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4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데일리 시사 토크 프로그램 <사사건건>이 오는 18일 방송 1년을 맞이한다. '진실을 향한 거친 질문'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사사건건>은 '여의도 사사건건'과 '사사건건 플러스' 등 두 개의 코너로 구성돼 있다.

방송 1년을 맞이하는 소회가 궁금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사사건건> 앵커인 김원장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되, '기계적 균형' 추구 안 해
 
 김원장 KBS <사사건건> 앵커

김원장 KBS <사사건건> 앵커ⓒ 이영광

 
- 2019년 6월 18일이면 <사사건건>이 첫 방송을 내보낸 지 1년이 됩니다. 1주년을 맞이하는 소회가 궁금합니다.
"<사사건건>의 목표를 '진실을 향한 거친 질문'으로 잡았어요. 여야 가리지 않고 폐부를 찌르는 질문을 한다는 거죠. 진짜 '진실을 향해 거칠게 질문 하고 있나' 늘 걱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여야 대립이 첨예하잖아요.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저희는 공영방송이잖아요. 과거 공영방송에 대한 대중의 실망감이 너무 컸어요. 새롭게 시작한 시사프로니까 그때와 달라진 걸 보여 줘야죠. 하지만 정말 균형을 잡고 있는지 여전히 고민됩니다. (프로그램 제작에 관한) 간섭은 전보다 정말 줄어들었죠. 거의 사라졌어요(웃음)."

- '기계적 중립'에 대한 고민도 하실 것 같은데요. '기계적 중립'과 '균형'의 차이는 뭐라고 보시나요?
"기계적 중립은 그야말로 '민주당은 이렇게 말했고 자유한국당은 이렇게 말했다'잖아요. 그런 기계적 중립은 '개나 줘버리라'고 하세요(웃음). 하지만 어떤 질문이든 결국 저희 작가나 제 가치관이 투영되겠죠. 그것을 저는 객관적이라고 하고, 혹자는 그것을 주관적이라고 하겠죠.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제가 공영방송에서 월급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요."

- 시청자 반응은 어때요? 아무래도 낮방송이다 보니 시청층이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과거 <뉴스토크>와 <뉴스집중> 때는 1%대 시청률이었는데, 지금은 2%대로 거의 2배 올랐습니다. 겨울엔 3%까지 올라갔거든요. 상당히 고무적이에요. 봄 되니 또 떨어졌죠(웃음). 요즘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에서 시청률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또 시청자 반응은 너무 엇갈려요. 제가 기자 생활 20여 년 하면서 밖에서 만난 우리 사회의 주축이라는 사람들, '기득권'이라 할 만한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를) '진보 진영의 마이크 아니냐'라고 지적합니다. 반면 우리 사사건건의 유튜브 채널('싸꼰')을 구독하는 젊은 층은 '굳이 자유한국당 입장까지 매일 설명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야단치세요. 그런데 양쪽 주장이 너무 센 편이에요(웃음)."

- 혹시 방송 중에 유튜브 댓글을 보는 편이신가요?
"아니오. 보지 않습니다. 시간도 없고 저희는 인터넷 방송이 아니라서 실시간으로 볼 수는 없어요. 물론 유튜브는 실시간으로 내보내고 그걸 다시 편집해서 '싸꼰'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올려요."

- 그럼 방송이 끝나고 시청자의 반응을 살펴 보시나요?
"간혹 보죠. 보긴 하지만, 잘못하면 바이어스(한 쪽으로 기울어진다는 뜻)가 될 수 있어요. 그것이 대중의 균형 잡힌 의견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수많은 시청자나, 침묵하는 시청자도 어딘가 숨어 있거든요."

- 처음 <사사건건> 진행 제의가 왔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제의가 온 건 아니에요. 저희는 위에서 앵커를 뽑아서 지정하지 않아요. 전부 오디션을 봅니다. 제 경우에도 과거 <뉴스집중>이나 <뉴스토크>도 오디션으로 섭외됐고, 이 프로그램도 오디션을 통해 진행하게 됐어요."

- 그렇다면 <사사건건> 오디션에 지원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정치인이나 여러 전문가를 불러놓고 현안을 묻는 프로그램들은 많이 성숙했어요.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가치 중립과 객관성에 대해서 KBS 기자들은 정말 치열하게 훈련을 받았거든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과거 환경에서 '거기서 왜 그런 말 해!'라는 식의 데스크키핑이 알상화 됐기 때문에 그게 잘 작동 안 했을 뿐이죠.

사실 어디보다도 권력과 자본에 대해 균형을 잡으려고 해요. 그게 KBS죠. 좋게 말하면 균형 잡힌 신중한 시각이고, 나쁘게 말하면 뚜렷한 목소리가 없는 거라고도 하죠. 그렇게 20여 년 넘게 훈련받아왔는데 이제는 독립적인 제작 환경이 만들어졌잖아요. '진짜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죠. 진짜 질문을 하려고 지원했어요."

- 1년 동안 진행해보니, 예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앞서 말했지만 잠이 안 올 정도로 고민됩니다. 제가 가운데 중심점을 잡고 가야 하는데, 어떤 때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여기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저기라고 하는데, 바다가 너무 크네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답하지 않으려는 정치인들도...

