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문제점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2019) 한 장면

4대강 사업 문제점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2019) 한 장면 ⓒ 오마이뉴스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하게 진행되었던 '4대강 살리기 사업'(아래 '4대강 사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4대강 살리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4대강 사업은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 유역을 초토화 시켰고, 강의 수질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녹조로 뒤덮인 4대강을 두고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폐화된 '4대강 재앙'을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앞다투어 4대강 사업 전도사 역할을 자청하던 이들이 어느 순간 자신들의 업적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에 이명박 정부 시절 갖은 압박과 회유에도 4대강을 지키고자 했던 '독립군'들은 참을 수 없었고 마침내 4대강을 망친 자들을 한 명씩, 한 명씩 만나러 다니기 시작한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수상작이기도 한 영화 <삽질>(오마이뉴스 제작, 김병기 연출)은 구성, 스토리텔링 등 여러 면에서 최승호 현 MBC 사장의 <자백>(2016), <공범자들>(2017)을 떠올리게 한다. <자백> <공범자들> <삽질> 모두 주제와 소재는 다르지만 주요 등장인물들이 심하게 겹치기(?) 때문에 느껴지는 기시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 어떤 비판도 용납되지 않았던 시절

과거 주요 언론들은 잘 다루지 않았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시민기자들과 함께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널리 알렸던 김병기 기자는 <자백> <공범자들>의 최승호 PD가 그랬듯이 '4대강 부역자'들을 향해 용맹하게 돌진한다.

<공범자들>에서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과 공범자들이 그랬듯이, 김병기 기자의 질문에 도망가기 바쁜 <삽질> 속 '4대강 부역자'들의 초라한 뒷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준다. 그리고 동시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분노를 야기한다. 

4대강을 망치는 데 일조를 했다는 증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는 사람들. 이들이 그토록 당당한 이유는 4대강 사업의 과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국민의 거센 반대 여론에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임기 내 '강행'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큰 꿈을 가지고 있었고, 한시도 대운하를 포기하려 한 적이 없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한 것 또한 사실은 그들의 원래 꿈인 대운하를 염두에 둔, 눈가리고 아웅식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사업이기 때문에 모든 것은 은밀하고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어떠한 비판 여론도 용납되지 않았고, 이명박 정부 시절 시작된 언론 장악과 함께 4대강 사업의 진실은 베일 속에 꽁꽁 감춰졌다. 그 사이 천문학적 액수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는 4대강 사업비로 낭비 되었고, 4대강 생태계는 점점 파괴된 채 사람들의 탄식을 불러 일으킨다. 

4대강 황폐화, 우리 모두의 허물이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2019) 한 장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2019) 한 장면 ⓒ 오마이뉴스


이명박 정부의 끊임없는 압박과 회유 속에서도 꿋꿋이 4대강 사업 진실 알리기에 나섰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삽질>은 일명 '4대강 독립군' 활약상보다 4대강 사업의 이면과 자신들의 과오를 책임지지 않는 부역자들을 찾아가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4대강 사업 부역자들이 지금껏 당당히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건, 4대강 사업의 잘못을 지적하고 책임을 묻는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목표로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으면서 4대강 유역을 황폐화 시키는데 앞장선 특정 누구만의 잘못이 아니라, 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우리 모두의 허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4대강 사업 문제점을 다룬 첫 다큐멘터리로 기억될 <삽질>은 인터뷰를 거부하는 4대강 부역자들의 문전박대 속에서도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상기시킨다.

인간의 끊임없는 탐욕으로 강은 계속 죽어가고 있지만, 어느 하나 내 탓이오 책임지고 나서는 이 없는 현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4대강 관련 다큐멘터리가 더욱 많이 만들어져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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