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관심 속에도 커다란 도전을 시작한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은 오는 8일(이하 한국시각)부터 프랑스에서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대회에 참가한다. 지난 2015년 캐나다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16강에 올랐던 여자축구는 '지메시' 지소연(첼시FC 위민)을 중심으로 한 '황금세대'들이 총출동하는 이번 대회에서 4년 전 성과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개최국이자 우승에 도전하는 프랑스를 비롯해 2회 대회 우승팀 노르웨이, 그리고 작년 여자 네이션스컵 우승을 차지한 아프리카 최강 나이지리아와 '죽음의 조'로 불리는 A조에 포함됐다. 여기에 남자축구의 다른 경기들과 일정이 겹치며 축구팬들의 관심이 분산되는 악재도 있다. 과연 한국 여자축구는 여러 악재들을 이겨내고 목표로 했던 16강 이상의 성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지소연-여민지 세대가 등장하면서 꾸준히 발전한 한국 여자축구
 
훈련하는 지소연-조소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2회 연속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대표팀의 지소연, 조소현 등 선수들이 21일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하고 있다.

▲ 훈련하는 지소연-조소현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2회 연속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대표팀의 지소연, 조소현 등 선수들이 21일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으로는 20세기 초반부터 여자축구대회가 열렸고 1991년부터 여자 월드컵이 시작됐지만 한국에서 여자축구는 90년대까지 '해외토픽'에서나 볼 수 있는 낯선 종목이었다. 1990년 일본과의 첫 국제대회에서는 1-13이라는 민망한 스코어로 패했을 정도. 2003년 처음으로 출전했던 여자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3경기에서 1골 11실점으로 3연패를 당하며 세계 축구와의 격차를 실감했다.

그렇게 철저한 비인기종목이었던 여자축구가 스포츠 팬들에게 주목 받게 된 계기는 역시 지소연이라는 걸출한 선수가 등장한 후부터였다. 지소연은 2010년 U-20 여자 월드컵에 출전해 6경기에서 8골을 기록하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한국 U-20 대표팀을 3위로 이끌었다. 이 대회에서 실버볼(MVP 2위)과 실버슈(득점2위)를 수상한 지소연은 현재 A매치에서 54골을 기록한 한국 여자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지소연이 중심이 된 U-20 대표팀의 선전은 같은 해 U-17 여자월드컵에서 동생들이 더욱 확실한 열매를 맺었다. B조 2위로 8강에 진출한 한국은 토너먼트에서 나이지리아, 스페인,일본을 차례로 꺾고 역대 최초로 FIFA 주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 4골을 포함해 6경기에서 8골을 몰아친 공격수 여민지(수원도시공사)는 대회 최우수선수와 득점왕을 휩쓸었다.

연령별 대표팀의 선전으로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확인한 한국은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3연속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꾸준한 성과를 올렸다. 사실 여자축구를 잘 모르면 아시안게임 3위가 썩 대단치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축구는 일본이 월드컵에서 우승 1회와 준우승 1회, 중국이 준우승 1회와 4강 1회를 차지했을 정도로 세계 무대에서 아시아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이번 대회에서도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티켓은 무려 5장이다).

한국은 역대 2번째 월드컵 도전이었던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브라질, 코스타리카, 스페인과 한 조에 속해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사상 첫 월드컵 16강의 쾌거를 달성했다. 비록 16강에서 강호 프랑스를 만나 0-3으로 패했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남자 대표팀이 1무 2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여자선수들의 선전은 상대적으로 더욱 돋보였다.

'죽음의 조'에 속했지만 '황금세대' 앞세워 대형사고 노리는 윤덕여호

제8회 프랑스 여자 월드컵은 작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린 AFC 여자 아시안컵에서 아시아 지역예선을 겸했다. 아시아에 5장의 본선행 티켓이 배정되면서 한국은 무난히 본선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조별리그에서 호주, 일본과 한 조에 묶이고 말았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2무를 기록하고도 골득실에서 뒤져 조3위로 밀려나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필리핀을 만난 한국은 5-0으로 대승을 거두며 2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여자축구 대표팀은 2010년 U-20 월드컵 4강과 U-17 월드컵 우승 주역들이 전성기의 기량에서 총출동하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번 대표팀에는 9년 전 한국 연령별 대표팀의 에이스였던 지소연과 여민지를 비롯해 전가을(화천KSPO), 조소현(웨스트햄), 이민아(아이낙 고베), 장슬기(인천현대제철), 이금민(한국수력원자력) 등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여자축구 스타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다만 2015년 캐나다 대회의 주전 골키퍼이자 A매치 116경기 출전에 빛나는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의 부상 이탈은 대표팀의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존 선수의 부재는 새로운 선수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작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현우(대구FC) 골키퍼라는 '깜짝스타'가 등장한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강가애(구미 스포츠토토)와 김민정(현대제철), 정보람(KSPO)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서기 위해 대회 직전까지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윤덕여 감독과 선수들은 내심 16강을 넘어 역대 최고의 성적을 노리고 있지만 상대는 결코 만만치 않다. 피파랭킹 4위 프랑스는 개최국의 이점을 앞세워 남녀 월드컵 동반 우승을 노리고 있고 노르웨이도 최근 부진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통의 강호다. A조 최약체로 꼽히는 나이지리아 역시 한국이 간단히 '첫 승 제물'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복병이다. 한국은 최소 1승1무1패의 성적으로 16강에 오르는 것을 현실적인 1차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한국은 8일부터 시작되는 여자 월드컵 외에도 7일 남자 대표팀이 호주와 A매치 평가전을 치르고 9일에는 U-20 월드컵에서 일본을 격파한 어린 태극전사들이 세네갈과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축구 팬들의 관심이 여자 월드컵에 집중되기 힘든 환경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 여자축구는 언제나 부족한 관심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 왔고 팬들이 더 많이 성원해 준다면 한국 선수들은 프랑스에서 낭보를 전하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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