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배우 송강호 인터뷰 사진

영화 <기생충> 배우 송강호 인터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의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분명 봉준호와 송강호의 합작품이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함께한 네 번째 영화였고, 두 사람의 호흡이 어느 때보다 빛난 작품이었다. 수상이 발표됐을 때 봉 감독은 가장 먼저 옆에 있는 송강호를 껴안았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도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라고 소개하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20여 년 동안 함께 일해 온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에게 칸 시상식 무대에 올라가는 걸 예상했었냐고 물었다. 그는 "(봉 감독이 자신을 부를 줄) 전혀 몰랐다"며 손사래를 쳤다.

"기쁘고 기분 좋은 일이긴 한데 봉 감독이 (갑자기) 올라오라고 하더라. 다른 때 같았다면 안 올라갔을 것이다. 황금종려상을 받는데 한 번쯤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싶었다. 우리만 올라간 게 아니라 역대 황금종려상 수상 영화 중에 무대에 올라간 팀이 많았다더라. 같이 축하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는 봉 감독의 배려다. 고마웠고 그 배려심에 감탄했다."

"남우주연상, 황금종려상에 포함돼 있어"
 
 영화 <기생충> 배우 송강호 인터뷰 사진

영화 <기생충> 배우 송강호 인터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시상식 무대에 오른 것은 처음이지만 송강호에게 칸은 누구보다 익숙한 곳이었다. 앞서 <괴물>(2006)부터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까지 이미 4번이나 경험한 무대였기 때문. 게다가 <밀양> 때는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박쥐>는 심사위원상을 받아,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송강호가 칸 경쟁부문에 가면 꼭 '상'과 함께 돌아온다는 우스갯소리도 생겼다.

<기생충>으로 송강호의 세 번째 칸 경쟁부문 진출이 결정됐을 때도 수상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던 이유였다. 결국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송강호는 '수상 요정'(?)의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제가 받은 것은 아니지만 운 좋게 칸에 경쟁부문으로 진출한 세 번 모두 상을 받았다. 상을 받아 봤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받기 전에는) 절대 예측할 수 없더라. 관객 평점 1위라고 해서 다 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생충>이 평점 1위인데 황금종려상까지 받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하더라. 만약에 상을 받는다면 봉준호 감독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생충> 팀이 귀국한 이후,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의 유력한 후보였다는 후문도 있었다. 이냐리투 감독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송강호를 남우주연상으로 추천하려 했지만, 중복 수상이 불가능해 황금종려상을 택했다고. 물론 출연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도 대단한 영예이지만, 배우 입장에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은 배우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이기에 아쉬울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아쉽지 않다"고 딱 잘라 말했다. <기생충>은 남우주연상만 받기에 너무 아까울 만큼 좋은 영화라는 게 그의 답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들과의 애프터 파티를 끝내고) 뒤늦게 세 시 반쯤 왔다. 오자마자 내게 그 얘기를 하더라. 이냐리투 감독이 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줬다. 중복 수상이 불가능해서 (내게 상을 줄 수 없어) 아쉬워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나는 봉준호 감독한테 진짜로 이렇게 말했다. '진짜 내 진심인데, 우리 영화가 남우주연상 카테고리에 가두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냐'고. 정말 진심이다. 황금종려상 안에 모든 상이 다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주는 상이라서 전혀 아쉽지 않았다. 만약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면 작품이 너무 아까웠을 것 같다."

"봉준호 감독이 변한 것은 몸무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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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배우 송강호 인터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두 사람의 인연은 1997년 시작됐다. 송강호의 영화 데뷔작이었던 <초록 물고기>를 보고 봉준호 감독과 장준환 감독이 송강호에게 "한 번 만나보고 싶다"며 음성메시지를 남긴 게 시작이었다. 그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오디션에 떨어진 송강호에게 봉 감독이 손편지를 썼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이어 "(초록물고기에서) 아주 작은 역할이었는데 나를 만나보고 싶었다더라. 어떤 배역을 찾는다, 어떤 작품을 하자 이런 얘기는 전혀 없었고 정중하고 예의 바른 초대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살인의 추억>(2003)에서 처음 함께 작업하게 된다.

이날 인터뷰에서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의 20년 인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오래전 두 사람의 사진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2002년 <살인의 추억> 촬영 당시 스태프들과 축구 게임을 한 판 하고 찍은 단체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는 젊은 송강호와 날씬한 봉준호가 배우들, 스태프들과 함께 웃고 있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은 20년 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여전히 유머스럽고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변한 게 있다면 몸무게가 두 배가 된 것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송강호는 <기생충>은 그 어떤 영화보다 편안하고 좋은 환경에서의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건 단순히 주 52시간을 엄수하고, 밥때를 정확하게 지켰기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봉준호에게 송강호가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이듯, 송강호에게도 봉준호는 "기댈 수 있는 거대한 산"이었다. 

"현장에서 봉 감독님과 이런 얘기를 했다. 오랜만에 부담 없이 편하게 작업을 한다고. 좋은 배우들과 같이 연기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봉준호라는 거대한 산이 뒤에 있어서 (좋았다). 그림자를 만들어 주는 기분이었다. 내가 혼자 작품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는 형태의 영화와는 달라서, 비교적 편안한 마음이었다.

<기생충>에 합류하기 전에 어느 날 봉 감독에게 문자가 왔다. '그동안 너무 큰 짐을 혼자 지고 오셨더라. 이번에는 나눠 지겠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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