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디펜딩 챔피언 SK 와이번스가 보다 확실한 선두 굳히기를 위해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브록 다익손이 아주 부진한 것은 아니었는데, 보다 완벽한 결과를 바랐던 SK의 프런트는 헨리 소사가 대만에서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자 교체를 결정했다.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다익손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다익손 ⓒ 연합뉴스

 
물론 다익손은 코칭 스태프와 면담을 통해 새로운 경기 운영 계획을 실행할 계획이었으나, 소사 영입과 관련하여 SK와 롯데가 경쟁이 붙으면서 SK가 예상보다 빨리 교체를 결정했다. 다익손의 입장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정했다.

그러나 다익손이 12경기 3승 2패 평균 자책점 3.56을 기록하고 있었던 만큼, 다익손에게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다시 찾아왔다. 소사 영입 경쟁에선 SK에 밀렸지만 외국인 선수 교체를 생각하고 있던 롯데가 웨이버 공시 기간에 계약 양도를 요청하여 다익손을 영입한 것이다.

다익손 품은 롯데, 톰슨과 아수아헤 웨이버 공시

롯데는 대만에서 소사와 먼저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교체 선수를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는 바람에 SK에 선수를 빼앗겼다. 대신 다익손의 웨이버 공시 기간이 끝나기 전 그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한국을 떠나는 것에 슬퍼했던 다익손은 극적으로 한국에서 계속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일 웨이버 공시 기간인 1주가 지나 버렸다면 다익손은 올해에는 더 이상 KBO리그에서 뛸 수 없었다.

다익손은 당장 공백이 없기 때문에 다른 선수처럼 KBO리그 적응기간을 둘 필요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 다만 이전까지 약점이 노출되었고 그 때문에 SK가 웨이버 공시를 했던 만큼, 롯데에 가더라도 다른 팀들이 다익손의 약점을 파고들 가능성이 높다.

다익손은 올해 SK와 계약금 없이 연봉 60만 달러에 옵션 10만 달러로 계약을 했다. 스프링 캠프가 열리는 2월부터 포스트 시즌이 끝나는 11월까지 월급 형태로 분할 지급하며, 웨이버 공시된 선수를 영입할 경우 계약을 양도 받기 때문에 롯데의 입장에서는 SK가 지급하지 않은 나머지 연봉만 지급하면 된다. 옵션이 발동되면 이 부분은 롯데가 부담한다.

소사처럼 취업 비자 발급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직장이 변경되었음을 신고하는 행정적인 절차만 제대로 거치면 되기 때문에 다익손은 9일에 영입이 발표된 이후 10일 오후에 바로 롯데 선수단에 합류할 수 있었다.

다익손이 롯데에 합류했기 때문에 투수 중 누군가는 또 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이두근 염좌로 재활 중이었던 제이크 톰슨에게 불똥이 튀었다. 톰슨은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은 0.168이었지만, 주자가 나가면 피안타율이 0.323까지 치솟았다. 득점권 피안타율은 0.346이었을 정도로 위기 상황일수록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롯데 제이크 톰슨

롯데 제이크 톰슨 ⓒ 연합뉴스

 
롯데는 톰슨뿐만 아니라 타자 카를로스 아수아헤도 웨이버 공시했다. 대체 선수로는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트리플A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이콥 윌슨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리하여 브룩스 레일리만 살아남았고, 롯데는 한 순간에 올 시즌 용병 교체 카드 2장을 모두 소진했다.

첫 경기 고전한 소사, 아직 평가는 이르다

그럼 다익손의 자리에 대신 들어왔던 소사는 어땠을까? 큰 관심을 모았던 SK와 삼성 라이온즈의 9일 인천 경기에서 소사는 선발로 등판했다. 그러나 소사는 4이닝 7피안타(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8실점으로 패전을 당했다(85구).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 1경기 던지고 영입이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사는 이전까지 삼성을 상대로 통산 21경기 6승 8패 평균 자책점 5.08에 그쳤다. 작년만 해도 3경기 2패 평균 자책점 7.58이었다. 하필 복귀전 일정이 삼성과의 경기였다는 것이 소사에게 운이 없었을 뿐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SK가 소사만 배려해줄 순 없는 부분이었다. 소사는 다익손이 빠진 자리에 영입된 선수였고, 김광현을 비롯한 다른 선발투수의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유지해야 했다. 소사가 9일 삼성과의 경기에 등판했던 것은 그 날이 원래 다익손이 등판하기로 했던 날이었기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 일정 상 투입된 것이다.

다만 소사가 9일 경기에서 빠른 공의 최고 속도가 시속 153km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구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소사는 KBO리그 144경기 체제에서 4시즌 연속 180이닝 이상 투구했고 200이닝 근접 시즌까지도 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KBO리그 경기 당 평균 이닝에서 6.72로 리그 1위였다.

소사가 2014년 히어로즈에서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했을 때를 제외하면 그 동안 KBO리그 팀에서 상위권 팀에서 뛴 적이 별로 없다는 것도 요소가 될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 팀에서 뛰는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소사의 다음 경기는 SK의 로테이션을 감안하면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소사는 지난 시즌 NC를 상대로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1.21로 강했다. 다만 지난 해의 NC는 김경문 전 감독(현 국가대표 감독)이 사퇴할 만큼 총체적 난국 속에 최하위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 중요한 점은 다음 경기에서 소사가 경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며 가능성을 보이느냐의 문제다.

외국인 교체, 어느 정도 효과 보일까

올 시즌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사례는 이로써 총 4명이 됐다. KIA 타이거즈가 제레미 해즐베이커를 프레스턴 터커로 교체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어서 SK가 다익손을 소사로 교체했고, 그 다익손을 롯데가 품으며 톰슨을 내보냈다. 이어서 롯데가 아수아헤의 대체 선수로 윌슨을 데려오려 하는 중이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팀 당 3명을 보유할 수 있으며, 투수나 야수로만 3명을 몰아서 보유할 순 없다. 또한 시즌 중에는 최대 2명까지 교체할 수 있으며 그 기한은 트레이드 마감 시한과 비슷한 7월까지다.

일단 KIA는 용병 교체에 있어서 대만족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효과를 봤다. 적어도 3월만 뛰고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1군에서 말소, 존재감이 사라졌던 해즐베이커보다는 낫다는 평가다. 최근 기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김기태 전 감독이 사퇴한 뒤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에서 팀 전체적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SK가 다익손을 소사로 교체한 이유는 다익손의 이닝 소화 능력 때문이었다. 평균 자책점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익손이 아주 부진한 것은 아니었는데, SK가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만큼 성적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을 뿐이다.

롯데에서 올 시즌 뛰었던 톰슨도 주자가 있고 없고 상황에서 피안타율이 크게 차이가 났을 뿐이다. 경기 당 소화 이닝은 5.69였다. 올 시즌 롯데가 최하위에서 허덕이고 있어서 승패 성적은 2승 3패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톰슨은 하필이면 부상으로 쉬고 있는 동안 소사가 주목을 받아 연쇄 이동으로 인한 불똥이 튄 것이다.

용병 선수에 대한 다년 계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상황이다. 부상으로 꽤 오랜 시간을 쉬게 된다면 그 시간에 다른 선수로 교체를 하는 것이 팀의 입장에서는 효용성이 높은 것이다. 투수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이라도 받게 된다면 팀의 입장에선 교체가 불가피할 정도다.

물론 팀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채우려고 선수를 교체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 시즌에 최대 2회로 교체가 제한되어 있는 만큼 그 교체에 대한 대가는 시즌이 끝나고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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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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