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맨> 포스터

<로켓맨>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 개봉한 <로켓맨>은 엘튼 존의 전기 영화다. 정확히는 어린 시절부터 그가 가수로서 정점을 찍을 때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위인전들의 이야기처럼 미화되어 있지 않고 자신의 치부를 담담히 드러낸다. 거기에 판타스틱한 뮤지컬 형식이 가미된 영화다.
 
엘튼 존은 비틀즈, 마이클 잭슨과 더불어 세계에서 앨범 판매량이 가장 많기로 5위 안에 드는 인물이다. 수상 경력을 다 적자면 팔이 아플 지경이다. 디스코, 록, 발라드를 넘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의 주제가, 뮤지컬 <아이다>와 <빌리 엘리어트>의 주제곡까지 만든 살아있는 전설. 그리고 수많은 자선 활동을 인정받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뮤지션이기도 하다.
 
우주비행사의 애환처럼, 엘튼 존도...

영화의 제목 <로켓맨>은 1972년 엘튼 존이 발표한 노래 제목이자 그의 또 다른 이름이다. 가사 내용은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다. 혼자서 우주로의 긴 여행이 외롭다는 것, 다시 돌아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것,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내 모습은 예전과 다를 것이란 내용의 가사다. 처음 들으면 그저 우주비행사의 애환(?)을 그린 곡 같지만, 이 곡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음반이 나오면 투어를 다니고, 긴 투어 중에 집에 대한 향수,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그리고 그 끝에 달라져 가는 자신의 모습이.
 
가사를 쓴 사람은 그가 데뷔 때부터 함께 곡을 만든 버니 토핀이다. 그의 가사는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는데,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 시적인 가사가 많다. '로켓맨'처럼.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엘튼의 이야기, 그리고 내 이야기기도 하다.
 
<로켓맨>을 두고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어느 쪽이 더 좋냐고 물어보는 건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처럼 의미 없는 질문이다. 둘 다 좋다. 나는 <로켓맨>이 개봉하자마자 조조로 관람했는데, 영화가 종영할 때쯤 한 번 더 보려 한다. 음악은 반복해서 들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엘튼의 본명은 레지널드 케네스 드와이트다. 그는 15살부터 20살까지 블루 솔로지란 그룹에서 피아노를 쳤는데, 그때 팀 내 색소폰 연주자였던 엘튼 딘과 보컬 롱 존 볼드리의 이름에서 하나씩 이름을 가져와 엘튼 존이 되었다. 영화 속에서는 음반 제작사를 찾아간 엘튼이 비틀즈의 사진 속 존 레넌의 사진을 보며 즉흥적으로 존이란 성을 붙이지만, 실제는 이랬다.
 
엘튼은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하여 11세에는 영국 왕립 음악원 주니어 코스에 장학금을 받으며 다니며 클래식을 연주했다. 영화 속에서 어린 엘튼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멜로디를 듣고 따라서 한음 한음 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왕립 음악원 오디션에서도 악보 없이 선생님이 치던 모차르트 소나타를 한번 듣고 연주하는 극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이런 장면은 음악 신동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면임에도 번번이 감동적이다.
 
엘튼 존이 겪은 시련
 
 영화 <로켓맨> 스틸 사진.

영화 <로켓맨>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모차르트를 시기했던 살리에리처럼 저런 재능을 보면 질투가 난다. 타고나기를 천재로 태어나 노력만으로는 절대 다가갈 수 없는 그 경지를 타고나다니 말이다. 아무리 밤낮없이 뛰어도 우사인 볼트를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것처럼 다른 건 다른 거다. 그나마 애써 다행인 건 재능만으로는 이룰 수 있는 건 없다는 거다. 그리고 형평을 맞추듯 큰 재능에는 반듯이 큰 시련이 따른다. 음악이든 연기든 일찍 성공한 스타들이 마약과 약물에 중독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건 안타깝게도 자주 접하는 이야기인데, 엘튼도 여지없이 그 과정을 겪는다.
 
