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포스터

<비스트> 포스터ⓒ (주)NEW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마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니체가 한 이 말은 '악'이라는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스스로 '악'이 되는 걸 경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영화 중 이 말이 지닌 의미를 가장 잘 담아낸 작품으로는 <악마를 보았다>를 뽑을 수 있다. 극 중 국정원 경호요원 수현(이병헌 분)은 약혼녀가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 분)에게 살해당하자 장경철에게 복수를 가한다. 장경철에게 잔혹한 복수를 하면 할수록 수현은 점점 악마가 되어가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비스트>는 한 건의 살인사건을 향한 집착 때문에 파멸을 향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형사 한수(이성민 분)가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화 초반부 한 건의 납치사건이 발생하고 강력반 2팀은 며칠 동안 범인을 잡지 못한다. 그러던 중 인천 앞바다에서 발견된 비닐봉지 안에 납치당했던 여고생이 토막 살인된 시체로 발견된다. 이에 강력 1팀과 2팀은 무너진 경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되는 순간에 직면한다.
  
괴물이 되어가는 두 형사의 모습
 
 <비스트> 스틸컷

<비스트> 스틸컷ⓒ (주)NEW

 
강력 1팀 반장 한수와 2팀 반장 민태(유재명 분)는 서로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한수는 '뜨거운 괴물'이다.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다. 범죄자를 정보원으로 이용하고 폭력도 서슴지 않는 그는 뛰어난 수사 실적으로 과격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경찰서장의 보호를 받는다.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철저한 조사보다는 동물적인 직감과 즉각적인 반응으로 용의자 수색에 열을 올린다.
 
반면 민태는 '차가운 괴물'이다. 그에게 사건은 자신의 실적을 올리기 위한 도구이며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자신의 입장에서 범인을 잡아 승진의 밑거름으로 삼기를 원한다. 그는 지지부진한 납치 사건 수사가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고 자신 대신에 한수가 승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자 범인을 잡기 위해 분투한다. 두 사람의 욕망 사이에 끼어 든 인물이 마약브로커 춘배(전혜진 분)이다.
 
춘배는 살인을 저지르고, 이 살인을 은폐해주는 대가로 한수에게 거래를 요청한다. 여고생 살인사건의 범인을 알려줄 테니 자신의 살인을 숨겨 달라고 말하는 춘배. 한수는 범인을 잡으려는 욕심에 살인을 은폐해 주기로 결정한다. <비스트>는 두 가지 측면에서 괴물이 되어가는 두 형사의 모습을 담아낸다. 첫 번째 측면은 높은 몰입도로 엮어낸 사건들이 주는 감정적인 격화이다. 한 소녀의 죽음을 바탕으로 여러 사건과 인물을 엮으면서 괴물을 향해 내려가는 사다리를 탄 두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스트> 스틸컷

<비스트> 스틸컷ⓒ (주)NEW


한 사건을 끈질기게 담아내며 집착이 욕망이 되고, 욕망이 죄악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보다는 중심이 되는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여러 사건과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을 엮어내며 점점 심연으로 빠지는 인물들의 심리를 조명한다. <비스트>는 몰입도 높은 사건들을 바탕으로 인물의 심리를 더 알기 쉽게 담아낸다. 그러면서 한수는 살인마를 잡기 위해 괴물이 되고 민태는 그런 한수를 잡기 위해 괴물이 되는 과정을 폭발력 있게 그려낸다.

두 번째 측면은 괴물이 되어야 괴물을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한계이다. 한수와 민태는 사건 해결에 있어 춘배와 오마담(김호정 분)의 도움을 받는다. 두 사람이 전해주는 정보에는 대가가 있고, 이 대가는 공정한 수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들이 두 사람과 협조하는 이유는 그들의 상대가 괴물이고 괴물을 잡기 위해서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물을 잡는다는 명목 하에 '필요악'이 되어버린다면 악이 지닌 깊은 구렁과도 같은 심연에 빠지게 된다.
  
 <비스트> 스틸컷

<비스트> 스틸컷ⓒ (주)NEW

  
<비스트>는 점점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두 남자의 모습을 통해 괴물을 잡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어야만 하는 슬픈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를 통해 이런 현실을 보고 있자면 뒷맛은 개운하지 못하다. 잔혹한 장면들도 그렇지만, 한때 파트너였지만 서로를 향해 이를 내미는 괴물이 되어버린 두 형사 때문이다.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이다. 괴물을 잡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어야만 하는, 자신은 필요악이라 여기지만 결국은 악이 되어버리는 슬픈 초상 때문에 더욱 씁쓸해지는 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씨네 리와인드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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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영화 칼럼니스트 김준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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