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6월 5일 오후 5시 45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연일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성 인식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5월 25일(현지 시각)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 100년 만에 처음으로 받은 황금종려상이기에 영화 팬들은 물론, 국내 언론들도 연일 감독과 배우, 영화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 역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모양새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기생충>은 개봉 후 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내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과거 인터뷰나 행적을 통해 그의 성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9일 롯데시네마 합정에서 진행된 해피엔딩 스타체어 GV 이벤트에 참여한 배우 김혜자와 봉준호 감독의 기념사진.

지난 5월 9일 롯데시네마 합정에서 진행된 해피엔딩 스타체어 GV 이벤트에 참여한 배우 김혜자와 봉준호 감독의 기념사진.ⓒ 롯데컬처웍스

 
문제의 발단은 지난 5월 9일 롯데컬처웍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해피엔딩 스타체어' GV 이벤트 행사였다. 영화 <마더>의 개봉 1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 행사에는 배우 김혜자와 봉 감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혜자는 <마더> 촬영 당시 아들 역할이었던 원빈이 사전 합의 없이 자신의 가슴을 만졌고, 알고 보니 봉준호 감독이 시킨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거는 재미있으라고 하는 얘기다"라는 말로 입을 연 김혜자는 당시 당황했지만 쉽게 내색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털어놨다.

"원빈씨가 '엄마 하고도 잔다'고 진구에게 말하고 방에 들어와서 자는 장면에서, 갑자기 내 가슴을 만지더라. 이렇게 손을 넣어서. '가슴 만지는 게(신이) 아닌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무슨 까닭이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나서 자기(봉준호 감독)가 만지라 그랬다고 (내게) 그러더라."

봉준호 감독은 이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보통 영화에 모든 것들이 감독에 의해 콘트롤 된다는 환상을 가지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봉 감독은 김혜자에게 "(원빈이 촬영 중에) 애기같이 만지지 않았냐. 갓난아이 같은 자세로 자다가" 그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설명하려 했지만 김혜자는 "안 하던 짓을 하니까 놀랐다. 아니다. (봉 감독이) 하라고 그랬다. 원빈씨가 그러더라 '감독님이 해보라고 그랬다'고.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조금 이상하면(티를 내면) NG가 나지 않나. 잠결에 가만히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반박했다.

이날 행사 이후 SNS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혜자는 웃으며 상황에 대해 설명했지만 신체적 접촉 장면을 촬영할 때 상대 여자 배우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남자 배우에게만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었다. 더구나 행사 자리에서 김혜자는 후배 배우인 원빈이 곤란해질 것을 걱정해서인지 "나는 원빈을 참 좋아한다. 배우로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화 <마더> 촬영 현장 스틸 컷

영화 <마더> 촬영 현장 스틸 컷ⓒ CJ 엔터테인먼트

 
봉 감독에 대한 비판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4월 26일자 제800호 <씨네21>과의 인터뷰 내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 시나리오 작업을 끝낸 시점에 정성일, 허문영 영화평론가와 진행한 이 인터뷰에서 봉준호 감독은 그동안의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공개했다.

"좁고 긴 이미지 공간을 무척 좋아한다. (중략) <살인의 추억>의 터널이나 농수로라든가. <괴물>의 하수구라든가. 동굴 또는 여자의 질. 그런 어둡고 긴 공간. 그런 걸 찍을 때 되게 좋다. 그러니 내가 <설국열차>를 찍을 생각을 하니 얼마나 흥분이 되겠나."

"성적 흥분에 미칠 것 같다. 기차는 밖에서 보면 남자의 성기고, 안에서 보면 여자의 성기다. 밖에 있으면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처럼 터널이 질이고 기차가 남근이 되는데 들어가 있으면 기차 안이 또 질이다."


1986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농수로는 여성 피해자들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다. 대표적인 영구 미제사건인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끔찍한 성폭행 피해를 당한 뒤 살해 당했다. 그런 장소에 대해 '성적 메타포'로 해석하고 '성적 흥분을 느꼈다'고 발언한 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어 봉 감독은 <마더>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남겼다. 그에 따르면 "<마더>는 섹스를 하는 인간과 섹스를 못하거나 안 하는 인간으로 구분되"는 영화다.

"진태(진구)는 하고 도준(원빈)은 못하지 않나. 발정난 개처럼 돌아만 다닌다. 김혜자도 섹스에 억압되어 있다가 이제 섹스로 들어가는 구조다. (중략) 자세도 일부러 고물상 노인 위에 올라탄 자세다. 선생님(김혜자)께는 죄송하지만 사정을 하면 얼굴에 정액이 탁 튀듯이, (그 장면 찍을 때) 저나 홍경표 촬영감독은 '와 섹시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렇게 찍었다."

"차라리 아정(문희라)이 섹스를 했던 남자의 손에 죽었다면 덜 끔찍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마더>를 만든 이는 봉준호 감독이고 그에 대한 해석은 감독 본인의 자유다. 예술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극중에서 아정은 생계 때문에 성적으로 착취 당한 미성년자고 결국 도준에게 살해 당한 피해자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살인사건 뉴스를 보고, 피해자가 섹스를 함께 한 남자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덜 끔찍했을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성년자와 성 구매자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적 온정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강간 문화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봉준호를 비롯한 남성 감독들이 거리낌 없이 영화의 '성적 메타포' 등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최근에는 젠더 감수성에 대한 관객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 실적과 필모그래피는 한국의 수많은 감독 지망생들 및 영화인들의 희망 동력이자 롤 모델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러한 영향력과는 별개로, 봉 감독의 성 인지 감수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이제는 비윤리적인 촬영이나 성적 메타포에 대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 어려운 때가 됐다. 봉준호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의 영화감독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한편,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GV에 참석했던 배우 김혜자는 <기생충> 제작사 바른손이엔에이를 통해 "기억에 오류가 있었다, 봉준호 감독에게 미안하다"란 내용의 입장을 전해왔다(관련기사 : 봉준호 감독 디렉팅 논란, 김혜자 "기억의 오류였다" http://omn.kr/1jl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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