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A' 방탄소년단, 월드스타의 위엄 방탄소년단이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TMA' 방탄소년단, 월드스타의 위엄방탄소년단이 4월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팩트 뮤직 어워즈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나는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그저 평범한 미생이다. 평생 글은 누가 써놓은 것을 읽는 것이지, 쓰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으로 몇 십 년을 살아왔는데 허한 마음 풀어놓을 곳이 없어 3개월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보통의 서울시민, 그게 나다.
 
또 다른 나를 말하자면 난 3년 차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클럽)이다. 불과 몇 주 전, 그저 아미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일기 쓰듯 써내려간 글이 기사로 채택되어 포털사이트 연예란 메인에까지 오르는 기적을 경험했다(관련 기사 : 20대 남성 7명과 사랑에 빠진, 저는 마흔살 '아미'입니다 http://omn.kr/1jb7c).

와, 순위가 오를 때마다 발가락의 말초신경까지 짜릿해지는 이런 느낌이라니, 오래 살다보니 별일이 다 생겼다. 행복한 별일, 방탄소년단 좋아하길 잘했다, 정말.
 
오늘은 '연예뉴스' 말고 '사는 이야기'에 어울릴 만한 아미로서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달랑 3년 차, '볼품없던 날 알아줬던 너'라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가 무색하게, 난 굉장한 볼품을 자랑하던 방탄소년단을 사랑하기 시작했던 터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도 약간 부끄럽지만, 괜찮다. 늦게 시작한 사랑도 마지막 사랑이면 되니까.
 
'한국에 사는 아미냐'며 말을 거는 해외 아미들

방탄소년단이 성공적으로 해외투어를 마쳤다. 이 정도면 내한을 기다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에서 그들을 보기 어려워졌다. 사실 한국에 있어도 '함께' 할 수 있는 건, 한날한시 미세먼지에 노출된다는 것뿐이지, 전방 100m 근방에 있어본 적도 없으면서 왠지 가끔 서운한 기분이 든다.

3년차 주제에, 콘서트 티켓팅도 성공 한번 못해 본 주제에 '마이 프레셔스'가 우리가 아닌 바다 건너 누군가에게 더 소중한 보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그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작아졌다거나, 그들에게 실망했다는 말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전 세계를 누비며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낸다는 것, 정말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그런데 너무 좋으면서 가끔 서운한, 나도 무엇인지 정확히 모를, 오만가지 감정에 나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갱년기 걱정해야 될 나이에 사춘기 감성이 다시 꽃피우는 건가. 질투일지 투정일지 감성이 폭발 중이다. 아주 별걸 다하고 있다.
 
요새는 앱이 잘 되어 있어서 같은 앱을 사용하는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누구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대화를 할 수 있다. 난 그저 프로필 사진에 방탄소년단 사진을 걸어놨을 뿐인데 세계 곳곳의 아미들이 '한국에 사는 아미냐'며 말을 걸어오곤 한다. 아시아, 북미, 남미, 중동은 물론 이름만 들으면 당최 5대양 6대주 어디에 있는 건지, 심지어 나라인지 도시인지도 구분이 안 되는 아주 작은 나라에 살고 있는 아미들과도 대화를 나누고 한다.

유독 나의 마음을 울리던 외국 아미를 만나다 
 
방탄소년단, 공부하듯 빼먹을 수 없는 질문 방탄소년단(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이 17일 오전 서울 DDP에서 열린 미니앨범 < MAP OF THE SOUL : PERSONA > 발매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적으며 경청하고 있다. < MAP OF THE SOUL : PERSONA >는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연작인 MAP OF THE SOUL의 포문을 여는 첫 앨범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게 해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솔직한 이야기와 내면을 비롯한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 방탄소년단, 공부하듯 빼먹을 수 없는 질문방탄소년단(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이 4월 17일 오전 서울 DDP에서 열린 미니앨범 < MAP OF THE SOUL : PERSONA > 발매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적으며 경청하고 있다.ⓒ 이정민


물론, 영어를 쓰는 나라에 여행조차 가 본 적 없는 나는 "Are you army?(당신도 아미인가요?)"라는 단순한 영어로 이야기를 시작해,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번역기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하며 대화를 이어가곤 한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아미에게 내가 늘 하는 질문이 있다. "너는 방탄소년단을 왜 좋아해?"

