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1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후반전 1골씩 주고받으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6월 열린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승 1무의 성적을 기록함과 동시에 아시안컵 이후 치른 4차례의 평가전에서 무패기록을 이어갔다. 후반 13분 황의조의 선제골이 나올때만 해도 8년 만에 이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불과 5분 만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끝났다.

이전과 다른 두 팀의 대결

대표팀은 지난 8년 동안 이란전에서 무승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까지는 한국이 일방적인 공격을 펼치다가 이란의 역습이나 세트피스, 한국의 실책성 플레이 등으로 인해 실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반대로 2016년엔 이란의 일방적인 공격양상으로 흘러갔다.)

이는 이란의 전임 감독이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의 전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케이로스 감독은 수비를 굳건하게 갖춘 다음 역습과 세트피스를 통한 득점을 기록하는 실리적인 축구를 펼쳤다. 한국은 케이로스 감독이 부임한 7년여의 시간동안 이란을 상대로 5경기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그러나 2019 아시안 컵 이후 새로 부임한 이란의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공격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이란의 주포인 아즈문이 빠졌지만 안사리파르드, 자한바크쉬, 타레미등 이란의 공격진을 중심으로 라인을 올리는등 공격일변도의 경기를 펼쳤다.

실제로 이번에 열린 이란과의 경기는 서로 치고받는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갔다. 전, 후반 90분 동안 두 팀은 각각 1차례씩 골대를 맞춘 것을 비롯해 전방 압박 등을 통해 라인을 끌어올리면서 전체적으로 공격적인 양상으로 경기를 펼쳤다.

기록을 살펴보면 이날 이란은 전반전에 무려 11차례의 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경기를 치뤘다. 슈팅의 정확도와 세밀함이 떨어진 점은 한국의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부분이었다.

득점 역시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갔다. 후반 13분 한국의 득점 상황에선 후방에서 김민재가 길게 차준 볼을 이란의 수비진이 뒤엉키며 놓친 틈을 이용해 황의조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후 5분 뒤 세트피스 상황에선 한국의 수비가 다소 흐트러진 틈에 김영권의 자책골이 나오는 등 두 팀은 실책성 플레이를 통한 득점을 기록했다.

무승 행진을 끊지 못했기에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두 팀의 치고받는 양상으로 흘러가며 보는 재미를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경기였다.

성공적이었던 백승호의 A매치 데뷔전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이란의 평가전. 백승호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9.6.11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한국과 이란의 평가전. 백승호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9.6.11ⓒ 연합뉴스

 
조원희, 김민재의 공통점이라면 이란과의 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르고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선수라는 것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5년 10월. 당시 수원 삼성에서 활약했던 조원희는 신임 감독이었던 아드보카트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그는 경기 시작 59초 만에 일을 저질렀다.

왼쪽에서 길게 올라온 볼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잡은 조원희는 한 차례 트래핑이후 슈팅을 시도했고 이란의 수비수 3명을 맞고 득점으로 연결됐다. 그의 A매치 데뷔이었다. 이때의 활약으로 조원희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한 9개월 동안 대표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2006년 독일 월드컵 엔트리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12년 후인 2017년엔 김민재가 이란과의 A매치 데뷔전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당시 프로 1년 차에 K리그 최강클럽인 전북 현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한 김민재는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란과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이란전에서 지면 예선 탈락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는데 당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고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과감하게 김민재를 선발로 기용했다. 당시 졸전끝에 0-0 무승부에 그친 상황에서도 김민재는 대표팀의 수비 안정화를 이끌었다. 여기에 이란의 미드필더인 에자톨라이의 퇴장을 유발하는 플레이를 펼치는등 가장 돋보인 선수가 김민재였다.

이 경기 활약으로 대표팀에서 입지를 굳힌 김민재는 비록 부상으로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현재 대표팀의 주전수비수로 입지를 굳힌 데다 용병들의 경쟁이 치열한 중국 슈퍼리그(CSL) 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이번엔 백승호가 선배들의 뒤를 이어 이란과의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뤘고 언급한 두 선수 처럼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4-1-3-2 포메이션에서 1의 위치에서 선발출전한 백승호는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오프더볼 움직임을 통해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위치로의 이동, 정확한 패스를 통해 빌드업의 시발점과 공격적인 부분에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등 수비에서도 인상적이었다.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야했던 백승호는 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는데 군더더기 없는 태클을 통해 뛰어난 컷팅 능력을 보여주면서 이란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차단했다. 여기에 안정적인 볼터치와 어린 나이임에도 아시아의 강호인 이란을 상대로 흔들리지 않고 노련한 플레이를 펼치는 등 백승호의 존재감은 돋보였다.

백승호의 활약은 바르셀로나(바르사)에서 활약하는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연상케 할 정도로 그 활약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백승호의 활약은 아시안 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기성용의 공백이 우려됐던 대표팀에게 한줄기 희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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