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다크 피닉스> 영화 포스터

▲ <엑스맨: 다크 피닉스>영화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는 교통사고로 자신의 능력을 알게 된 진 그레이(소피 터너 분)는 프로페서 X(제임스 맥어보이 분)를 만나 어린 돌연변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자비에 영재학교에 들어간다.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과 염동력을 지닌 진은 미스틱(제니퍼 로렌스 분)과 비스트(니콜라스 홀트 분)의 도움을 받아 사이클롭스(타이 쉐리던 분), 퀵실버(에반 피터스 분), 스톰(알렉산드라 쉽 분), 나이트 크롤러(코디 스밋 맥피 분)와 함께 엑스맨으로 성장한다.

돌연변이와 인간의 공존을 위해 힘쓰는 프로페서 X는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우주선을 구출하는 임무를 맡는다. 우주에서 구조 임무를 수행하던 진은 태양플레어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하며 엄청난 힘에 눈을 뜬다.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마이클 패스벤더 분)를 능가하는 존재로 각성한 진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인 스미스(제시카 차스테인 분)가 나타난다.

엑스맨 유니버스는 DC 확장 유니버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함께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장르를 대표한다. 엑스맨 유니버스의 첫 페이지인 <엑스맨>(2000)은 <슈퍼맨>(1978)과 <배트맨>(1989) 등 이전 슈퍼히어로 영화들의 만화적인 색채와 다른, 현실적인 톤과 정치적인 내용을 보여주며 장르의 혁명을 일으켰다. 지금 슈퍼히어로 전성기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엑스맨 유니버스는 <엑스맨 2>(2003),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 프리퀄에 해당하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2014),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를 내놓았다. 그 외에 울버린을 주인공으로 한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더 울버린>(2013), <로건>(2017), 데드풀을 내세운 <데드풀>(2016), <데드풀 2>(2018)가 나왔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영화의 한 장면

▲ <엑스맨: 다크 피닉스>영화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엑스맨 유니버스의 12번째 영화이자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패스벤더, 제니퍼 로렌스, 니콜라스 홀트가 주연한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서브플롯으로 다룬 바 있는 원작 만화책의 '다크 피닉스 사가'를 바탕으로 한다. <엑스맨> 프리퀼 시리즈부터 <로건>과 <데드풀>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엑스맨 유니버스에서 각본과 제작으로 참여한 사이먼 킨버그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사이먼 킨버그 감독은 '익스트림무비'와 가진 인터뷰에서 다크 피닉스 사가를 다룬 <엑스맨: 최후의 전쟁>과 캐릭터와 이야기 구성에 어떤 차별을 두었는지 묻자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선을 그었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를 만들면서 우리는 원작 만화책으로 되돌아갔다. 나는 원작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엑스맨: 다크 피닉스>에서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우주와 은하계를 다룬 스토리라인이 등장한다." - '익스트림무비'와의 인터뷰에서, 사이먼 킨버그 감독
 
<엑스맨: 다크 피닉스> 영화의 한 장면

▲ <엑스맨: 다크 피닉스>영화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오리지널 3부작, 프리퀄 작품들과 다르다. 앞선 시리즈에선 인류와 공존하길 희망하는 프로페서 X와 돌연변이가 세상을 지배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매그니토의 대결 구도가 핵심이었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우연한 사고로 내면의 힘과 감추었던 과거를 깨달은 진이 파괴적인 다크 피닉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돌연변이들은 가족과 같은 진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하는 입장과 모든 것을 파괴하는 그녀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으로 대립한다. 가족은 해체되고 공동체는 분열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모습이다.

엑스맨 유니버스는 줄곧 프로페서 X, 매그니토, 울버린, 데드풀 등 남성 슈퍼히어로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다. 반면에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전무후무한 여성 캐릭터 다크 피닉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번 작품은 히어로뿐만 아니라 빌런까지 여성이 맡으면서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와 차별화된다. 사이먼 킨버그 감독은 "엑스맨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중심의 스토리"임을 강조한다.

프로페서 X가 취하는 태도와 진이 겪는 복잡하고 불안한 감정들엔 여성의 권리와 주체성을 강화하는 페미니즘이 녹아있다. 그 안에서 엑스맨 유니버스를 관통하는 차별과 저항은 새로운 형태로 드러난다. 프로페서 X가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 위험한 상황으로 엑스맨들을 내몰자 미스틱은 항의한다. 프로페서 X는 인간을 돕는 것이 우릴 안전하게 지키는 수단이라고 대답한다. 미스틱은 당신의 이름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면서 남자를 구하는 것은 늘 여자들이니 '엑스우먼'으로 바꾸라고 응수한다. 남성 중심 문화와 차별을 꼬집는 대목이다.

프로페서 X와 진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이기도 하다. 프로페서 X는 진을 보호할 목적으로 기억 일부를 없앤다. 진은 진실을 숨긴 것에 분노한다. 폭주하는 진에게 미스틱은 가족인 널 포기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스미스는 어두운 충동에 따라 힘을 방출하고 모든 것을 파괴하라고 부추긴다. 진은 가부장적 아버지에 저항하는 딸이며 미스틱과 스미스는 성장의 양면성을 반영한 목소리인 셈이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영화의 한 장면

▲ <엑스맨: 다크 피닉스>영화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가족의 해체와 여성 중심 서사의 의도는 좋았지만, 이것을 제대로 묘사하질 못한다. 가장 문제는 설명하지 않는 부분이 지나치게 많다. 진의 몸속으로 들어간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 힘을 차지하려는 외계 종족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 외계 종족은 어떤 존재이며 가진 힘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영화는 이런 의문에 대해 한두 마디 대사만 줄 뿐 구체적인 설명을 하질 않는다. 당연히 관객이 감정을 느낄 여지 자체가 없다.

빌런의 묘사에 실패하며 히어로 진의 서사도 덩달아 무너진다. 캐릭터가 경험하는 갈등이나 감정, 당위성을 쌓아가는 과정도 엉성하거니와 연기력까지 겹치며 극은 엉망으로 치닫는다. 몇 차례 엑스맨들과 진이 마주치는 대목에서 나오는 대사나 행동은 민망스러운 수준이다. 똑같이 여성, 거대한 힘, 남성에게 억압된 존재, 숨겨진 과거 등을 스토리텔링의 요소로 삼았던 <캡틴 마블>(2019)과 비교하면 진의 여성 중심 서사는 초라할 따름이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시리즈의 산파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하고, 다른 슈퍼히어로 영화와 내용이 비슷한 탓에 재촬영과 개봉 연기가 거듭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런 산고 끝에 나온 결과물은 낙제에 가깝다. 소수자를 향한 시선과 차별은 사라지고 이야기는 평범한 선악 구도로 흘러간다. 제멋대로 펼쳐지는 전개 속에서 배우들은 속절없이 낭비된다. 2억 달러에 달하는 제작비는 어디에 쓴 건지 때깔마저 별로다.

'인피티니 사가'의 최종장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 게임>,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침표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 2부를 떠올리면 엑스맨 시리즈의 완결편인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아쉽기만 하다. 20세기 폭스에서 제작하는 마지막 엑스맨 유니버스 영화 <뉴 뮤턴트>(2020년 4월 3일 미국 개봉 예정)는 어떨지 벌써부터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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