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3: 파라벨룸(John Wick: Chapter 3 - Parabellum)

존 윅 3: 파라벨룸(John Wick: Chapter 3 - Parabellum) ⓒ 라이온스 게이트

 
과거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액션영화의 주인공은 군인, 첩보원, 형사, 특수부대 요원 등 어느 정도 규격화된 전·현직 인물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들은 정의로운 사명감을 가슴에 품고 거대조직 혹은 잔혹한 킬러에 용감하게 맞섰다.

킬러의 경우 이른바 주인공을 빛나게 하거나 맞서는 대항마 역할이 많았다. 잔인하고, 인정사정없고, 인간미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든 '악(惡)' 그 자체였다. 무협소설로 따지면 사파 혹은 마도의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사파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던 시절이었던지라 아군 역할을 맡더라도 기껏해야 주인공의 조력자 정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킬러들도 정의의 요원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스크린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무협소설 또한 사파 인물들 혹은 악당에 가까운 캐릭터들도 주인공급으로 부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른바 시대가 바뀐 것이다.

국내 모 케이블채널에서 조직폭력배, 살인청부업자,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나쁜녀석들>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됐고 헐리우드 영화판에서는 스파이더맨의 숙적인 < 베놈(Venom) >이 단독 주인공으로 등장하는가하면 아예 빌런판 어벤져스 <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 >가 제작되기도 했다.

배트맨의 영원한 앙숙 < 조커(Joker) >도 오는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팬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이상 인간 세상은 선악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악당 캐릭터에게도 충분히 몰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정의, 악당, 불의가 구분되는 시대는 지났다.
 
 
 존 윅 3: 파라벨룸(John Wick: Chapter 3 - Parabellum)

존 윅 3: 파라벨룸(John Wick: Chapter 3 - Parabellum) ⓒ 라이온스 게이트

 
고뇌어린 킬러, 그들의 인간미를 공감하다
 
물론 킬러라는 자체는 여전히 나쁜 단어다. 원뜻만 놓고 봤을 때는 좋게 보기 힘들다. 각종 영화 등에서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킬러들의 공통점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해당 세계에 몸을 담았거나, 이제는 나가고 싶어 하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현재 신분만 킬러인 것이지 속내는 갈등과 고뇌로 가득하거나 개과천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맞서는 상대 역시 나쁜 짓을 일삼는 악당집단 혹은 부정한 정부요원 등으로 폭넓다.

인간미 넘치고 사연 많은 킬러들답게 색깔과 캐릭터도 다양하다. <레옹>은 세상을 등진 고독한 킬러와 누구에게도 사랑 받아본 적 없는 12세 소녀 마틸다의 궁합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퍼니셔>는 범죄조직에 의해 가족을 잃었음에도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자 직접 심판자가 되어 세상의 악을 처단하는 심판자 이야기를 다뤘다.

대머리, 검은 정장, 붉은색 넥타이의 프로페셔널 <히트맨>과 유쾌함을 겸비한 하이틴 킬러 <킹스맨>은 혹독한 트레이닝을 통해 일급킬러로 만들어진 이들의 정체성 찾기와 활약상이 인상적이다.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시리즈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라는 캐릭터는 여러 매체로부터 역대급 악역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킬러의 자리에 남녀 구분은 없다. 특유의 감성미와 섹시함을 내세워 남자 킬러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는 여성킬러의 인기 역시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여성 킬러 영화의 클래식으로 기억되는 <니키타>와 이를 리메이크한 <니나>, 갱단에 의해 부모를 잃은 소녀가 킬러가 되어 15년 후 원수들에게 차례차례 피의 복수를 감행하는 <콜롬비아나>, 혼돈에 빠진 소녀킬러 <한나>,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킬러가 가족애를 찾아가는 엄마 킬러 이야기 <롱 키스 굿나잇>, 허망한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무협킬러액션 <킬 빌>등 인종, 나이, 배경도 가지각색이다.

<네이키드 웨폰 – 적라특공>의 매기 큐, <버추얼 웨폰>의 서기, 조미, <아토믹 블론드>의 샤를리즈 테론 등은 자신들이 주연한 여성킬러영화에서 엄청난 열연을 하며 갈채를 받은 바 있다.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조합으로 화제를 모았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는 어제까지의 남편과 아내가 오늘은 적이 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로를 죽이기 위해 쫓고 쫓기는 게임을 시작하는 이색 부부킬러(?)물이다. 독특한 소재로 인해 '부부싸움 끝판왕'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으며, 영화를 찍을 당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연인이기도 했던지라 더욱 큰 관심을 보았다.

 
 < 존 윅3 >의 오토바이 추격신의 경우, 한국 영화 <악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되는 모습이다.

