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퍼거슨(사진 왼쪽)과 도널드 세로니

토니 퍼거슨(사진 왼쪽)과 도널드 세로니ⓒ UFC


UFC 라이트급 최강 싸움꾼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5·미국)이 돌아왔다. 퍼거슨은 현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의 유일한 대항마로 불린다. 누르마고메도프가 챔피언이 되기 이전부터 정상을 다툴 '2강'으로 평가받았다. 아쉽게도 부상, 사고 등으로 무려 4차례(각 2번씩)나 맞대결이 펑크 나며 빅매치가 무산된 바 있지만 여전히 누르마고메도프를 잡을 선수는 퍼거슨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누르마고메도프와 퍼거슨의 진검승부는 UFC 팬들 사이에서 가장 기대되는 매치업으로 꼽힌다. 아쉽게도 당장 그들의 경기를 보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텀이 길기로 악명 높은 누르마고메도프의 다음 타이틀전 일정이 잡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9일(한국 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서 열린 'UFC 238'대회는 퍼거슨의 출전으로 남다른 주목을 받았다. 이날 플라이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와 밴텀급 랭킹 1위 말론 모라에스의 밴텀급 타이틀 결정전, 발렌티나 셰브첸코와 제시카 아이의 여성 플라이급 타이틀전 등 메인이벤트, 코메인이벤트가 있었지만 퍼거슨의 복귀전에 팬들은 열광했다. 

이날 퍼거슨과 자웅을 겨룬 파이터는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36·미국), 체급 내에서 가장 부지런한 파이터로 불리는 성실가이였다. 비록 전력상 퍼거슨의 우위가 예상되기는 했으나 중상위권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보였던 세로니인지라 승리를 쉽게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퍼거슨은 퍼거슨이었다. 부상, 정신질환(조현병), 가정 폭력 문제로 한동안 경기를 가지지 못했던 퍼거슨은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2라운드 종료 닥터 스톱 TKO로 세로니를 꺾고 라이트급 최강 싸움꾼이라는 명성을 재입증했다. 누르마고메도프와의 매치업 역시 다시금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든 퍼거슨과 맞붙으면 피투성이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퍼거슨 경기는 쉴 새 없이 유효타가 오가는 진흙탕 혈전이 많으며 상대가 받는 데미지 또한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는 백전노장 세로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근 분위기가 좋았던 그이지만 퍼거슨이 만들어낸 악몽 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퍼거슨은 초반 좋지 못한 움직임을 보이며 팬들의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으나 특유의 맷집과 근성을 앞세워 본능적으로 세로니를 잡아버렸다. 분명 세로니는 최선을 다했다. 다만 상대가 너무 강했을 뿐. 누구보다도 성실히 경기를 뛰는 세로니는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챔피언 도전까지 가능해지는 상황이었다.

그저 퍼거슨이 괴물이었다고는 보는 게 맞다. 세로니는 초반부터 착실하게 퍼거슨에게 유효타를 맞췄다. 이에 퍼거슨은 언제나 그랬듯 맞을 것은 맞아가면서 자신 역시도 같이 타격을 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세로니 역시 만만치 않았으나 내구력에서 차이가 났다. 괴물 같은 맷집을 자랑하는 퍼거슨은 세로니의 매서운 타격에도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반면 세로니는 시간이 갈수록 데미지가 쌓이며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퍼거슨은 마치 좀비 같았다. 세로니의 타격을 적지 않게 허용하는 가운데 자신 역시 쉬지 않고 반격을 했다. 잔타격은 허용했지만 하이킥같은 큰 공격은 몸을 비틀어 흘려냈다. 전진스탭과 함께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로우킥, 바디를 노린 펀치와 프런트킥, 미들킥 거기에 기습적인 백스핀 블로우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퍼거슨이 경기를 지배해나갔다.

치열했던 공방전은 2라운드에서 멈췄다. 안와골절이 의심될 만큼 세로니 왼쪽 눈이 크게 부어올랐다. 링 닥터가 세로니 상태를 살폈고 잠시 후 레프리가 경기를 중단시켰다. 세로니는 부어오른 눈을 응급처방하고서라도 경기를 이어가고 싶어 했으나 의사는 냉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옥타곤 12연승으로 이 부문 최다 기록을 새로 쓴 퍼거슨의 얼굴은 혈전을 치른 선수답지 않게 깨끗하기만 했다. 반면 세로니의 안면은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퍼거슨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매치업이었다.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사진 왼쪽)와 알렉사 그라소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사진 왼쪽)와 알렉사 그라소ⓒ UFC

 
기동력·파워 모두 UP! 성장 중인 파이터 그라소
 
'폴란드 공주'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33·폴란드)와 알렉사 그라소(25·멕시코)의 여성 스트로급 대결은 미녀 매치업으로도 관심을 모은 승부다. 양선수 모두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지라 화끈한 승부가 기대됐다. 코발키에비츠는 연패 중이었고 그라소 또한 직전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한 바 있는지라 양 선수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었다.

