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KBS


답답함이 밀려왔다. 또, 틀렸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니 잘못된 답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가 이번에도 헛발질을 제대로 했다. 전문가가 없다는 한계가 다시 노출됐다. 물론 전문가가 항상 정답을 말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길라잡이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의 경우, 중심을 잡을 축이 없다보니 연예인으로 구성된 MC들과 연예인 패널끼리 늘 변죽만 울리다가 끝난다.

"어디 여자가 남자하고 겸상을 하냐."
"어디 여자가 늦게까지 안 들어오냐."


지난 10일 방송분에는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남편이 등장했다. 그는 말끝마다 "어디 여자가"라고 윽박지르며 아내의 삶을 억압했다. 여자는 남자와 겸상할 수 없는 존재라고 못박았고, 여자는 일찍 귀가해(서 남편을 위해 밥을 차리고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또, 아내에게 "물 좀 떠와라. 밥 좀 차려라"고 지시했다. 그 태도는 마치 종을 대하는 듯했다. 그에게 남자와 여자는 아예 다른 '종(種)'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결혼 생활 17년 동안 받았던 고통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남편은 엘리베이터 버튼마저 아내가 누르도록 했고, 걸핏하면 "나는 결혼을 해도 돈 없는 집 여자랑 결혼을 해가지고"라며 아내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건 절대 해선 안 될 말이었다. 남편은 "내가 돈을 버니까"라며 집 안에서 왕처럼 군림하려 했다. 그러나 아내는 전업주부가 아니라 맞벌이를 하며 돈을 벌고 있었다. 생활비도 반반씩 부담하고 있는 터라 남편의 말에는 설득력이 전혀 없었다.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KBS

 
김태균은 "요즘도 이런 사람이 있어?"라며 황당함을 드러냈고, 패널로 출연한 김지영, 한석준, B1A4의 산들, 송해나 등 모든 출연진이 분노했다. 이영자와 신동엽도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사연을 듣고 있던 방청객들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TV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남편은 "뭘 내가 그렇게 잘못했는가. 참"이라며 자신의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는 역지사지가 전혀 안 되는 인물이었다. 자신은 회식 후 새벽 늦게 귀가해도 괜찮지만, 아내는 저녁 7시 귀가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또, 자신은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까지 가져와 가족들에게 풀어도 되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엄마의 장례식에서 술에 취해 화를 내며 '집에 가겠다'고 난리를 쳤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다. 뭐라 위로할 말을 찾기 힘들 만큼 참담한 심정이었다. 

남편은 잘못된 성 역할 고정관념(남편은 친구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라 얘기했다)에 빠져 있었고, 성 차별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아내를 대할 때나 자녀를 대할 때, 그 왜곡된 관점이 여과 없이 폭력적으로 전달됐다. 그런데 김지영이 "표현의 문제"라며 방향을 틀어버리자, <안녕하세요>의 '고민 상담' 흐름이 아예 그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안녕하세요>의 한 장면ⓒ KBS

 
MC들은 난데없이 '사과'를 하라며 남편을 채근했다. 단지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해서 지금의 상황이 벌어졌다는 식이었다. 그러자 남편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엉겹결에 사과를 해버렸다. 급기야 아내는 "여기까지 따라온 게 대단할 정도로 고맙고, 바뀔 성격 때문에 너무 행복해요. 지금도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할게"라고 고백(?)했다. 남편은 아내의 그 말에 활짝 웃었고, MC들은 고민이 해결됐다는 듯 활짝 웃으며 상황을 정리했다. 

한 편의 엽기적인 '콩트'를 보는 기분이었다. 과연 남편의 문제가 '표현'이었을까? 단순히 표현을 하지 못해서였을까? 이렇게 질문해보자. 과연 그 방송이 끝난 후 남편은 달라졌을까? 아마도 다수의 대답은 부정적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도 남편의 진짜 문제점을 꼬집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른 채 방송에 출연했고, 여전히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방송 후 그가 달라지길 기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안녕하세요>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고민'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고민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됐던 문제다. 그럼에도 <안녕하세요>는 그런 비판을 끝내 무시하고 있다. 어떤 시청자도 <안녕하세요>에게 완벽한 해결을 바라지 않는다. 그건 애당초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문제가 무엇인지 정도는 짚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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