< 존 윅3 >의 오토바이 추격신의 경우, 한국 영화 <악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되는 모습이다. ⓒ NEW

 
국내 영화계 역시 계속해서 킬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개봉 후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작으로 꼽히는 <킬러들의 수다>를 필두로 살인청부 청년과 술집 호스티스의 사랑을 그린 <본투킬>, 김옥빈의 열연이 돋보이는 여성킬러액션 <악녀> 등이 대표적이다.
 
별것 아니라고? 그에게는 아주 큰 이유 <존 윅>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킬러 액션물은 단연 <존 윅>이다. <매트릭스>를 통해 세계적 액션스타로 발돋움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로 < 존 윅(John Wick, 2014) >, < 존 윅 - 리로드(John Wick Chapter Two, 2017) >가 연달아 좋은 성적을 거둔 가운데 3편 < 존 윅 3: 파라벨룸(John Wick: Chapter 3 - Parabellum, 2019) >(감독 채드 스타헬스키)이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존 윅 3 >는 북미 개봉 당일에만 2267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개봉 첫 주말에 57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 이전 '존 윅' 1400만 달러, '존 윅-리로드' 3000만 달러의 오프닝 스코어를 가볍게 돌파했다.

이같은 흥행 상승세를 바탕으로 시리즈 4편이 2021년 5월 21일 개봉을 목표로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같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 시리즈도 기획 중에 있다. 그야말로 킬러 액션영화의 새로운 명작시리즈가 탄생하는 분위기다.

<존 윅>의 인기비결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액션신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홍콩 느와르물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을 보는 듯한 클래식한 액션에 현대 액션물 특유의 참신한 장면이 뒤섞여 킬링타임 액션을 선호하는 팬들을 사로잡는다.

일당백을 자랑하는 레전드 킬러답게 존 윅은 맨손, 무기 등 다방면의 싸움에 모두 강하다. 자신보다 훨씬 큰 거구를 정면에서 때려눕히는 것을 비롯 양쪽에서 동시에 덤벼드는 상대를 맞아서도 날렵하게 잘 대응한다. 워낙 손발이 빠르기도하고 주먹, 발, 무릎, 팔꿈치 등 신체각 부위를 적절하게 사용해 짧고 정확하게 상대 급소를 공략한다.

존 윅의 진가는 손에 총을 들었을 때 제대로 드러난다. 권총, 장총, 대형 화기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상대를 정확하게 맞추는 명사수다. 다수를 상대로 자신은 안 맞고(놀라운 회피동작+적절한 지형지물 이용) 상대를 몰아쳐 맞춰내는 총격신을 보고 있노라면 앞서 언급한 과거 홍콩 느와르물의 향수가 진하게 느껴진다. 이번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인 오토바이 추격신 같은 경우 한국 영화 <악녀>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되는 모습이다.

 
 존 윅 3: 파라벨룸(John Wick: Chapter 3 - Parabellum)

존 윅 3: 파라벨룸(John Wick: Chapter 3 - Parabellum) ⓒ 라이온스 게이트

 
<존 윅>의 전개방식은 상당히 단순하다. 소소한 설명이나 갈등구조는 과감히 생략한 채 그냥 때려 부수고 싸운다. 싸우는 이유 역시 단순 명료하다. 누군가의 미션을 받은 것도, 대의 명분도 없다. 개인적으로 기분이 상했거나 피해를 보았고 거기에 대해 가장 원초적이고 단순하게 대응한다.

킬러세계의 인물답게 시비가 붙는 상대 역시 굵직한 범죄조직의 간부급들이지만 존 윅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상대가 누구든 일단 싸우기로 결정하면 일당백으로 박살내버린다. 이번 편 같은 경우도 그런 존윅의 단순한 성격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존 윅은 두 가지 이유로 전 세계 킬러들에게 표적이 됐다. 일단 그에게 걸린 1400만 달러의 현상금 문제가 크며 설상가상으로 킬러 세계에서의 금기사항(킬러들의 숙소인 콘티넨털 호텔 내에서는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을 어기게 된다. 호텔 매니저 윈스턴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게 계속해서 설득하지만 상대의 도발에 걸려든 성질 급한 존 윅은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어쨌든 존 윅은 윈스턴의 배려로 '엑스커뮤니카도(킬러 세계에서 파면)' 전 도망갈 1시간을 얻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을 노리는 수많은 킬러들과 맞서 뉴욕을 빠져나가야 한다. 과연 존 윅은 자신에게 찾아온 위기를 뚫고 다시금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긴장감 넘치는 액션 소용돌이가 펼쳐질 <존 윅 3: 파라벨룸>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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