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편 중 한 장면

< PD수첩 >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편 중 한 장면ⓒ MBC

 
최근 국내 한 유명 정신과 의사의 그루밍 성범죄(피해자와의 친분이나 취약한 심리 상태 등을 이용해 벌이는 성폭력) 혐의가 제기되었다. 피의자로 지목된 이는 바로 2013년 즈음 지상파와 케이블의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정신과 의사 김현철씨다.

지난 28일 MBC < PD수첩 >은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 편을 방송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현철씨의 '그루밍 성범죄' 혐의를 비롯해 향정신성 의약품 처방 실태, 요양급여 부당청구 의혹 등을 다루었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을 취재, 연출한 이중각 PD를 지난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지켜야 할 윤리

- 지난 28일 방송된 < PD수첩 >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을 취재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저희가 김현철 원장의 잘못된 행동들, 그리고 그 의사를 방치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잖아요. 방송 나가고 하루아침에 이 의사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시청자들 반응을 봤을 때, 시청자들도 의사와 환자 사이에 지켜야 할 윤리에 대해 공감해 주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 방송 후 반응이 SNS에 올라오는 것 같던데요. 시청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일단 김현철 원장이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 있는 정신과 의사잖아요. 저서 활동과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부터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해 김 원장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한 분들도 계셨기 때문이죠."

- 김현철 원장에게 주목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노조 활동하다 프로그램 제작으로 돌아온 건 2년 만이에요. 또한 < PD수첩 >은 7년 만에 돌아온 거거든요. 그래서 부담이 컸어요. 무엇을 어떻게 제작을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한겨레> 신문에서 두 환자의 사례를 기사로 냈거든요. 김현철 원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고, 정신과 의사와 환자 사이 관계에 대해 평소 인식하지 못했어요. 이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이냐 궁금증이 생겨서 이 아이템을 다뤄봐야겠다고 생각했죠."

- 피해자를 찾기가 어렵진 않았나요?
"그렇진 않았어요. 이분들은 트위터를 통해 오랜 시간 김현철 원장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었어요. 트위터로 연락했더니 답을 주시더라고요. 그러나 두 환자 이외에 다른 분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거든요. 그분들도 만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중각 MBC < PD수첩 > PD

이중각 MBC < PD수첩 > PDⓒ 이영광

  
- 방송 초반을 보면 김현철씨는 성실한 의사였던 것 같던데요.
"예전에 환자를 열심히 돌봤다고 하더라고요.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환자들 진료했고 직원들 같은 경우 밤 12시나 새벽 1시에 퇴근하기도 했고요."

- 그럼 환자를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은 언제부터인가요?
"지금 피해사실을 공개한 환자에 따르면, 2017년 6월과 7월이고요. 두 번째 피해 환자는 증언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입니다. 환자분들은 김 원장에게서 2~3년 정도 진료를 받아온 분들입니다."

성인 사이에 발생한 그루밍 성범죄, '정신과 진료' 특수성 고려해야

- 김 원장의 혐의를 '그루밍 성범죄'로 규정하셨는데요.
"그루밍 성범죄라고 하면 보통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또는 종교 지도자들이 성인 신도를 대상으로 정신적으로 통제해서 범죄를 저지르거든요. 그러나 이 경우는 정신과 의사와 환자 사이 관계라서 특수성이 있죠.

정신과 의사를 찾는 환자라면 본인이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 의사를 믿고 본인의 모든 고민과 의식 구조를 이야기하잖아요. 그래야 진료가 되죠. 그렇다면 의사는 이 환자의 의식 세계를 파악하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리고) 이 사람의 취약점이나 약한 고리를 알겠죠. 정신과 의사가 나쁜 마음먹고 환자를 이용하려 한다면 언제든 이용하는 상황이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그루밍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 일각에선 성인이니 자기 결정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신과 진료는 감기 걸려서 어쩌다 병원 한두 번 방문하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장기간 방문하기 때문에, 아무리 성인이고 고등교육 받은 분들이라 하더라도 의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죠. 본인이 힘들면 한 달에 한 번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열흘에 한 번이라도 방문하고요. 상담치료사 정신과 의사에게 주기적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다 보면 '전이'라는 현상이 생기는 게 당연하대요."

- '전이 현상'은 무엇인가요?
"'전이'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제3자에게서 예전 나의 부모님 또는 예전 연인을 떠올리게 되는 거죠.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 중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때론 전이 현상 때문에 환자가 정신과 의사를 이상형으로 생각하거나 앞서 연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잖아요. 그에 대해 성적 감정을 느낄 수도 있고요. 분노로도 나타날 수 있는 거죠. 전이라는 건 오히려 정신과 치료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고 그걸 통해 이 환자를 잘 치료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를 악용하면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MBC

 
- 그럼 김 원장이 피해여성에게 어떤 방식을 통해 접근한 건가요?
"방송에 나온 환자 A분에 대해 김현철씨가 먼저 진료시간 이외에 외부에서 사적 만남을 제안했죠. 같이 쇼핑하고 선물을 주면서 호감을 보였고요. 그 뒤 방송에 나온 것처럼 일본 여행을 갑작스럽게 제안했고, 그 뒤로 성관계까지 가게 된 거고요.

