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가수 마돈나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1983년 데뷔한 이래 쉼 없이 음악 활동을 했던 그는 사회적 이슈의 한복판에 뛰어들기도 했다. 2017년 미투 운동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던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범죄 폭로에 마돈나 역시 가세한 바 있다. 

지난 5일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마돈나는 웨인스타인이 같이 작업할 때 지속적으로 그가 성적으로 접근해왔고 "선을 넘었다(crossed lines and boundaries)"고 말한 바 있다. 많은 성범죄 피해자가 그러하듯, 마돈나 역시 웨인스타인이 할리우드에서 가지고 있는 지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참아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늘 사회적 이슈에 뛰어들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마돈나의 모습이었다.

'지금 여기'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다
 마돈나 새 앨범 < Madame X > 커버 이미지

마돈나 새 앨범 < Madame X > 커버 이미지ⓒ 유니버설뮤직

 
지난 14일 발매된 14번째 정규앨범 < Madame X >는 뜨겁지만 냉철한 비판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수록곡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러한 문제의식이 잘 드러난다. 'I Rise'에서는 미국의 총기 문제를 은유적으로 다뤘다. 2018년 2월 플로리다 주 피클랜드의 한 고교에서 비극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생존자 중 한 명인 엠마 곤잘레스의 목소리를 곡 도입부에서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은 우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Us kids don't know what we're talking about)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엔 너무 어리다고.
(That we're too young to understand how the government works)

난 그걸 헤쳐나갈거야
(I'm goin' through it, yeah)
그 속에서 비극을 본다는 걸 알아.
(I know you see the tragic in it)
그 안에 있는 작은 마법을 붙잡고 있어줘.
(Just hold on to the little bit of magic in it)
지금은 좌절할 수 없어.
(I can't break down now.)"


또 다른 수록곡 'Killers Who Are Partying'을 들어보자. 도입부부터 직설적인 이야기를 통해 연대를 이야기한다.

"게이들이 화형당한다면 난 게이가 될 거야
(I will be gay, if the gay are burned.)
아프리카가 멈추면, 난 아프리카가 될 거야
(I'll be Africa, if Africa is shut down.)
가난한 이들이 모욕당한다면, 난 빈자가 될 거야
(I will be poor, if the poor are humiliated.)
아이들이 학대당한다면, 난 아이들이 될 거야 
(I'll be a child, if the children are exploited.)
나는 내가 무엇인지 알아
(I know what I am.)
그리고 무엇이 아닌지도
(And I know what I'm not.)"


우리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이 성소수자거나, 소위 '제3세계'에 살고 있거나, 가난하거나 그리고 어린이라서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고 배제되는 세계에서는 그 누구의 안온한 일상도 보장되기 힘들기 때문에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별받는 누군가는 남이기도 하지만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세계에서 반차별과 사랑을 외치다

제목에서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 X가 연상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마돈나는 "모든 개인적인 자유를 체계적으로 제거하는 것처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같은 지도자에 대한 분노를 탐구했다"고 말했으며, 그를 인터뷰한 저널리스트 바네사 그리고리아디스는 "사랑과 반차별의 복음을 전파하는 자유 투사"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의 분노는 종교적인 차원의 것이기도 하다. 수록곡 'God control'에서는 "우리는 신의 통제력을 잃었다"면서 괜찮은 직업을 얻고 평범한 삶을 살 기회가 없어지고 있으며 이것은 국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빌어먹을 진실"이다. 오늘날 '미국인만을 위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세계에서(과연 미국인 안에서는 배제되는 이가 없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가사는 시종일관 어둡고 비관적이다. 

이런 흥미로운 평가도 있다. <인디펜던트>지는 'Killers Who Are Partying'의 가사를 언급한다. 마돈나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들을 위한 목소리"가 되길 늘 자처해 왔지만 '성소수자가 되고 빈민이 되고 아이들이 될 것이다'라는 말은 "의도는 좋지만 연대란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It's well-intentioned, but being an ally doesn't quite work like that)"라는 것. 

맞는 말이다. 연대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마돈나가 걸어온 발자취를 보면, 그는 늘 일관되게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행동했다. 보수적이었던 미국 사회에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다"라며 보기 좋게 한 방 먹이는가 하면,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냈다가 방송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마돈나의 이번 앨범 < Madame X >는 결국 지난 30년간 해왔던 작업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한 순간의 연민에 그치지 않고 "목소리 낼 수 없는 자들을 위한 목소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팝스타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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