그 수많은 케이팝 그룹 중에 왜 방탄이었는지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다른 문화에서 자라난 해외의 아미들을 사로잡은 그들의 매력이 무엇인지 너무 알고 싶었다. 알고 보면 세상사 다 비슷한 이치인지, 보는 눈도 비슷하고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하더라. 그런데 유독 나의 마음을 울리던 외국아미를 만났다.
 
"Why do you like BTS? (너는 왜 방탄소년단을 좋아해?)"
"Their music was an escape from a abusive relationship that I was stuck in for two years."

 
음... 뭔가에서 탈출했다는군. 2년 동안 힘든 일이 있었나보네. abusive라... 음... 저런 단어는 생전 처음 보는데. 괜찮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사전앱이 있으니까, 훗. 일단 사전을 열고 알파벳을 하나하나 적고 엔터.
 
abusive
(말·사람이) 모욕적인, 욕하는
(행동이) 폭력적인, 학대하는

 
아... 쿵, 그리고 침묵. 그녀는 고작 20살짜리 소녀였는데. 나는 살아가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저 단어. 저런 게 없어도 사는 게 이렇게 힘든데 너는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시간을 견뎌냈구나. 그것도 이역만리 떨어진 생면부지의 나에게, 단지 아미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담담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하며, 그래서 방탄소년단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그녀에게 난 해줄 말이 없었다. 어쭙잖은 위로 따위는 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위로조차 위로가 아닐 때가 있으니까. 그녀보다 20년이나 더 산 난데... 정말 해줄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한 마디.
"I look up to them as my heroes. (난 나의 영웅들을 존경해.)"
 
정말 그들은 영웅이었던 거다. 적어도 그 어린 아미에게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길에서 흔들리며 살아간다. 그 길에서 그 순간의 인연을 만나 서로를 의지하고 응원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그 인연이 꼭 나의 손에 잡힐 필요는 없다.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는 가족이나 친구일 수도 있지만, 활자로만 접하게 되는 작가일 수도,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가수일 수도, 때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70억 인구 중 얼굴 모를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아마도 그녀에겐 삶의 불투명함과 절박함이 교차하던 그 순간, 끝까지 놓을 수 없던 그 인연이 방탄소년단이었던 거다.
 
철부지 못난 아미였던 나, 반성한다

방탄소년단이 성공적으로 해외투어를 돌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세계 최고의 뮤지션만 설 수 있다는 꿈의 무대, 수용인원 몇 만 명, 수익만 몇 백 억. 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가는 역사와 연일 갱신하는 기록들에 환호한다. 하지만 난, 그들이 그 소녀에게 주었던 생의 울림이, 그들이 써내려가는 성공의 지표들보다 결코 작거나 하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의 진정한 힘은 성공의 기록이 아니라, 감동과 위로에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방탄소년단은 나만의, 우리만의 '프레셔스'로 이제는 머무를 수도, 머물러서도 안 된다는 것.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 우주의 섭리라는 게 이런 건가? 입 닫고 받아들여야겠다. 인정.
 
한국에 언제 오냐며 징징거리던 철부지 이 못난 아미는 반성한다. 1km 거리에 있든, 1만 km 떨어져 있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365일 함께 하는 음악이 있고, 내 마음에도 이미 자리 잡고 있는데.

세상 곳곳에서 각자의 이유로 당신들을 사랑하는 세상 아미들을 위해,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요. 당신들이 어느 누군가에겐 살아가는 이유일 수도 있으니까. 그게 아미들이 당신들을 사랑하고, 당신들이 아미들을 사랑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인연의 이유일 수도 있으니까. 방탄소년단이 보고 싶은 이 철부지 아미는, 방탄 노래나 들으러 가야겠다. 그 시간만큼은 우리 인연이 반짝 빛나는 순간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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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철없는 어른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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