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배우 최우식 인터뷰 사진

영화 <기생충> 배우 최우식 인터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5월 26일(한국 시각) 새벽 많은 영화 팬들은 가슴을 졸이며 중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최우식은 그 순간 한국에서 우리와 함께 손을 모으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배우 최우식을 만났다. 개인 일정 때문에 칸에서 먼저 귀국한 최우식은 그날 새벽 혼자 휴대폰으로 시상식 현장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모든 게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뒤늦은 수상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시차 적응이 안 돼서 새벽에 깨 있었다. 사실 목표는 그게(황금종려상) 아니었고 영화제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도 내겐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중계 영상을) 보고 있는데 그래도 사람이니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되더라. 호명이 점점 늦어지고 저도 막 긴장하고 기대했다. (기생충이) 불리는 순간 감독님이 어떤 제스처를 하셨는데, 그게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처럼 느껴졌다. 소름이 돋을 만큼 행복했다."

최우식은 앞서 <부산행>과 <옥자>로도 칸 영화제에 진출했지만 레드카펫을 직접 밟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우식이 칸에 가기 전 주변에서는 "너 조심해라. 뤼미에르 극장에서는 야유도 한다"는 '괴담'(?)을 전해주기도 했다고. 다행히 <기생충>은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내가 찍어온 사진들만 봐도 (너무 좋다). 감독님의 말을 빌려보자면 '칸은 이미 과거가 됐'다. 그래도 배우로서 뭔가 느낄 수 있는, 관객들의 호응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주변에서 '뤼미에르 극장에서 반응은 아찔할 때도 많다. 너 기죽지 마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그만큼 솔직한 반응이 나오는 곳이라더라. 그런 곳에서 박수갈채 받고 해외에서 자랑스럽게 인정받았다는 게 아직도 떨리고 행복하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기생충> 시나리오 집필 단계 때부터 기택 역할에는 송강호, 기우 역할에는 최우식을 점 찍어 놓고 있었다고 한다. 기우 캐릭터가 최우식에게 찰떡같이 어울렸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최우식은 이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서도 영화 <옥자> 촬영을 마치고 "뒤풀이를 하던 중에 언질을 주셨던 것 같다"고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자세한 건 출연하기 전까지 아예 몰랐다. <옥자>를 찍고 뒤풀이 때 (봉감독이) '다음에 스케줄이 어떻게 되니' 하고 넌지시 물으시긴 했다. 명확하게 '다음 작품에서 같이 하자'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다음에 또 뭐...' 이런 식으로 말했다. 또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하신건지 아닌지 애매했다. 어떤 역할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옥자>의 삐딱한 청년 뉘앙스를 원하시는 건가?' 생각할 정도였다. 아버지(송강호) 다음으로 저를 생각해서 쓰셨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을 때, 복권 당첨된 기분이었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작업이면..."
 
 영화 <기생충> 배우 최우식 인터뷰 사진

영화 <기생충> 배우 최우식 인터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가 친구의 소개로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이선균 분)의 저택에 과외 선생님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는 송강호였지만 영화에서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것은 기우에 가깝다. 

개성 강한 기택네 가족들 사이에서 기우는 가장 평범한 요즘의 20대 같은 모습이다. 봉준호 감독도 앞서 인터뷰에서 "최우식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안쓰러워 보이는 면이 있다. 그게 내가 요즘 청년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최우식 역시 기우가 자신과 비슷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봉 감독님이 내게 '걸어 다니는 안쓰러움'이라더라. 내가 기우를 연기하게 됐던 이유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 기우는 도드라지게 튀지 않는다. 트레일러를 찍을 때 알았다. 연교(조여정 분) 사모님과 함께 가족을 소개하는 콘셉트였는데, 연교 사모님은 캐릭터를 아주 잘 표현하셨다. '나는 어떻게 기우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도드라지게 표현할 수 있는 게 한정돼 있었다. 나도 약간 기우와 비슷한 편이다. 성격이 유별나지 않고 둥글둥글하다. 평범하게 물 흐르는 대로 가는 마인드로 살다보니 연기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의 최우식을 만든 작품으로는 2014년 개봉한 영화 <거인>을 빼놓을 수 없다. 봉준호 감독 역시 <거인>에서의 최우식을 보고 <옥자>에 이어, <기생충>에서도 그를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최우식은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 6개 영화 시상식 남우신인상을 휩쓸면서 '최우식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기생충>으로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지금, 그는 <거인>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고 고백했다.

"<거인> 촬영할 때는 김태용 감독님한테도 항상 얘기했다.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그만큼 연기 면에서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영화로  상을 받았는데, 그때 느꼈던 감정이 요즘과 비슷한 것 같다. '너 지금 되게 잘 가고 있다, 잘하고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거인>으로 좋은 출발을 했지만 그 사이에 다른 길로 샜을 수도 있는데 지금 그래도 제대로 가고 있는 건 맞구나 싶다."
 
 영화 <기생충> 배우 최우식 인터뷰 사진

영화 <기생충> 배우 최우식 인터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까지 이어지면서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높아졌다. 부담스러울 법한 상황에도 최우식은 비교적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어떤 영화든 어떤 캐릭터든, "즐거울 수 있는 작업"이었다.

"요즘 주변에서 보는 시선도 그렇고, 내게도 차기작 부담감에 대해 많이 묻는다. 나 또한 어떻게 해야 할까 싶다. 감독님과 앞서 <옥자>로 한 번 작업을 해 봤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정말 즐기면서 촬영했다. 물론 모든 현장에서 배우는 게 있겠지만 다음 작품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나름대로 답을 내린 건 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 '어떤 차기작이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제는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 과정을 즐기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장르가 어떻든, 캐릭터가 어떻고 상업영화든 독립이든 단편이든 (상관없이) 내가 즐거운 작업이면 선택할 것이다.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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