- 방송 내용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나요?
"그건 매우 중요해요. 사실 노련한 정치인은 진행자의 질문에 잘 답하지 않아요. 특히 정치적 영향력이 크고 다선 정치인일수록 자기 이야기를 하고 갑니다.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유튜브 방송처럼 한없이 캐물을 수도 없거든요. 정작 제 질문 10여개 중에 국민들이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질문은 빠져나가기도 하거든요. 집요하게 묻지만, 그런 부분이 어려워요. 아직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환경이 성숙하지 않아요. 저희도 미숙하지만 정치인도 아직 성숙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달변으로 비껴가는 것에만 익숙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사건건>의 한 장면

<사사건건>의 한 장면ⓒ KBS

 
- 그래도 대답을 끌어내야 하는 게 진행자의 입장이죠.
"제가 (정치인도) 성숙하지 않다고 한 이유는요. '어떤 질문이 들어있다'라며 화낸 후 예고도 없이 (방송에) 안 나온 분도 있어요."

- 그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시나요?
"(두 명의 게스트 중) 한 분만 앉혀놓고 진행했어요(웃음). 앵커도 미숙하지만, 질문을 받는 사람도 아직 성숙하지 않은 편이에요. 사실 방송 토론문화가 오래 되진 않았잖아요. 심지어 현장에서 수십 년 민주화를 외쳐온 진보진영 인사들도 자기가 싫어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개를 돌리세요."

- 대담에서 짜여진 질문만 할 수는 없잖아요. 때로는 돌발적인 질문도 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큰 틀의 주제는 미리 말씀드리고요. 민감한 질문은 저 혼자 메모를 해놓죠. 그런데 여전히 정치인들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밝히지 않으려는 보신의 관성도 있고요. 특히 소신 있는 의원님들도, 자신의 생각이 당론이나 당 대표의 그것과 다를 경우, 말을 잘 안 해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기가 속한 조직 내에서 이견을 말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아요. 그게 토론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엄청 침해합니다."

- 하루 일과는 보통 어떻게 되시나요?
"아침 9시 반에 저희 제작진 20여 명이 모여 모든 아이템 회의를 합니다. 아이템은 이때 결정되고, 그때도 부장은 거의 관여 안 하고 제작진의 의견을 듣죠. 아이템이 결정되면 그때부터 메인 작가와 막내 작가 6명이 정신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그걸 수정하고, 그래픽 만들고, 인터뷰 따고, 음악 넣고, 밑그림 편집해서 오후 4시에 생방송 들어가는 거죠. 저는 우리 제작진들이 무슨 전생에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힘든 프로그램에 끌려왔나 싶어요(웃음)."

- 작가들이 질문을 준비한다고 해도, 진행자가 사안을 파악하려면 어렵지 않나요?
"저희 작가들이 워낙 잘해서 큰 걱정은 없고요. 한 분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오신 분이고 한 분은 MBC < 100분 토론 >에서 오신 분이에요. 다들 워낙 베테랑이라... 제작진이 팩트체크를 다시 하는 경우도 많아요. 우리 작가들은 툭하면 정부나 경찰서에 전화해서 팩트를 체크해요."
 
 김원장 KBS <사사건건> 앵커

김원장 KBS <사사건건> 앵커ⓒ 이영광

 
- 요일별로 출연하는 정치 패널이 고정돼 있죠?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월-화-수-목 매일 여야 국회의원들이 고정으로 출연합니다. 금요일은 전문가들이 분석을 하고요. 지난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회 정상화하는 데 무슨 조건이 필요하냐? 그냥 들어가면 된다'라고 발언했기 때문에 저는 내일(4일) 첫 질문으로 '혹시 이 말씀 하시고 여기저기 태극기 부대분들의 항의를 받지는 않았는지'를 물으려고 합니다. 흐름에 연속성이 있죠. 다만 국회의원 300명이 다양하게 나오시면 좋은데, 아쉽게도 고정으로 정해놓으니 공간이 없어요."

- 오프닝 멘트는 직접 쓰시는 건가요?
"제가 쓰는데, 그냥 팩트만 가지고 간단하게 합니다. 저는 30초가 넘으면 오프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해 '뚜껑만 따고' 들어갑니다. 제가 뭐라고 거창하게 시청자들에게 '이건 이렇게 해석하십쇼'라는 명제를 던지겠어요. 그냥 간단하게 합니다. '탁월함의 최고는 간결함에 있다'가 제 카톡 머리말입니다(웃음)."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다면, 어떤 건가요?
"매일같이 보좌관들에게 '특정 질문 빼달라'는 요청 받아요. 그래서 작가들과 보좌관들은 매일같이 씨름을 하죠. 그러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님은 명쾌하세요. 무슨 질문이든 하라는 거예요. 사실 저희는 (특정 질문을) 빼달라고 하면 말로만 '빼드린다'고 하고 방송 때는 하죠. 나름 저희 생존 방식입니다."

- 안 하겠다고 한 질문을 방송에서 다시 던지면 반응이 어떤가요?
"대다수 의원은 수긍하세요. 이미 방송 나갔는데 어쩔 거예요(웃음)."

- 앞으로 방송 계획을 설명해주시겠어요?
"특별한 건 없고, 제가 '이 질문을 꼭 해서 시청자들을 속 시원하게 해드려야겠다'라는 욕심은 없습니다. 매일매일 '섣부른 질문으로 잘못된 메시지라도 주지 말자'라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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