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의 한 장면

<바람이 분다>의 한 장면ⓒ JTBC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 남편 권도훈(감우성)은 필사적으로 그 사실을 아내 이수진(김하늘)에게 숨기려 한다. 혼자서 모두 짊어지고 갈 생각이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아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권태기에 접어든 남편 행세를 시작한다. 퉁명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정을 떼는 중이다. 잔소리를 늘어놓고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아내가 나 없이도 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수진은 속깊은(?) 도훈의 마음을 알지도 못한 채 온갖 투정을 부린다. 그러다가 아이를 갖자는 자신의 요구에 도훈이 '묶었다'고 하자, 이에 분노하고 이혼을 결심한다. 수진은 '남편의 외도'라는 귀책사유를 만들어 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궁리하다가, 급기야 '코 분장'(김하늘은 극중에서 코에 뭔가 붙여서 다른 사람이 된 척 한다)을 한 뒤 자신의 남편을 유혹하기 이른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지만, 영화제작사 대표 브라이언 정(김성철)과 특수분장팀 사원 손예림(김가은)의 도움을 받아 어찌어찌 위기를 잘 넘긴다. 

엉망진창 캐릭터에 뒤죽박죽 행동

4회까지 방영된 JTBC 드라마 <바람이 분다>는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줄거리를 최대한 그럴 듯하게 설명해보려 해도 시청자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캐릭터가 엉망진창이다보니, 그들의 행동도 뒤죽박죽이다. 개연성이 전혀 없다. 게다가 무려 남편을 속여야 하는 '특수분장'마저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그밖의 상황들도 불필요한 우연에 기대고 있다. 현실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의 입장에서 몰입이 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바람이 분다>의 한 장면

<바람이 분다>의 한 장면ⓒ JTBC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정리'를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마치 거실에 제멋대로 쌓인 거대한 이삿짐을 마주한 느낌이다. 우선, 이 드라마의 발단부터 시작해보자.

이 우스꽝스러운 갈등은 도훈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는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도대체 아내에게 알리지 않으면 누구에게 알리겠다는 것일까? 뒷감당을 어찌할 생각이었을까? 드라마 속에서 도훈은 제법 어른스럽고 속깊은 남자로 그려지지만, 사실 그는 철없고 무책임한 남자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 얼마 동안은 숨길 수 있다. 스스로도 너무 놀랐을 테니까. 부정과 분노, 슬픔을 지나 인정하게 되는 단계를 거치는 건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 아닐까? 언제까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설령 잘 숨겼다고 해도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될 아내의 고통은 왜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입으로는 아내를 너무 사랑해서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철부지 남자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도훈과 달리 수진은 전반적으로 철딱서니 없는 여자로 그려진다. 아이를 가지면 권태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단편적인 사고를 지녔고,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남편의 선언에 욱해서 이혼을 결심할 만큼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다.

무엇보다 이혼을 위해 남편의 귀책사유를 만들려 노력하고, 그 방법으로 '코 분장'을 해 다른 여자인 양 접근한다. 수진은 도훈이 그 유혹에 빠질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혼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바람이 분다> 포스터

<바람이 분다> 포스터ⓒ JTBC

 
JTBC <바람이 분다>는 '이별 후에 다시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어제의 기억과 내일의 사랑을 지켜내는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답답한 남편과 철없는 아내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후반부에 등장할 최루성 로맨스를 극대화 하기 위해 전반부에 무리수를 너무 많이 두는 실책을 저질렀다.

눈치빠른 도훈은 수진이 분장을 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인 증거들만으로) 눈치챘고, 이를 역이용해 수진에게 상처를 주기 시작했다. 결국 수진은 도훈이 자신이 분장해서 만들어낸 인물 유정을 사랑하게 됐다고 생각하고 배신감에 휩싸였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일까? 설령 이를 통해 도훈이 원하는 걸 쟁취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수진이 감당해야 할 아픔과 슬픔은 어찌되는 걸까? 도훈에게 사랑은 도대체 무엇일까?

차라리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알게 된 도훈이 그 사실을 첫 회부터 수진에게 고백하고, 권태기에 접어들었던 젊은 부부가 어떤 식으로 그 문제를 헤쳐나가는지를 다뤘다면 훨씬 더 밀도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엉성한 대본 위에서도 자신만의 감정선을 부여잡고 아등바등 연기하고 있는 배우들의 열연이 두고두고 아쉽기만 하다. 2회에서 4.024%를 기록했던 시청률도 3회 3.005%, 4회 3.15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로 하락했다.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필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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