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C의 'BLACK DRESS' 컨셉 포토

CLC의 'BLACK DRESS' 컨셉 포토ⓒ CUBE ENTERTAINMENT


여느 걸그룹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큰 리본을 달고,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사랑에 대한 레트로 풍의 댄스 음악을 불렀기 때문이다. 데뷔 이래로 별다른 활약이 없던 상태에서, 갑자기 패리스고블의 리퀘스트 크루에서 영향을 받은 콘셉트나, 시티팝 느낌의 타이틀 곡을 연속으로 발매할 때는 잠시 콘셉트 혼란을 겪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 나온 노래가 'BLACK DRESS'였고, CLC는 데뷔 이래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그 전 활동곡인 '어디야?'의 조회수가 162만회인 반면, '블랙드레스'가 404만회인 점을 보면 CLC의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이전 활동곡과 'BLACK DRESS'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화자의 당당한 태도였다. 화자는 청자를 위해 블랙드레스를 입는다. 하지만 이건 "더 이상 분위기에 끌려가기 싫"은 화자의 마음이다. 화자는 청자를 유혹하는 방법으로 "확실하게 나를 더 보여줄 수 있"는 옷인 블랙드레스를 선택했다.

청자는 화자가 만든 세상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 전까지 CLC가 불렀던 노래들이 "날 사랑한다고 말해줘"('어디야?', 2017), "듣고 있나요 나타나봐요 나를 봐줘요"('도깨비', 2017)라고 말하며 어느 정도 화자와 청자 관계의 해답을 청자에게 넘긴 반면, 'BLACK DRESS'는 관계의 주권을 화자가 가지고 있다.

그 다음 활동곡이었던 'NO'는 거기에 한 술 더 떠 "난 너를 위해 바꾸지 않지"라고 말한다. 화자는 이제 청자를 위해 블랙드레스를 입을 생각도 없는 것이다. 화자에게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청자는 "날 걱정하는 척 날 가르치는" 사람이고, 화자는 이제 남이 강요하는 것에는 'NO'를 외치며 "내게 제일 어울릴 립스틱"을 바른다.
 
 CLC 'ME(美)' 뮤직비디오 캡쳐

CLC 'ME(美)' 뮤직비디오 캡쳐ⓒ CUBE ENTERTAINMENT



그리고 지난 29일, 'ME(美)'가 발매되었다. 화자는 자신의 남다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통은 이때 빠지지 않고 비교 대상이 나온다. 그래야 타인과 '나'의 다른 점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노래는 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남'이라는 단어는 가사에 나오지도 않는다.
 
뻔하지 않아 Baby
새로워 난 Baby
평범함 No no 난 특별해 Eh eh
뭔가 다르다니까 (그러니까)
그래 그 상상 속의
그림 같은 느낌 (Feel'in)
그런 것보다 더 완벽해 나
어떤 말로도 부족해
 
화자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태어날 때부터 아름다움 Me". 이들의 아름다움이 특별한 이유는, '아름다움'이라는 관념 자체와 싸우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전반부, 장승연(CLC)은 <비너스의 탄생> 비너스가 그려져 있는 유리창 너머에 갇혀 있다. 하지만 검은색 페인트가 흘러 비너스를 덮자 장승연은 어느새 유리창 밖에 서서 카메라를 응시한다. 비너스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하지만 이것은 전승되고 있는 신화에 의한 해석이며, '사회적으로' 부여된 것이기도 하다.

관습적인 아름다움이 지워지자 인물은 유리창 밖으로 나온다. 원래의 아름다움은 "상상 속의 그림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화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그건 청자들이 "처음 보는 아름다움"이다.
 
 CLC의 'ME(美)' 컨셉 포토

CLC의 'ME(美)' 컨셉 포토ⓒ CUBE ENTERTAINMENT


나의 당당함으로 너를 유혹하겠다, 너를 위해 나를 바꾸지는 않겠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진 아름다움은 기존의 아름다움과 다르다. 매번 신곡을 낼 때마다 CLC가 부르는 노랫말의 태도가 발전한다. 이는 마치 그 노래를 부르는 CLC가 주체로서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확실한 건 이전의 그 발그레한 화장, 플레어스커트, 애교 섞인 목소리보다는 지금처럼 진한 아이라인에 제복과 정장, 그리고 찌푸린 미간과 냉소가 CLC에게 훨씬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