곳에 와서 보니 또래 친구들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게 아닌가. 

마녀로서의 수행과 성장이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 키키는 알지 못한다. 우선 자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고, 또래 도시 친구들처럼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꾸미고 놀 수가 없다. 이 자괴감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할까. 키키는 마녀라는 특별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13살에 불과한 소녀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빵집 오소노 아줌마, 숲속 화가 우르슬라, 도시 친구 톰보는 그녀를 특별하게 여긴다. 

30주년 기념 재개봉 <마녀 배달부 키키>
 
 3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하는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한 장면.

3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하는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미야자키 하야오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다섯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가 2019년 30주년을 맞이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브리 설립 이전에 <루팡 3세>가 첫 번째 장편이고, 지브리 스튜디오는 <반딧불의 묘>가 네 번째 장편이다.) 앞서 6일에 재개봉한 <이웃집 토토로>와 불과 20일을 두고 재개봉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성기는 2000년대라고 불리지만,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1980년대를 수놓은 작품들이 긴 세월을 건너 다시 찾아온 것이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원작을 바탕으로 연출한 첫 번째 작품이다. 하여, 기본적인 골조와 메시지는 그가 추구하는 세계관과 일맥상통하지만 주제와 분위기는 그의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없이 귀여운 캐릭터 키키와 지지, 몽글몽글하고 편안한 분위기, 부담없는 주제 등이 어우러져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비로소 대중에게 알린 작품일 것이다.

특별한 듯 특별할 것 없는 존재
 
 특별한 듯 특별할 것 없는 존재, 마녀 키키.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한 장면.

특별한 듯 특별할 것 없는 존재, 마녀 키키.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영화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유럽인 듯 보인다. 원작가와 연출가의 기획에 따른 결과였을 텐데, 마녀라는 특별한 존재를 다르지 않게 대하는 시대를 상상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바로 전작인 <이웃집 토토로>가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특별한 존재를 자못 비밀스럽고 환상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르게, <마녀 배달부 키키>는 모든 이들의 눈에 보일 뿐더러 어울려 살기에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존재다. 

중년의 동네 주민들은 "요즘엔 마녀를 잘 볼 수 없다", "었던 대로 날아다닌다"고 말한다. 마녀를 이제는 잘 보기 힘든 지나간 구시대의 신기한 존재처럼 취급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키키 본인은 조금 서글플지 모르지만, '키키'라는 주체가 아닌 '마녀'라는 객체이자 대상이 되어 전시되는 것보단 훨씬 건강해 보인다. 그가 성장과 좌절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이런 건강한 기반이 구축되어 있는 덕분이다. 

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확장된 동심 세계관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거리낌 없이 더불어 살고 있는 모습에 감탄을 보내게 된다.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 하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가 여전히 획일적인 것과 비교하면 영화 속 세계에 더욱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마녀이자 평범한 소녀의 성장과 좌절
 
 특별한 마녀이자 평범한 소녀의 성장과 좌절을 그린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한 장면.

특별한 마녀이자 평범한 소녀의 성장과 좌절을 그린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한 장면.ⓒ ?스마일이엔티

 
특이하고 귀엽고 부러운 세계. 그러나 건강한 기반을 갖춘 곳에서 '소녀'이자 '마녀'인 키키가 겪는 성장과 좌절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특별한 마녀와 평범한 소녀라는 대척점과 거기서 비롯된 성장과 좌절은, 사실 우리 모두 한 번쯤 느껴보고 겪어봤음직 하다. 그건 평생 계속된다. 누구든 자신이 때론 특별하게 때론 평범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언제든 중심을 잃지 않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단, 더불어 사는 세상인 만큼 나뿐만 아니라 내 옆의 다른 사람에게도 진가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키키에게는 고향 마을에서 그녀를 응원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말이 통하는 검은 고양이 지지가 있다. 또 그녀를 마녀로서뿐만 아니라 소녀로서도 인정해주는 톰보와 우르슬라도 있으며, 그녀의 성실함과 친절함에 반해 인간적으로 교감하게 된 고객들도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도 키키라는 존재가 있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가 곧 개인이 각자도생하는 사회라는 뜻은 아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우리는 관계를 통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서 도움과 인정을 주고 받는 데 인색함이 없는 삶과 세상이 되길 바란다. <마녀 배달부 키키>가 보여주는 삶과 세상이 바로 그러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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