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너무 좋아'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1 승리로 끝났다. 한국 손흥민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1 승리로 끝났다. 한국 손흥민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은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덜미를 잡혔다. 그러면서 당시 바레인전에서 6-0으로 대승하며 얻은 대표팀의 기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핫스퍼FC)이 대표팀에 합류했고, 한국은 결승전까지 5경기에서 12골 5실점을 기록하며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참가가 결정됐을 때 한국 축구팬들은 물론 대회 전체 분위기가 술렁 거렸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모든 종목의 선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최고의 스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5경기에서 단 한 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손흥민은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많은 골을 노리기보다는 동료들과 어우러지며 한국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노력했다. 손흥민은 헌신적으로 경기에 임했고, 대회에서 도움왕을 차지하며 한국의 금메달을 견인했다.

만 17세의 어린 나이에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1군 경기에 데뷔한 '막내형' 이강인(발렌시아CF) 역시 대회 전부터 국내외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선수다. 하지만 이강인 역시 한국이 5경기를 치르며 4강에 진출한 현재까지 페널티킥으로 단 한 골을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충분히 득점에 적극적으로 관여해도 될 위치에 있음에도 지난해 손흥민이 그랬던 것처럼 동료들의 움직임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7살 때부터 '축구 신동'으로 불리던 차원이 다른 유망주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해야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과 달리 이강인은 만 6세에 불과했던 2007년부터 축구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얼굴이었다. KBS의 축구예능 <날아라 슛돌이> 3기 멤버로 이미 어린 시절부터 '축구신동'으로 불렸기 때문이다(실제로 이강인이 다른 출연자들을 압도하는 실력을 선보이면서 <날아라 슛돌이>가 재미 없어졌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7살 때 이미 '축구 천재'로 주목 받은 이강인은 2009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소년 팀에 입단해 U-12팀에서 활약했다. 그러던 2011년 이강인은 스페인으로 건너가 비야레알, 발렌시아 같은 라 리가의 유소년팀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2011년 7월 발렌시아에서 합격통보를 받았다. 손흥민이나 이승우(엘라스 베로나)보다 더 어렸던 만 10세의 나이에 유럽 빅리그의 클럽으로 축구유학을 떠난 것이다.
 
 지난 12일 오전 4시 30분(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열린 발렌시아CF와 바이엘 레버쿠젠의 경기. 발렌시아CF 소속 이강인 선수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12일 오전 4시 30분(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열린 발렌시아CF와 바이엘 레버쿠젠의 경기. 발렌시아CF 소속 이강인 선수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발렌시아 유소년 팀에서의 크고 작은 대회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이강인은 유럽 내에서도 주목 받는 유소년 유망주로 성장했다. 발렌시아는 FC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같은 명문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이강인을 지키기 위해 2013년 이강인과 6년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에는 발렌시아주 16세 대표팀에 선발돼 스페인 전국대회 준우승에 기여했는데 이강인은 마드리드 주 대표와의 결승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슛을 터트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강인은 2017년 만 16세의 나이에 국제 청소년 축구대회 'COTIF 2017' U-20 부문에 출전해 발렌시아의 준우승을 이끌며 대회 MVP와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스페인 국가대표이자 발렌시아 유스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 이스코(레알 마드리드)가 밟았던 코스를 이강인이 그대로 이어 받은 것이다. 유소년 레벨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던 이강인은 2017년 12월 발렌시아의 리저브팀 발렌시아 CF 메스타야로 이동해 만 16세에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2017-2018 시즌 11경기에서 1골1어시스트를 기록한 이강인은 지난해 여름 발렌시아와 바이아웃(이적 허용 금액) 8000만 유로 조항이 포함된 4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코파 델 레이 32강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르며 발렌시아 최초의 동양인 선수이자 팀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데뷔한 외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지난 1월 리그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은 리그 2경기, 코파 델 레이 6경기, 유로파리그 1경기에 출전하며 라리가 데뷔 시즌을 마쳤다.

승리의 공을 동료-팬들에 돌리는 U-20 대표팀의 '막내형'

어린 시절부터 '월반'이 일상이었던 이강인은 한국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언제나 자신의 나이보다 높은 연령별 대표팀에서 형들과 함께 활약했다. 한국은 지난해 21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는 툴롱컵에서 U-19 대표팀을 출전시켰는데, 이강인은 이 대회에서 두 골을 기록하는 활약을 펼쳤다. 당시 이강인은 만 17세로 다른 나라의 선수들보다 최대 4살이나 어렸음에도 대회 베스트11에 선정되며 뛰어난 기량을 인정 받았다.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을 앞두고 U-20 대표팀에 일찍 합류한 이강인은 U-20 월드컵을 앞두고 각종 인터뷰에서 호기롭게 "우승이 목표"라고 밝혔다. 겁 없는 에이스의 패기라고 하기에도 너무 무모한 발언이었다. 한국은 1983년 4강 신화 이후 세 차례 8강에 진출했던 것이 지난 36년 간 최고의 성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부 축구팬들은 이강인의 발언을 두고 '스페인 빅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현실감각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조소 섞인 우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르헨티나, 일본, 세네갈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진출했고 이제는 우승을 노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팀으로 꼽히고 있다. 한때 '무모한 패기' 같았던 이강인의 우승 목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강인은 한국의 에이스답게 대회 내내 동료들을 이끌며 한국의 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의 손흥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손흥민과 달리 이강인은 대표팀 내에서 가장 어린 '막내'라는 점이다.
 
이래서 '강인이형!' 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한·일전. 후반 코너킥 세트피스 찬스에서 한국 이강인이 코너킥을 차기 전 일본 문전 앞의 팀 동료들을 향해 큰소리를 외치고 있다.

▲ 이래서 '강인이형!'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루블린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 한·일전. 후반 코너킥 세트피스 찬스에서 한국 이강인이 코너킥을 차기 전 일본 문전 앞의 팀 동료들을 향해 큰소리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이강인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총 8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이강인의 높은 비중과 왼발 프리킥 전담 키커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적은 슈팅 횟수다. 하지만 이강인은 자신에게 수비들이 밀집된 사이 빈 공간을 파고드는 형들에게 정확한 패스로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다. 특히 세네갈과의 8강전 연장 전반 수비수 3명 사이를 가로질러 조영욱(FC서울)에게 연결한 킬 패스는 결국 골로 연결돼 이강인의 도움으로 기록됐다. 이강인의 탁월한 감각과 판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8강전에서 1골2도움으로 3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이강인은 한국의 4강 진출이 결정된 후 인터뷰에서 함께 뛴 동료들과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 코칭스태프, 그리고 응원해 준 팬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본인의 활약보다 동료들을 먼저 챙기는 겸손한 자세 또한 손흥민을 많이 닮았다. 그리고 한국 U-20 대표팀의 '막내형' 이강인은 한국 남자축구의 새 역사를 위해 에콰도르와의 준결승에서도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다.
 
'왜 시간을 끌어!'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후반 이강인이 코너킥을 차기 앞서 상대 선수가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있자 깃발을 붙잡고 있다. 이에 이지솔이 다가와 이강인과 대화하고 있다.

▲ '왜 시간을 끌어!'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후반 이강인이 코너킥을 차기 앞서 상대 선수가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있자 깃발을 붙잡고 있다. 이에 이지솔이 다가와 이강인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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