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지난 달, 가수 김현철의 인터뷰 중에 중심 주제가 된 시티팝에 대해 사전적 정의를 찾아봤다. 대체 시티팝이 무엇이기에 근래 몇 년간 복고열풍처럼 일고 있는 건지, 무슨 매력이 있기에 젊은이들이 30년이 지난 음악을 다시 꺼내 듣는지, 어떤 장르이기에 음악을 접은 '시티팝 대표' 김현철을 무려 13년 만에 다시 음악의 길로 돌아오게 만든 건지.

 
김현철 김현철의 데뷔 음반 자켓

▲ 김현철김현철의 데뷔 음반 자켓ⓒ 케이앤씨뮤직퍼블리싱컴퍼니


"시티팝[City Pop]: 시티팝은 장르라기 보단 스타일에 가깝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중흥했던 음악 스타일로 이름 그대로 도회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팝, 스무드 재즈, 펑크(funk), 소울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이 시티팝의 범주에 들어간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전적 뜻을 찾아본 후에 나는 그 스타일의 음악들을 한 번 들어봤다. 아리송했다. 그러다가 몇 주 후에 가수 이하이의 인터뷰에 갔는데 그가 노래 하나를 추천해줬다. 나미의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였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듣는 노래라면서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노래"라고 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이길 "요즘 다시 재조명되는 시티팝 계열의 노래"라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앗, 시티팝? 그 세 글자에 구미가 당긴 나는 인터뷰 후에 돌아가는 길에 곧장 그 노래를 찾아들었다.

맙소사! 진짜로 좋은데? 1992년에 나온 노래인데 옛날 노래를 듣고 있단 생각이 안 들었다. 요즘 노래의 감성이나 스타일에 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세련되고 시원시원한 매력이 느껴졌달까? 나도 계속 듣고 싶었다. 유재하, 김광석 말고 내가 옛날 가수 노래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듣게 될 줄이야.
 
나미 나미의 베스트 앨범인 < Nami Best 'My Story And... 45' >의 자켓.

▲ 나미나미의 베스트 앨범인 < Nami Best 'My Story And... 45' >의 자켓.ⓒ RIAK


시티팝이 왜 다시 유행이야? 하고 아리송해하던 내가 유튜브에 들어가서 시티팝 노래 모음을 반복해서 듣고 있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시티팝 계열의 노래를 들으면 홀가분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햇볕과 바람이 좋은 날에 마음이 뽀송뽀송해지거나, 비 오는 날에 초록 잎사귀를 보면서 촉촉해지는 것처럼 선명한 감각이 귀로 전해져왔다.

"그대 눈빛만 보아도 나는 느낄 수 있어요/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처음부터 난 알 수 있었어요/ 이젠 두렵지 않아요 내게 다가온다 해도/ 나도 그댈 좋아한다는 걸/ 알고부터 모든 게 꿈만 같아

내 곁에 있는 그대 모습을 보면서 오오오오/ 사랑에 빠진 나의 마음을 알았네/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자꾸만 가슴이 떨려/ 오 그대여 오늘밤 이대로/ 단둘이 그대와 있고만 싶어요" - 나미,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가사 중


노랫말은 단순하고 솔직하다. 사랑에 빠져 쿵쾅대는 화자의 마음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듯하다. 상대도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부터 모든 게 꿈 같고 행복하다는 고백과, 가까이 하고 싶다는 말, 그리고 단둘이 있고 싶다는 말에서 사랑 앞에서 당당하고 순수하게 마음을 여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랑을 한 지 오래된 사람이 듣는다면 사랑하고 싶어지는, 설레는 노래다.

나미 노래 외에도 앞서 언급한 김현철의 곡들이 시티팝 스타일의 대표격이다. 1989년에 김현철이 발표한 데뷔 음반은 '한국 시티팝'의 명작으로 꼽히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이 음반에 실린 '춘천 가는 기차'를 얼마 전 태연이 '월간 윤종신 2019년 5월호' 수록곡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지금 들어도 여전히 마음 차분해지면서 동시에 기분이 붕 뜨게 만드는 명곡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다고 지구가 돌거나 사계절이 돌고 도는 것처럼 당연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들어도 마음을 건드는 매력이 있고, 시대를 넘어 현재의 청자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공통된 감성이 있어야 그 유행이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 어떤 음악을 자주 듣는지 묻는 질문에 "나미의 '가까이 하고 싶은 그대' 많이 들어"라고 말하는 내가 아직도 신기하지만, 그렇게 대답할 때면 '시티팝스러운' 사람이 된 것 같아 묘하게 뿌듯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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