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지시하는 라바리니 감독 18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발리볼네이션스리그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대한민국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작전 지시하는 라바리니 감독18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발리볼네이션스리그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대한민국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나긴 5주간의 VNL이 보령 시리즈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상대적으로 약팀으로 여겨졌던 불가리아나 도미니카 공화국에 여자배구 대표팀이 패하면서 이대로 최하위로 대회를 마무리짓나 싶었지만 일본과 폴란드를 연이어 잡으며 막판에 귀중한 2승을 챙겼다.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VNL에서 드러난 여자배구 대표팀의 개선된 점과 개선해야 할 점, 그리고 2020 도쿄올림픽 강화훈련 엔트리를 분석해보았다.
 
대표팀이 못한 것 - 리시브 불안과 결정력 부재
 
이번 VNL에서 대표팀이 무조건적으로 다른 팀에 끌려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유럽 DNA 배구를 장착하면서 분명히 비등비등했던 세트들이 있었다. 대회 초중반에 대표팀의 발목을 잡았던 리시브 불안은 공인구에 적응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많이 없어졌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결정력의 부재였다. 이로 인해 20점 이후에 득점을 내지 못하며 세트를 내주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결정력이 높은 이재영과 박정아가 부상으로 빠져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의 전력 누수는 감안해야 했지만 그렇다 해도 라이트 김희진의 결정력은 상당히 아쉬웠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일본, 폴란드전에서는 잘했지만, 높은 블로킹을 가지고 있는 장신 공격수들 앞에서는 뚫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라바리니 감독의 배구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라이트 포지션에서의 결정력이 높아야 한다. 이러한 토종 라이트 공격수의 부재는 라바리니 감독의 말처럼 기형적인 외인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잘못된 제도로 인한 쓰라린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박정아가 부상 재활로 인해 대륙간 예선전에도 임하지 못하기 때문에 김희진과 이번에 새로 뽑힌 하혜진이 조금 더 힘을 내주어야 한다.

대표팀이 잘한 것 - 활발했던 센터, 이다영 그리고 원팀
  
대표팀이 가장 잘했던 점 중에 하나는 센터가 공수에서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정대영이 합류하면서 공격과 블로킹의 경쟁력이 생겼고, 이주아는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국제무대에서 펄펄 날았다. 두 선수들이 공격에 있어서는 파워와 스피드를 같이 겸비하고 있고, 수비에서도 센터가 어느 정도 해주어야 할 이단 연결이나 잔볼처리 능력이 좋기 때문에 라바리니 감독이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에 딱 맞다.
  
'좋구나' 18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발리볼네이션스리그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득점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좋구나'18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발리볼네이션스리그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득점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시리즈를 치를수록 가장 놀랐던 선수 중 하나가 이다영이었다. 그동안 이다영에게 가장 아쉬웠던 것은 토스의 정확도였다. 화려하기는 하지만 토스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져서 불안함이 있었는데 라바라니 감독이 이다영에게 안정감을 심어주었다. 점프 토스에 비롯되는 정확한 세팅, 거기에 원래 잘하던 서브와 블로킹이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결정적일 때 토스 선택의 아쉬움이 있지만, 이재영이 합류하고 라이트 공격의 결정력이 높아지면 이다영의 토스가 더 빛이 날 것이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제일 고무적인 일은 이제는 선수들이 라바리니 감독의 배구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연경은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블로킹을 어떻게 해야 되고, 수비를 어떻게 해야 되고, 공격을 어떻게 해야 되고 등 감독님의 작전대로 선수들이 다 같이 움직이는 것이 달라졌다"라고 밝힌 바 있다. 라바리니 감독도 기자회견에서 "감독으로서 2연승보다 더 기뻤던 부분은 선수들과 감독이 같은 배구를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와 감독이 같은 배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 원팀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 배구에서 이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라바리니 감독과 선수들은 또 하나의 벅찬 감동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 여자배구 대표팀 강화훈련 엔트리 명단

레프트 - 김연경(엑자시바시), 이재영(흥국생명), 이소영(GS칼텍스), 강소휘(GS칼텍스), 표승주(IBK기업은행)
라이트 - 김희진(IBK기업은행), 하혜진(한국도로공사)
세터 - 이다영(현대건설), 안혜진(GS칼텍스), 이나연(IBK기업은행)
센터- 정대영(한국도로공사), 이주아(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리베로 - 김해란(흥국생명), 오지영(KGC인삼공사)

이상 16명

 
박정아가 재활 중인 관계로 완벽하게 구성되지는 못했지만 이재영, 이소영의 합류만으로도 여자 대표팀은 강팀이 된다. 여기에 하혜진이 발탁된 것이 눈에 띄는데, 후위 공격이 가능한 선수이니 대표팀 훈련을 잘 받고 일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터 이나연도 대표팀에 새롭게 승선했는데 라바라니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뽑았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확실한 것은 라바리니 감독이 토스 스피드가 있는 세터들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센터에서는 양효진과 김수지가 부상을 딛고 합류했다. 상대팀의 특징에 따라서 그때그때 라인업을 다르게 운영하면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해란-오지영으로 구성된 리베로 라인업은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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