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후반 정정용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19.6.12

11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전 한국과 에콰도르의 경기. 후반 정정용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대한민국은 한창 '이강인(발렌시아CF) 앓이' 중이다. 뛰어난 발재간과 화려한 개인기, 번뜩이는 센스, 그리고 만18세의 나이에도 형들을 이끄는 리더십까지 갖춘 한국 U-20 대표팀의 에이스 이강인은 한국을 U-20월드컵 결승으로 이끌며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이제 이강인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축구 유망주들이 모인 U-20 월드컵에서도 가장 강력한 골든볼(MVP)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강인 외에도 이번 U-20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단연 빛나고 있다. 최전방에서 아프리카와 남미의 체격 큰 센터백들과 공중볼 다툼을 하고 있는 '언성 히어로' 오세훈(아산 무궁화)과 세네갈과의 8강전 극장골의 주인공 이지솔(대전 시티즌), 대회 내내 엄청난 선방을 보여주고 있는 이광연(강원FC) 골키퍼까지 대표 선수들 모두 '한국축구의 젊은 영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번 대표팀에는 이강인처럼 대회 전부터 크게 기대했던 선수도 있고 이광연 골키퍼 같은 '깜짝스타'도 있다. 하지만 한국이 이번 U-20 월드컵에서 이토록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가장 큰 비결은 바로 완벽한 팀워크에 있다. 결승에 오르는 과정에서 거의 모든 수훈선수들이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을 먼저 챙길 정도로 한국은 하나의 팀이 돼 있다. 그리고 한국 대표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일등공신은 단연 한국 대표팀의 수장 정정용 감독이다.

현역 생활 초라했지만 꾸준한 공부와 유소년 지도 통해 경험 축적

한국은 1983년 김종부(경남FC 감독)와 신연호(단국대 감독)가 중심이 된 U-20 대표팀이 멕시코 U-20 월드컵에서 첫 번째 4강 신화를 달성했다. 그리고 당시 대표팀을 이끌었던 박종환 감독(여주세종축구단 총감독)은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 받았다. 지금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공포의 외인구단'스타일의 지옥훈련은 기술의 부족함을 이겨내는 한국의 정신력을 상징하는 비결로 인정 받았다.

2002년 월드컵의 4강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중국 U-21 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 부임 초기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한국의 4강신화를 이끈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박지성과 이영표를 PSV 아인트호벤으로 영입하는 등 한국과 인연을 이어갔다. 히딩크 감독은 2017년 울리 슈틸리케 감독(톈진 터다)이 경질된 후 한국축구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발언한 것이 감독 재부임설로 이어졌을 정도로 여전히 한국축구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렇게 스포츠, 특히 감독의 역할이 큰 축구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면 그 나라, 혹은 클럽의 지도자가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정용 감독은 한국이 U-20 월드컵에 출전하기 전까지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다. 정정용 감독은 현역 시절 프로무대에서 뛰어본 적이 없고 지도자로서도 2014년 대구FC의 수석코치를 역임한 것이 프로팀을 맡아 본 경험의 전부였기 때문이다(심지어 그 해 대구는 1부가 아닌 2부리그 소속이었다).

현역 시절 수비수였던 정정용 감독은 청구고등학교와 경일대학교를 졸업한 1992년 이랜드 푸마의 창단 멤버로 입단해 1997년까지 활약했다. 하지만 연습 경기 도중 눈 부위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20대의 젊은 나이에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현역 시절에도 대학원을 다날 정도로 '학구파'였던 정정용 감독은 은퇴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스포츠생리학 박사과정을 이수하며 축구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6년부터 유소년 팀을 지도하기 시작한 정정용 감독은 U-14, U-17, U-23 등 각 연령별 대표팀의 코치로 활약하며 경험을 쌓았다. 2016년 U-20 대표팀의 감독대행을 맡아 수원 컨티넨탈컵 우승을 이끈 정정용 감독은 U-20 월드컵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이후 U-23 대표팀의 감독대행을 맡았던 정정용 감독은 신태용 감독의 뒤를 이어 U-20 대표팀 감독에 정식으로 부임했다(물론 당시 핵심 선수들은 대부분 만18세 이하였다).

과감하게 거는 승부수마저 쪽집게처럼 척척, 이제 진짜 새 역사에 도전

작년 U-19 대표팀을 이끌고 21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툴롱컵에 출전한 정정용 감독은 이강인이라는 '특급 유망주'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정정용 감독은 U-20 월드컵 출전권이 걸려 있던 작년 AFC U-19 대회에서도 이강인, 정우영(바이에른 뮌헨),김정민(FC리퍼링) 등 유럽파들이 빠진 상태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U-20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정정용 감독은 이번 U-20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에게 팀워크를 강조하며 목표의식을 고취시켰고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우승'이라는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이 기대됐던 정우영이 빠졌음에도 대표팀이 전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렇다고 정정용 감독이 매번 별다른 전략 없이 선수들을 다그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회를 치르면서 상대를 놀라게 하는 절묘한 작전으로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한국은 지난 5일 일본과의 16강전에서 전반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일본에 크게 밀렸다. 하지만 정정용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스피드가 좋은 윙어 엄원상(광주FC)을 투입해 분위기를 바꿨고 오른쪽 측면에서 과감한 돌파를 선보인 엄원상은 견고하던 일본 수비를 흔들었다. 물론 결승골은 왼쪽 측면의 최준(연세대)과 오세훈이 만들었지만 엄원상이 오른쪽에서 균열을 일으켜 줬기에 왼쪽 측면에서 기회가 나온 것이다.

12일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는 후반 27분 '에이스' 이강인을 박태준(성남FC)과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물론 수비강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대표팀에서 이강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엄청난 모험이었다. 만약 에콰도르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면 한국은 에이스 없이 남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에콰도르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4강에서 72분만 소화한 이강인은 더욱 좋은 컨디션으로 결승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남자 축구 최초로 FIFA 주관대회에서 결승진출에 성공한 U-20 대표팀은 이미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한국 축구 역사상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업적을 만들어낸 정정용 감독의 지도력은 그 어떤 찬사를 받아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정정용 감독은 아직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미래의 슈퍼스타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작은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을 세계 최정상의 위치에 서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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