엘튼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고 혼란을 겪는다. 그도 그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어렵게 엄마에게 전화로 고백했지만 '넌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거야'라는 악담만 퍼붓는다. 설상가상 사랑했던 애인에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다. 절망에 빠져, 갈수록 괴팍해지는 그를 주변 사람들도 감당하기 힘들다. 겉만 화려하고 속은 썩어가던 어느 날, 그가 돌연 자살을 시도한다.
 
영화는 내내 엘튼이 아버지와 겪는 불화를 보여준다. 아버지는 끝내 사랑에 굶주린 아들을 한 번도 안아주지 않는다. '어떻게 아들에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보는 내내 속이 상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은 아버지가 아이를 싫어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엄마와 이혼 후에 재혼한 가정에서 얻은 자녀들을 끔찍이 아끼는 것을 보고 엄청나게 상처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끝까지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했고 그의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다.
 
나는 엘튼이 버니를 만나 곡을 만드는 장면이 너무나 좋았다. 그 남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인 셈이다. 대부분 곡을 버니가 가사를 먼저 쓰고 그걸 엘튼에게 보여주면 엘튼이 곡을 붙였다. 어떤 곡은 가사를 읽자마자 음이 너무 빨리 떠올라 악보를 적는 손이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로켓맨'도 십 분 만에 곡을 썼다고 알려져 있다.
 
<로켓맨>과 애런 테저튼, 덱스터 플래쳐 감독의 인연

엘튼 존 역할을 맡은 배우는 영화 <킹스맨>으로 우리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테런 에저튼이다. 이 배우 놀랍다.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았던 배우, 라미 말렉도 놀랍지만 테런은 한 수 위다. 테런은 영화에 나오는 엘튼의 곡을 직접 불렀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테런은 애니메이션 <씽>에서 조니 역을 더빙했는데, 이때 엘튼 존의 노래 중 'I`m still standing'이란 곡을 불렀던 전력이 있다. 그리고 <킹스맨> 2편에 엘튼이 카메오 출연을 했는데, 이때 서로 연기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 서로 인연이 깊은 셈이다.
 
버니 역은 <빌리 엘리어트>의 꼬마 발레리노였던 제이미 벨이 맡았고 배신한 애인이자 엘튼의 매니저역은 <왕좌의 게임>으로 유명한 리차드 매든이 맡아서 열연을 펼친다. 리차드는 얄미운 역을 너무 열연을 펼친 나머지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생기게 만든다.
  
 영화 <로켓맨> 스틸 사진.

영화 <로켓맨> 스틸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보헤미안 랩소디>의 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영화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하자 덱스터 플래쳐 감독이 투입되어 영화가 마무리된 바 있다. 이 덱스터 플래쳐가 영화 <로켓맨>의 감독이다. 실로 인연이 깊은 두 영화다. 전작에서 이미 음악영화의 진수를 경험한 덱스터 감독은 이 영화에서 좀 더 진화한 모습을 보여준다.
 
화려한 퍼포먼스에 눈을 뺏기고, 감미로운 음악에 귀를 뺏기고, 가슴 아픈 이야기에 가슴이 젖다 보면 영화는 끝이 난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 영화의 에필로그에서 앨튼은 오랜 시간 재활 시설에서 약물 중독 치료를 받고 이후 28년, 파트너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자막과 함께 현재 근황을 보여준다. 모든 중독을 끊었지만, 쇼핑만을 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는 장면에서 웃었다. 마약보다 더 지독한 게 쇼핑이구나.
 
작년 은퇴를 선언한 그는 지금 세계를 돌며 마지막 공연을 하고 있다. 그의 명곡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를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그에 관한 글을 읽었다. 약물과 마약으로 어려움을 통과한 그가 "결국, 사람을 고치는 건 사람이다"라고 한 말에 가만히 생각이 멈춘다. 그렇지.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도, 낫게 하는 것도. 사람을 고치지는 못해도 병들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데, 뜨끔한 마음이 들었다. 음악영화 한 편이 날 참 멀리도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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