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움길> 포스터

영화 <에움길> 포스터 ⓒ (주)영화사 그램


우리나라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이제 21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91세에 이른다. 일본의 전시 성폭력 문제 해결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일본군 성 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지난 20여 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에움길>이 오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굽어 멀리 둘러 가는 길'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에움길'은 그동안 할머니들이 걸어온 길을 상징하는 단어다.

일본 정부와 싸워 온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역사
 
 영화 <에움길> 스틸 컷

영화 <에움길> 스틸 컷 ⓒ (주)영화사 그램

 
영화는 이옥선 할머니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15살 어린 나이에 갑자기 만주로 끌려갔던 기억을,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증언한다.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일제의 만행을 증언한 이후 그동안 수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이듬해인 1992년 1월 8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 전신) 주최로 시작된 '수요집회'는 27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에움길>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싸워 온 역사 그 자체다.

2016년 개봉해 350만 관객을 울렸던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당시 착한 일본군 다나카를 연기하며 스태프로도 일했던 이승현이 연출을 담당했다. 제작비는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시민들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 지원 시설 '나눔의 집'에서 20년 동안 찍은 영상은 다소 투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짜' 할머니들의 삶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영화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집회에 참석하는 할머니들의 심경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도 감정이 있는데" 원숭이 보듯 쳐다보지 말아 달라고 토로하는가 하면, 할머니들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왜 부끄러워 해야 하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 벗고 바라본다면...
 
 영화 <에움길> 스틸 컷

영화 <에움길> 스틸 컷 ⓒ (주)영화사 그램

 
앞서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이승현 감독은 "할머니들의 피해 사실에 집중하기보다는 사랑스러운 일상을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틈만 나면 노래를 시작하는 박옥선 할머니, 장구부터 노래, 춤 다재다능한 배춘희 할머니, 언제나 강단 있으신 김순덕 할머니 등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을 벗고 바라본 이들은 제각각 개성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는 쉽지 않다. 2003년 피해 할머니들이 정부의 무관심한 대응에 상심해 '국적 포기서'를 제출하려 했던 일이나 2015년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문을 발표했던 일 등 지난 20년 동안 일본군 성 노예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 사건들 역시 이 작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들의 유쾌하고 소박한 일상에 미소 짓다가도 문득 마음이 무거워지는 지점이었다.

한 줄 평: 할머니들의 단단한 마음과 순수한 미소가 동시에 느껴진다
별점: ★★★ (3/5)

 
영화 <에움길> 관련 정보

감독: 이승현
출연: 이옥선, 이용순, 김순덕, 김군자, 강일출, 박옥선 등 30여 명
배급: (주)영화사 그램
러닝타임: 76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 2019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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