코발키에비츠가 옥타곤 중앙을 선점한 채 압박해 들어가고 그라소는 사이드로 돌며 경쾌하게 스탭을 밟았다. 그라소는 리듬을 타며 로우킥과 원투펀치를 맞춰냈다. 단순히 아웃파이팅만 하는 게 아닌 코발키에비츠가 셋업동작을 취하려 하면 먼저 치고 들어가 타격을 내고 쓱 빠지는 형태로 움직임을 가져갔다.

때문에 코발키에비츠는 계속해서 유효타를 허용하며 본인의 의도대로 공격 흐름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안 되겠다 싶은 그녀는 빰클린치 후 니킥 공격을 시도했다. 이에 그라소는 외려 코발키에비츠를 철장으로 밀어붙이며 완력에서도 밀리지 않음을 보여줬다. 이래저래 난처해진 코발키에비츠였다.

2라운드에서도 경기 양상은 얼추 비슷했다. 그라소는 자신의 거리를 유지하며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로우, 미들킥을 차주고 앞 손 잽으로 견제한 후 뒷손으로 카운터를 노렸다. 코발키에비츠는 뒤로 밀릴 경우 외려 폭격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는지라 계속해서 압박 스탭을 밟았다.

하지만 유효타 싸움에서 워낙 밀렸던지라 계속해서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1분 30여초를 남겨둔 상태에서 코발키에비츠가 테이크다운을 시도했으나 그라소의 힘에 막혀 무산됐다. 상대의 기동력도 못 잡고 힘에서도 밀리는지라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베테랑 코발키에비츠의 얼굴에도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3라운드 들어 코발키에비츠는 클린치 싸움을 걸어보려 했다. 거리싸움에서는 도무지 답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마저도 그라소의 완력에 막혀 통하지 않았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다 보니 체력적으로 더 지쳐 보이는 선수도 코발키에비츠 쪽이었다.

상성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 있겠지만 확실히 코발키에비츠는 한창 때에 비해 움직임이 무디어져있었다. 이전 최강자 요안나 옌드레이칙(31·폴란드)과 정상대결을 펼치던 당시의 그녀가 아니었다. 반면 그라소는 한층 발전된 기량을 과시하며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했다. 여성 스트로급 상위권 복병으로 손색 없는 모습이었다. 경기는 압도적 우세를 가져간 그라소가 판정승으로 가져갔다. 
 
 타이 투이바사(사진 왼쪽)와 블라고이 이바노프

타이 투이바사(사진 왼쪽)와 블라고이 이바노프ⓒ UFC

 
불가리아 전사, 사모안 괴수 제압!
 
'얼음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를 컴뱃삼보대회서 이긴 것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베가(Baga)' 블라고이 이바노프(32·불가리아)와 사모안 전사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Bam Bam' 타이 투이바사(26·호주), 두 명의 헤비급 괴수가 충돌했다. 투이바사같은 경우 호주 원주민과 사모아 혼혈로 전투 유전자 자체를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헤비급 젊은 신성이다.

초반 상대적으로 공격을 이끌어가는 쪽은 투이바사였다. 로우킥을 차주며 견제해주던 투이바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펀치를 휘두르며 용맹하게 치고 들어갔다. 본인 맷집에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공격방식이었다. 이에 이바노프는 클린치 싸움을 통해 적절하게 투이바사의 타이밍을 끊어줬다.

그러던 중 투이바사는 아찔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자신만만하게 들어가다 이바노프에게 라이트 카운터펀치를 귀 뒤쪽 부근에 허용하고 순간적으로 다리가 풀리며 위기에 몰렸다. 어지간한 선수 같았으면 거기서 쓰러져 경기가 끝났어도 이상하지 않을 장면이었다.

2라운드에 들어서자 이바노프도 적극성을 가지고 타격전에 임했다. 양 선수는 타격을 주고받으며 묵직한 스탠딩 대결을 펼쳤다. 투이바사는 힘과 맷집은 좋지만 안면 방어나 카운터 허용 등 디펜스적인 측면에서 단점을 지적받아왔다. 그동안 패했던 경기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바노프 역시 타격이 정교한 편은 아닌지라 투이바사의 빈틈을 공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투이바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그로 인해 주도권은 이바노프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3라운드가 시작되기 무섭게 이바노프의 원투가 투이바사의 안면에 깨끗하게 들어갔다. 투이바사도 만만치 않았다. 로우킥을 차고 펀치를 내며 강렬하게 저항했다. 이에 이바노프는 투이바사를 케이지 쪽으로 밀어붙인 후 클린치 싸움을 펼쳤다. 양 선수다 체력적 손실이 상당한 가운데 공격 옵션에서 이바노프가 더 많아보였다.

이바노프는 연신 길로틴그립을 잡고 니킥을 차주며 투이바사를 괴롭혔다. 종료 1분 30여초를 남긴 시점에서 양 선수는 거리를 두고 적극적으로 타격을 주고받았다. 둔탁하지만 무거운 타격이 서로에게 들어갔다. 난타전 양상이었다. 결국 서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낸 끝에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이바노프가 승리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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