환자 B씨 같은 경우 본인이 점점 김현철 원장에 대해 감정이 생기는 걸 인지하고서 전이 현상을 떠올렸죠. 그래서 이에 대해 김현철 원장에게 얘기하며 명확하게 선을 그어주기를 바랐던 거죠. 그러나 김현철 원장은 '1차 진료가 완료됐다'면서 환자 B에게 성관계를 맺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 의료법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지 않나요?
"대한의사협회에서 만든 의사 윤리 지침에는 '진료 중인 환자와 성 접촉 혹은 애정 관계를 맺어선 안 된다'라고 얘기는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령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요. 미국 같은 경우 많은 주에서 정신과 의사나 상담치료사뿐만 아니라 내·외과 의사 그리고 치료사가 치료 중인 환자와 성관계나 애정행각을 벌일 경우 그걸 성 착취로 보고 있어요. 왜냐면 그런 의사나 상담 치료사들은 환자보다 권력 관계에서 위에 있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미국 사회에서는 아무리 환자가 자발적으로 요청했다 하더라도 그걸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고 보는 거죠."

- 법적 제도가 보완되어야 할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마련되지 못했죠. 아직은 많은 사람이 그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지만 김현철 원장 사례를 통해서 정신과, 내·외과 의사나 상담 치료사 등의 사람과 내담자 사이의 관계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인과 성인의 대등한 관계가 아닌 권력 관계에 있다는 인식이 더 확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제2, 제3의 김 원장 사건을 막으려면 당연히 법적 제도가 있어야죠."

의료 시스템이 문제 의료인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고민해야

-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김현철 원장이 언론에 등장하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건 2012~2014년 무렵이에요. 그러나 환자를 통해 성적 욕망을 채운 건 2017년이에요. 시기상으로 많이 떨어져 있어요. 이분이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 얻은 건 사실이지만 방송 제작진이 이 사람 검증 못 했다는 얘기는 동의할 수 없어요. 왜냐면 그 시기엔 저서 활동을 통해 활발히 환자들과 소통하던 사람이었지, 환자들을 이용하거나 한 건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방송 제작진에게 책임 물을 수 없다고 봅니다. 방송 출연을 이용한 건 김현철씨거든요."

- 취재 과정에서 김 원장을 직접 만나셨잖아요. 대화해보니 어땠나요?
"김현철 원장이 저희가 묻는 요지에 대해서 답변을 꺼렸어요. 특히 성적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에 대해 사실관계를 물어도 답변을 회피하고 '환자들 뒤에 자신을 곤란에 빠트리려는 음모 세력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어요. 막상 본인 행동 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절대 아니라고 부정했어요."

- 성관계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나요?
"인정했다기보다 대답을 회피하다가 '결국 성관계를 맺었지만,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환자들에게 당했다'라고 주장했어요."

- 이 건을 취재하며 느낀 점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는 의사 재량권에 대해 많은 부분이 허용되더라고요. 저희가 취재하며  약물 처방 기간이나 약물 처방 종류에 대해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건 법을 어긴 게 아니고 규정도 없어요. 법에 이 사람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규정이 없으니 저희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거죠. 처방에 대한 의사의 재량권이라는 것이 많은 부분 허용되고 있어요, 이걸 통제하거나 감시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규정이 없다는 거예요."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28일 오후 방송된 < PD수첩 >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편의 한 장면ⓒ MBC

 
- 후속 보도 계획은 있나요?
"후속 보도는 늘 준비하고 있어야죠. 왜냐하면 김현철씨가 불법적인 것까지 저질렀다는 의혹을 포착했잖아요. 건강보험공단에 허위로 보험료를 청구한 정황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죠. 김현철 원장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어떤 조치를 할 건지에 대해서 지켜보고 원장 개인에 대해서도 계속 주시해야죠.  또 김현철 원장뿐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는 의사들 혹은 문제 있는 의사들에 대해서도 견제해야죠. 문제 있는 의사가 분명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의 의료 행위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멈추게 할지, 그런 시스템이 마련될 때까지 계속 지켜봐야죠."

-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김현철 원장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문제 있는 의료인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보건 의료 시스템을 고민하자는 거예요. 시청자들 반응을 봤을 때 김현철 원장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제어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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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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