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인스타그램 캡쳐

박소연 인스타그램 캡쳐ⓒ 박소연 인스타그램

 
피겨 국가대표 맏언니 박소연(단국대)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박소연의 은퇴로 김연아 키즈 1세대였던 1997년생 선수들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게 됐다.
 
박소연은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역 국가대표 생활을 마감한다고 알렸다. 그는 "피겨를 시작한 지 15년의 세월이 지났다"며 "뒤돌아보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아이스쇼를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게 됐다"며 "앞으로 또 다른 박소연으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저를 이끌어 주신 지현정 코치님과 힘들 때 많은 도움을 준 우상 김연아 선배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4시즌 연속 그랑프리 자력 진출, 첫 월드 톱10


박소연은 한국 여자피겨에 여러모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겨왔다. 지난 2009년 최연소로 국가대표로 발탁된 그는 2012년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김연아 이후 최초로 은메달을 거머쥐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시니어로 데뷔한 그는 김연아와 함께 소치 올림픽에 출전해 21위에 자리했다. 이어 세계선수권에서는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9위를 하며 톱10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4-2015시즌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2017-2018시즌까지 박소연은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두 개 대회씩 자력으로 모두 출전했다. 이 역시 한국 여자피겨 선수로는 박소연이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한 것이었다. 네 시즌 동안 박소연은 그랑프리에서 세 번 5위에 올랐으며, 이 기록은 지난 시즌 후배 임은수(신현고)가 동메달을 획득하기 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프랑스에서 열렸던 그랑프리에서는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180점대를 돌파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유력한 출전 후보로 꼽히게 됐다.
 
부상딛고 감동연기, 해외 아이스쇼 새출발


그러나 이 대회를 마친 직후 태릉 선수촌에서 훈련하던 도중 복숭아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이후 그는 2017년 하반기까지 네 차례의 수술을 받아야만 했고 이 여파로 평창 올림픽 선발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열렸던 마지막 선발전에서 거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미 앞서 있던 후배들과 격차를 좁히기에는 늦은 뒤였고 결국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고 말았다.
 
뼈아팠던 좌절을 겪었지만 박소연은 포기하지 않고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3월 러시아에서 열렸던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클린 연기를 펼치면서 5위에 오르며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지난 6~8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올댓스케이트 2019' 아이스쇼에서 아리아나 그란데의 '7Rings' 음악에 맞춘 갈라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박소연은 그동안 피겨 여자 국가대표 가운데 유일한 1990년대생이자 맏언니로서 오랜 기간 국가대표 타이틀을 유지하며 후배들에게 모범이 됐다. 현재 국내 여자피겨 선수 가운데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들은 극히 드물다. 이는 성장통을 거치면서 잦은 부상 등으로 인한 기량 저하와 대학 입시 등의 문제 등으로 인해서다.
 
실제로 박소연과 동갑내기이자 김연아 키즈의 1세대로 불렸던 1997년생 선수들은 대부분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은퇴했다. 그나마 박소연과 함께 소치에 출전했던 김해진(이화여대)이 평창 동계올림픽 시즌까지 선수 생활을 유지했다. 그랬기에 박소연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한국 피겨에 큰 의미를 남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임은수, 유영(과천중), 김예림(수리고) 등 뛰어난 후배선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압박감 속에서도 박소연은 단 한 번도 국내 최고 대회인 종합선수권에서 5위권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1월 이 대회에서 박소연은 4위에 오르며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는 골절 부상을 당하고 난 후 거둔 성적이기에 더욱 값졌다.
 
박소연은 은퇴 후 미국 피겨스케이팅 아이스쇼 투어 프로그램인 태양의 서커스에 합류한다. 한국 피겨 선수가 은퇴 후 해외 아이스쇼 투어에 참가하는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에 주목을 받고 있다. 박소연은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은퇴 후에도 제가 좋아하는 스케이팅을 계속해서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적었다.
 
박소연의 은퇴로 김연아 키즈의 1세대였던 1997년생 피겨 선수들은 이제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은퇴하는 국가대표 맏언니는 은퇴 이후에도 색다른 행보를 이어가며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며 스케이트를 향한 열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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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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