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를 우선 자극하는 전자음과 한 소녀의 춤사위, 그리고 그는 뭔가 불안하고 위축돼 보인다. 본인의 꿈은 알고 있지만 가정환경부터 주변 모든 게 여의치 않은 10대의 모습을 배우 엘르 패닝이 입었다. 영화 <틴 스피릿>은 극 전반에 흐르는 정서와 분위기 등까지 엘르 패닝에게 많은 걸 의지하고 있다.
유럽 유명 오디션 프로에 출연하게 되며 팝스타의 꿈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과정 자체가 이 영화의 전부다. 17세의 바이올렛(엘르 패닝)은 평일엔 학교 공부와 집의 농장일을 돕고, 주말엔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오래전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남겨진 엄마는 생업에 바쁘다. 딸의 오디션 프로 출연을 반대하기까지 한다.
그 와중에 바이올렛의 손을 잡는 건 이웃집 아저씨이자 과거 오페라 가수였던 블라드(즐라트코 버릭)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바이올렛의 간청에 덥석 자신의 삶을 거는 이 멘토가 된다.
여기까지 매우 익숙한 설정이다. 서사만 놓고 보면 이렇다 할 특징이 없고 참신성이 떨어진다. 결국 음악 자체와 배우의 연기, 이미지가 이 영화의 미덕이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틴 스피릿>은 어느 정도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간 록 음악 중심이었던 흥행한 음악 영화와 달리 이 작품은 유럽 10대 정서에 걸맞게 일렉트로니카 장르를 골격으로 삼고 있다.
강한 전자음과 박자감에 몽환적인 엘르 패닝 표정이 어우러지며 영화는 앞서 언급한 상투적 설정보단 보다 신비감을 더해간다. 이번 영화를 통해 감독 데뷔하게 된 맥스 밍겔라 역시 어려움을 극복하며 눈물을 쥐어짜고, 가족과 극적 화해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려는 얕은 수는 쓰지 않았다. 건조하게 이런 상황들을 제시한 채 오히려 이미지와 색감에 집중한 모양새다.
가난한 농촌 마을 출신 10대 소녀의 성공기 혹은 성장담을 기대했다면 <틴 스피릿>은 여러 모로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각 캐릭터들의 호흡과 영화적 이미지, 음악의 조화를 찾으려 한다면 크게 나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이번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공연 영상을 감독에게 직접 보냈다던 엘르 패닝의 열정이 고스란히 영화에서 느껴진다.
또 하나 기억할 사실은 <틴 스피릿>에 참여한 스태프들 면모다. <라라랜드>를 프로듀싱 한 프레드 버거와 음악 부문 스태프를 맡았던 마리우스 드브리스 등이 의기투합했다. 전작과 다른 일렉트로니카의 새로운 매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한 줄 평: 서사와 소재의 약점을 이미지로 극복했다
평점 : ★★★(3/5)
영화 <틴 스피릿> 관련 정보 |
연출 및 각본 : 맥스 밍겔라
출연 : 엘르 패닝, 즐라트코 버릭, 레베카 홀 등
수입: 찬란
제공 및 공동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세미콜론 스튜디오
공동제공: 51k
러닝타임: 93분
관람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19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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